[피치 퍼펙트 2] 업그레이드된 아카펠라 대잔치 원고의 나열

2012년에 개봉한 [피치 퍼펙트]에 이은 속편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Pitch Perfect 2)]가 해후의 자리에 나섰다. 영화는 바든 대학교의 여성 아카펠라 동아리 '바든 벨라스(The Barden Bellas)'가 위기를 극복하고 명성을 되찾는 모습을 그린다. 전국 아카펠라 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한 바든 벨라스는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하는 쇼에 초청되지만 공연 중에 민망한 사고를 벌이고 만다. 하루아침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된 바든 벨라스는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모든 걸 포기하고 해체를 결심한 순간 아카펠라 국제 대회라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인다. 바든 벨라스는 무너진 자존심과 명예를 되찾고자 우승을 노리며 국제 대회에 참가한다. 이제 본격적인 쇼타임이 시작된다.

속편의 스케일은 항상 전보다 커지기 마련이다. 제작 예산은 약 4,500만 달러로 1편의 예산 1,700만 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을 웃돈다. [피치 퍼펙트]에서는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구성원을 모으는 과정과 대학 동아리 간의 대결이 주요 시퀀스였으나 이번에는 대통령의 생일잔치 퍼포먼스, 국제 대회 등으로 규모를 확실히 키웠다. 큰 무대에 선다는 설정에 따라 참가 팀들과 공연 횟수도 늘어났다. 1편은 링컨센터에서 최종 경합을 치렀지만 지금은 대형 페스티벌이라는 상황에 맞게 야외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펼친다. 소품, 조명, 시각 효과 등 영상을 장식하는 면면이 더욱 화려해졌다. 이 덕분에 록 페스티벌과 블록버스터 댄스 영화가 합쳐진 느낌도 든다.

전작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사운드트랙 역시 영화의 재미를 더욱 높인다. 주인공 베카(애나 켄드릭 분), 개그를 책임지는 뚱보 에이미(레벨 윌슨 분), 소심한 비트박서 릴리(하나 메이 리 분) 등 출연자들이 더 발전한 모습으로 노래를 책임지고 있다. 바든 벨라스의 앙숙인 같은 학교의 남성 합창단 '트레블메이커스(The Treblemakers)'와 새로운 맞수 '다스 사운드 머신(Das Sound Machine)'의 배우들도 사운드트랙을 풍성하게 한다. 여기에 싸이의 '강남 스타일' 커버로 유명한 펜타토닉스(Pentatonix)를 비롯해 펜 마살라(Penn Masala), 필하모닉(The Filharmonic) 같은 프로페셔널 아카펠라 그룹들이 참여해 탄탄한 내실을 만드는 데 조력한다. 가히 아카펠라 대잔치라 할 수 있다.


사운드트랙의 일등 묘미는 기존에 나온 히트곡을 아기자기면서도 담백한 모습으로 감상한다는 점이다. 전편의 OST에는 실리지 않았던 'Universal Fanfare'부터 신선하다. 유니버설 픽처스가 제작한 영화 도입부에 깔리는 전통의 관악 연주곡이 재미있는 아카펠라 버전으로 출품됐다. 미카(Mika)의 'Lollipop'은 코러스와 관악기 연주를 흉내 낸 목소리가 독특한 경쾌함을 자아내며, 필 콜린스(Phil Collins), 핸슨(Hanson), 엔 보그(En Vogue) 등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Back To Basics'는 잘 배치된 하모니 덕분에 은은하게 흥겹다. 1편에서 베카가 컵을 두드리며 리듬을 만들어 유명해진 카터 패밀리(Carter Family) 원곡의 'Cups (When I'm Gone)'은 캠프파이어 신에서 차분한 외투를 걸치고 다시 태어났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을 가볍게 듣는 것 또한 장점이다. 영화와 앨범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Riff Off'일 것이다. 대회 참가 팀들이 맛보기 대결을 행하는 장면에서 각 팀은 '엉덩이를 소재로 한 노래', '컨트리', '1990년대 힙합' 등 제시된 주제에 따라 신속하게 노래를 선보인다. 여기에서 시스코(Sisqo)의 'Thong Song', 캐리 언더우드(Carrie Underwood)의 'Before He Cheats', 몬텔 조던(Montell Jordan)의 'This Is How We Do It' 등 출제 테마에 맞는 여러 양식의 노래를 스피디하게 접할 수 있다. 다스 사운드 머신과 바든 벨라스가 벌이는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비욘세(Beyonce)의 'Run The World (Girls)', 핏불(Pitbull)의 'Timber' 등을 마주하게 된다. 알짜배기 컴필레이션이다.

시원한 가창, 온유한 화음, 드럼 머신에 꿀리지 않을 다이내믹한 리듬이 시종 바쁘게 넘실거린다. 이것이 전부 사람, 출연자들의 입에서 나왔다. 아카펠라는 이처럼 근사한 음악이지만 팀이어야 가능하고, 일원 개개인의 보컬 능력이 출중해야 한다는 까닭에 전문 뮤지션이 많지 않다. 따라서 아카펠라 음반은 국내 가수들의 작품과 라이선스를 합쳐도 평균 한 달에 한 장 볼까 말까 하다. 시장이 협소해서 쉽게 만날 수 없으니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와 사운드트랙의 출시는 실로 복음과도 같다. 환상적이고 성대한 아카펠라 공연은 크나큰 기쁨을 제공할 것이다.

2015/04
음반 해설지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