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 오브 에이지] 80년대를 마주하는 타임캡슐 원고의 나열

한때 젊음의 언어로 활발히 작동하던 록 음악은 오늘날 사어(死語)처럼 무기력해지고 말았다. 지구촌 대중음악 동향의 지표인 미국 빌보드 차트, 영국 차트의 10위권 안에 록 음악이 하나도 없는 날이 태반이다. 그 밖의 순위도 상황은 비슷하다. 가끔 히트곡이 나오지만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이나 소울 등 요즘 인기를 끄는 양식과 결합한 것이 많다. 확실히 록의 시대는 아니다.

2005년 제작된 동명의 주크박스 뮤지컬을 각색한 [락 오브 에이지]는 지금의 기근이 못마땅한 록 마니아들의 애석한 마음을 달랠 영화다. 정확히는 1980년대에 창성했던 헤비메탈, 하드록, 팝 록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갈급을 해소하는 영화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토대가 된 작품답게 시작부터 끝까지 그 시절에 큰 사랑을 받았던 노래들이 연달아 흘러나온다. 두 시간여 동안 록의 물결이 다이내믹하게 친다.

아마추어 밴드들이 부단히도 커버했던 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의 'Here I Go Again', 구기 종목에서 응원가로 많이 쓰이는 팻 베네타(Pat Benatar)의 'Hit Me With Your Best Shot', 건반과 전기기타 연주가 잘 조화된 예라 할 저니(Journey)의 'Don't Stop Believin'',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를 비롯해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한 포리너(Foreigner)의 'I Want To Know What Love Is' 등 80년대에 숱하게 울려 퍼진 록의 클래식들이 대거 자리한다.

당시는 또한 글램 메탈이 번영한 때이기도 하다. '글래머' 혹은 '글래머러스'의 축약어를 단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 이 장르는 뮤지션들의 화려한 외양을 주된 특징으로 했다. 글램 메탈은 꽉 끼는 청바지나 스판덱스 소재의 하의, 가죽 재킷, ('헤어 메탈'이라는 별칭을 붙게 한) 치렁치렁한 파마머리, 과한 장신구 등으로 외형적 캐릭터를 구축했다. 영화의 맨 처음 남자 주인공 드루(디에고 보네타 분)가 클럽에서 잔일을 할 때 삽입된 포이즌(Poison)의 'Nothin' But A Good Time',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울리는 콰이어트 라이어트(Quiet Riot)의 'Cum On Feel The Noize'가 글램 메탈의 대표곡들이다.


지금도 라디오 음악 방송에서 곧잘 나오는 노래들이지만 출시된 지 평균 30년에 달하니 젊은 음악팬들에게는 아무래도 낯설게 느껴질 공산이 있다. 이 약점은 뮤지컬 방식의 연출로 다행히 무마된다. 노래들은 배우들의 대사로 활용됨으로써 어색함이나 촌스러움 없는 보편적인 소통 수단으로 다가온다. 이때마다 영상은 보통의 뮤직비디오처럼 짧게 이어 붙여져 생동감을 띤다.

하드록, 헤비메탈이 무른 메주 밟듯 음악 차트를 누비던 나날은 예전에 지나갔다. 이들의 후속 주자로서 많은 이가 열광해 마지않던 얼터너티브 록과 브릿팝도 주류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영원히 큰 힘을 낼 것 같았던 록 음악은 트렌드로 귀결되는 집단화를 형성하지 못하는 상태다. [락 오브 에이지]의 메인 타깃은 80년대를 살았던 헤비메탈 팬들이지만 작품이 내는 탄식과 활용도는 그 범위를 조용히 넘어선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그 시절을 마주하는 타임캡슐이며, 록 마니아들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음성 교재이기도 하다.

명지대 학보 2015년 5월 18일 9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