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블루스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 B.B. King이 향년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949년 'Miss Martha King'으로 데뷔한 그는 'Every Day I Have The Blues', 'Sweet Little Angel', 'Rock Me Baby'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블루스의 거장으로 등극했다. 수많은 블루스, 록 뮤지션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기에 사망 소식은 대중음악계의 큰 비보일 수밖에 없었다. Eric Clapton, Snoop, Dogg, Lenny Kravitz 등 많은 후배 뮤지션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10회 넘게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했고, "블루스 명예의 전당", "로큰롤 명예의 전당" 등에 헌액된 위인이기에 그의 업적을 기리는 트리뷰트 앨범이 조만간 출시되지 않을까 한다. 만약 앨범이 제작된다면 Eric Clapton과 Jeff Beck은 꼭 참여할 듯하다.
트리뷰트 앨범은 여러 면에서 값지고 귀하다. 받는 입장에서는 훈장과도 같은 경력에 대한 증표이며, 거기에 참여하는 (일반적으로 후배) 뮤지션들에게는 거장을 향한 존경과 감사의 발로다. 트리뷰트 앨범을 통해 클래식으로 여겨지는 작품을 새로운 해석으로 만날 수 있으니 음악팬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된다. Earth, Wind & Fire, Jimi Hendrix, 한대수, 유재하 등 국내외 거목에게 바치는 음반에서 트리뷰트 앨범만이 갖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Interpretations: Celebrating The Music Of Earth, Wind & Fire
R&B, 펑크(Funk)의 전설적인 그룹 Earth, Wind & Fire를 기리기 위해 흑인음악의 베테랑들이 뭉쳤다. 오리지널의 멜로디와 리듬이 모두 강렬해서 가공하기가 어려웠을 법하지만 역시 이 분야의 명인들답게 참여 뮤지션들은 본인의 색을 잘 구현했다.
Kirk Franklin이 부른 'September'는 최고의 가스펠 가수라는 직함에 걸맞게 경쾌함을 유지하면서 성가 분위기를 동시에 내며 The Randy Watson Experience의 'Can't Hide Love'는 라틴음악과 재즈를 버무려 차분한 그루브를 연출한다. 원곡에 가장 근접한 버전이라 할 Mint Condition의 'After The Love Has Gone'은 색다른 편집이 없음에도 밴드의 단정한 연주 덕에 알차게 들린다.
수록곡 중 싱어송라이터 겸 래퍼 Meshell Ndegeocello가 부른 2008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어번/얼터너티브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듀스 20주년 헌정 앨범
젊다, 그래서 이 시대 젊은 사람들이 듣기에는 좋다. 하지만 일렉트로 하우스, 덥스텝 등 전반에 걸친 편곡이 요즘 문법에 치우쳐 있다. 물론 예전 듀스도 유로댄스('떠나 버려'), 랩 록('Go! Go! Go!') 등 다양한 장르를 시행하긴 했으나 그들의 대표적 특징인 뉴 잭 스윙 스타일의 힙합에 바탕을 둔 재해석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허전하다. 편곡에 관여한 뮤지션들은 핵심을 간과했다.
노랫말도 아쉽다. 참여 래퍼들의 불타는 창작욕은 원곡이 지닌 본래 감성의 훼손으로 나타났다. 래핑 파트가 길어져 다이내믹한 느낌은 강해졌을지 몰라도 내용은 이상하게 꼬여 버렸다. 현실이 고될지라도 시련을 이겨 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우리는'은 뜬금없는 힙합 찬양으로 바뀌었고, 소심한 남자를 묘사한 '약한 남자'는 스토리가 증발한 말장난 스왜그로 변모했다. 타이틀은 듀스 헌정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듀스의 향이 없다. 우리나라 몇 안 되는 트리뷰트 앨범 중 가장 좋지 않은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The ABBA Generation
자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음악 차트를 휩쓴 탓에 스웨덴 사람들에게 ABBA는 국보급 존재일 수밖에 없다. 주크박스 뮤지컬과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제작된 것은 그들의 높은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것은 사브(SAAB)가 아닌 아바(ABBA)!"라는 말은 이제 우스갯소리가 아닌 순도 100퍼센트의 진담이 됐다. ABBA는 그 정도로 대단한 위치를 자랑한다.
스웨덴 사람들의 자긍심인 ABBA는 A-Teens에 의해 환생했다. 원래 ABBA Teens라는 이름을 쓴 이들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ABBA 트리뷰트 밴드로 출발했다. 따라서 1999년에 낸 데뷔 앨범 [The ABBA Generation]은 모두 선배님의 주옥같은 노래들로 구성했다. 하지만 가벼운 댄스 팝으로만 리메이크해 좋은 감흥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본인들(정확히는 이들을 제작한 프로듀서)도 한계를 직감했는지 2집부터는 창작 댄스 팝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물론 예술적으로 크게 나아진 바는 없었다.

유재하를 추모하는 앨범 1987 -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1980년대 중반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으로 가요계에 입문해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을 거쳐 1987년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을 내고 세상을 떠난 불세출의 싱어송라이터 유재하. [유재하를 추모하는 앨범 1987 -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는 그를 기억하는 동시에 데뷔 10년을 기념하는 앨범이다. 기본적으로 노랫말과 멜로디가 고급스럽고 유영석, 신해철, 조규찬, 이소라 등 검증된 가수들이 참여해 보컬도 무척 튼튼하다. 편곡과 프로듀싱을 김현철이 담당해 노래들은 오리지널의 팝 감성을 오롯이 분출하면서 어덜트 컨템퍼러리와 스무드 재즈의 세련된 색도 고르게 드러낸다. 유재하를 이미 접한 사람이 들어도, 그의 음악을 접해 보지 못한 이가 먼저 들어도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Stone Free: A Tribute To Jimi Hendrix
트리뷰트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로 헌정을 받는 아티스트의 격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Eric Clapton, Living Colour, Jeff Back 등 이 추모 앨범의 크레디트를 메운 호화로운 명당을 보면 Jimi Hendrix가 얼마나 대단한 뮤지션인지 실감하게 된다. 심지어 그에게 음악적 영감을 준 선배 블루스 명인 Buddy Guy도 동참하고 있다.
로커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디스코의 마에스트로 Nile Rodgers, 당시 떠오르던 영국 R&B 가수 Seal, 힙합 그룹 P.M. Dawn 등 다른 장르에서도 기꺼이 자리에 함께했다. 덕분에 [Stone Free: A Tribute To Jimi Hendrix]는 Jimi Hendrix의 느낌을 지키면서 록 이상의 다양한 해석을 나타낸다. 27살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동료 음악가들에 의해 그는 특유의 혈기를 간직하며 영생하고 있다.

If I Were A Carpenter
외국의 비평가들은 지나치게 대중의 입맛을 고려했으며 별다른 의식이 없다는 이유로 The Carpenters의 음악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특성 덕분에 이들 남매 듀오는 지금도 많은 이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컴필레이션 앨범은 몇 년 터울을 두고 계속 출시되며 라디오 음악 방송에 신청곡이 꾸준히 들어온다. 비평가들은 아니었지만 대중은 줄곧 그들의 편이다.
후배 뮤지션들도 1994년 [If I Were A Carpenter]를 통해 The Carpenters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음울함과 건조함을 한껏 발산하는 Sonic Youth의 'Superstar', 건반과 디스토션 이펙트를 가한 전기기타의 상반되는 음색이 매력적으로 들리는 Redd Kross의 'Yesterday Once More', 어쿠스틱 반주로 수수함을 어필하는 The Cranberries의 '(They Long To Be) Close To You' 등 참여한 밴드들의 뚜렷한 색채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앨범의 매력이다. 얼터너티브 록이 저물기 전 그쪽 뮤지션들이 한데 이름을 올린 사항으로도 특별한 흔적을 남긴 작품이다.

Hahn Dae Soo 40th Anniversary 'Rebirth'
요즘 사람들에게는 햄버거 CF 배경음악으로 익숙한 '행복의 나라'를 부른 가수. 그러나 그 설명은 한대수를 말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1974년 1집 [멀고 먼 길]을 발표하며 데뷔한 그는 파격적으로 투박한 창법으로 일거에 대중의 시선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깊이 있으면서도 담아한 노랫말을 표현해 많은 이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일련의 무기는 그로 하여금 "한국 대중음악의 선구자", "포크 록의 대부"라는 타이틀을 얻게 했다.
트리뷰트 앨범에는 이상은, 윤도현 밴드, 이현도, 호란 등 폭넓은 세대, 다양한 장르의 후배 뮤지션들이 참여해 익숙함을 키운다. 때문에 10대부터 한대수의 음악을 직접 경험한 어른 세대까지 노래들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더욱이 한대수는 후배 가수들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지 않고 몇몇 곡에 듀엣 형식으로 적극 참여하는 친절함까지 보인다. 또한 'I Surrender', 'My Love' 등 두 편의 신곡을 실어 후배들의 노고에 보답하고 팬들의 성원에 답례한다. 당사자와 동료 뮤지션 모두 능동적인 트리뷰트 앨범.

Urban Renewal (Featuring The Songs Of Phil Collins)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Genesis의 드러머로 이름을 알린 Phil Collins는 록과 팝, R&B의 성분을 적당히 배합한 대중 친화적인 음악으로 1980년대 감수성의 큰 축을 담당했다. 많은 히트곡을 출품했으며 "그래미 어워드", "브릿 어워드" 등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차례 상을 받았다. 2003년 "싱어송라이터 명예의 전당"에, 2010년에는 Genesis의 멤버로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러니 후배 뮤지션들이 Phil Collins를 떠받드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그가 R&B에 다리를 걸친 음악을 했기에 R&B 가수들의 애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Brandy와 Ray J 남매의 미성이 서정미를 높이는 'Another Day In Paradise', Changing Faces의 부드러운 음성으로 감미로움이 증대한 'One More Night', 성가풍으로 장대함을 살린 Montell Jordan의 'Against All Odds' 등 [Urban Renewal]에서 Phil Collins의 노래들은 R&B와 힙합으로 재탄생했다.
원문은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490&startInde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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