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비틀스를 경험하는 최적의 장소 원고의 나열

비틀스(The Beatles)의 노래는 어디에나 있다. CF 배경음악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며 때로는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영상에 깔리기도 한다. 록 음악이나 옛날 팝을 트는 바(bar)에 흐르는 것은 기본이고, 커피숍, 서양식 음식점 등 이런저런 영업장에서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1970년에 해체해 활동을 마감한 지 반세기가 다 돼 감에도 그들은 우리 주변에 가깝게 머문다.

비틀스의 존재감은 클 수밖에 없다. 많은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근사한 선율로 자국은 물론 미국 음악 차트를 석권했다. 영국 밴드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가리키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의 선두로서 록 음악 역사에 중대한 국면을 연 것이다. 이들의 노래가 무수히 리메이크되는 사실은 작품들이 강한 대중성을 지녔음을 말해 준다. 한편으로 비틀스는 실험성도 겸해 다채로운 양식을 모색했다. 랩, 클럽 친화적인 전자음악을 제외한 대중음악의 주요 장르들이 이들 음악에서 발견된다. 때문에 많은 뮤지션이 비틀스를 영감을 주는 표본으로 모신다.

비틀스의 인기와 높은 위상은 2007년 개봉한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통해서 또 한 번 확인된다. 때는 1960년대 후반, 영국 리버풀의 선착장에서 일하는 주드(짐 스터게스 분)는 연락이 끊긴 아버지를 찾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다. 낯선 땅에서 그는 루시(에반 레이철 우드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얼마 후 루시의 오빠가 베트남전에 징병되고 루시가 반전 시위에 열성적으로 참가하면서 주드와의 사이는 멀어진다. 영화에서 인물들 간의 관계와 그들의 감정은 비틀스의 노래들로 표현된다. 비틀스가 두 시간에 이르는 이야기를 주도하는 셈이다.

영화에서 서른 편이 넘는 비틀스의 노래가 흐른다. 짐 스터게스의 담백한 음성이 곡을 멋스럽게 꾸민 'Something', 원곡의 경쾌한 분위기와는 달리 잠잠하게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애틋함을 표현한 'I Want To Hold Your Hand', 영국 록 밴드 U2의 보노(Bono)가 불러 엔딩 크레디트를 장식하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등 익숙한 히트곡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포주와 히피족 등을 연기한 영국 싱어송라이터 조 카커(Joe Cocker)의 소울 버전 'Come Together', 인종차별, 흑인들에 대한 탄압을 담은 장면에서 가스펠로 편곡돼 쓰인 'Let It Be' 등 개성 뚜렷한 재해석도 듣는 재미를 더해 준다.


감각적인 영상 편집, 노래마다 배우와 사연이 다른 탓에 뮤직비디오로 된 옴니버스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이와 더불어 주드('Hey Jude'), 루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프루던스('Dear Prudence'), 마사('Martha My Dear') 등 노래 속 주인공들과 연관된 등장인물을 찾는 것도 흥미롭다.

지난해 12월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함께 신곡 'Only One'을 출시했을 때 외국의 한 방송사가 젊은이들을 인터뷰한 영상이 국내에 공개된 적이 있다. 기자의 질문을 받은 몇 명은 폴 매카트니가 누군지 잘 모른다고 했다. 현시대 대중음악 최고의 작가와 전설적인 아티스트의 만남을 특별히 다루려고 했던 보도는 제 아무리 위대한 비틀스라고 해도 세월에는 어쩔 수 없다는 내용으로 방향을 틀게 됐다.

모든 사람이 비틀스를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방송과 사업장에서의 배경음악 활용, 숱한 리메이크로 일상생활에 붙어 있어 상식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또한 뛰어난 작품성 덕에 음악인, 음악팬, 비평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며 영생한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대단한 비틀스를 더 친근하게 경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명지대 학보 2015년 5월 26일 98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