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빛날 팝 유망주들 원고의 나열

어느덧 2015년의 절반이 꺾이는 시점이 왔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감에도 음악 애호가들과 매체의 눈에 포착되는 아티스트는 여전히 많다. "제2의 Sam Cooke", "2015년의 Otis Redding" 같은 영광스러운 별칭을 듣는 소울 가수 Leon Bridges를 비롯해 미니멀한 음악으로 몽롱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Lapsley, 열일곱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원숙함을 좇는 포크 뮤지션 Soak, 가스펠을 중심에 두고 여러 가지 장르를 혼합하는 남성 트리오 Algiers 등이 그렇다. 비록 상반기에는 두드러지지 못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노선에 정진하면서 특별함과 예술성을 시도한 뮤지션들. 하반기에는 이들의 이름이 시장에서 밝게 빛날 것이다.


Leon Bridges | 명명백백 훌륭한 1960년대의 재현
미국 조지아주 출신의 Leon Bridges는 "과연 1989년생이 맞나?" 하는 물음이 들 정도로 구수한 음악을 펼친다. 아무런 정보 없이 그의 노래를 접하면 누구나 틀림없이 1960년대 R&B라고 생각할 것이다. 흠 잡을 데 없는 과거의 완벽한 복원이다. 한 매체는 그를 두고 "2015년 Sam Cooke의 소생"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 옛날 음악을 단순히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여 온 결과다.

이토록 매력이 충만한 그가 관계자의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클럽에서 노래를 불러 온 Leon Bridges는 2014년 콜럼비아 레코드(Columbia Records)와 계약하고 부지런히 작품을 선보였다. 담백한 가창이 푸근함을 자아내는 'Coming Home', 관악기 연주가 경쾌함을 배가하는 'Smooth Sailin'' 등 모든 노래가 질박한 멋을 풍긴다. 이달 말에 출시될 정규 음반 [Coming Home]은 2015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가 될 것이다.


Indiana | 인디언은 아닌 어머니, 가수, 디자이너
Lauren Henson이 본명인 영국 싱어송라이터 Indiana는 비교적 늦게 음악에 뛰어들었다. 1987년생으로 나이는 그리 많지 않지만 2010년부터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우며 곡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Tasmin Archer, Corinne Bailey Rae 등과 작업한 작곡가 John Beck을 만나 2012년 순탄하게 데뷔하게 된다.

올해 초에 출시한 1집 [No Romeo]는 요란하지 않게 알차다. 트립 합('Never Born'), 일렉트로니카('Heart On Fire'), 냉랭한 대기의 팝 발라드('Blind As I Am'), 신스팝('No Romeo') 등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다. 예스러운 성향과 현대의 스타일이 적절하게 안배돼 노래들이 정겹다. 여기에 소울풀하고 촉촉한 목소리가 운치를 더한다.

열일곱 살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인디아나 존스" 영화를 좋아해서 현재의 예명을 지었다고 한다. 두 아이의 엄마인 Indiana는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 "섬 카인드 오브 네이처(Some Kind Of Nature)"의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고 있다.


Lapsley | 심심한데 끌려
영국 리버풀 출신의 Lapsley는 고작 활동 3년 차, 한 장의 EP를 낸 햇병아리다. 하지만 이 처자가 훌륭한 아티스트들을 배출한 팝 명가 엑스엘 레코딩(XL Recordings)에 속했기에 범상치 않은 뮤지션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2014년 머시사이드에서 열린 한 음악 시상식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으니 음악적 능력은 이미 검증된 셈이다.

2014년 여름 'Station'과 'Painter (Valentine)'을 발표하며 데뷔한 Lapsley는 무척 잠잠하고 미니멀한 음악을 들려준다. 장르로 분류한다면 일렉트로니카와 팝이 될 텐데, 리듬이 호화롭지도 않고 멜로디가 선명하지도 않다. 올해 출시한 첫 EP [Understudy] 중 제목만 보면 신 날 것 같은 'Dancing'도 마냥 늘어진다. 음성도 세지 않아서 분위기는 더 음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요소들의 합이 부드러운 몽환경을 연출해 차분하게 청취자를 끌어당긴다. 이상한 마수가 출현했다.


Erik Hassle | 올해는 반드시 뜬다
힘을 준 곱슬머리, 혹은 파마머리가 인상적인 Erik Hassle은 자국 스웨덴에서는 유명하다. 2008년 발표한 데뷔 싱글 'Hurtful'은 스웨덴 차트 11위에 올랐고, 이듬해 'Don't Bring Flowers'가 25위를 기록하면서 인정받는 싱어송라이터로 부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국 차트에 입성하지는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소울 음악을 즐겨 들은 이력대로 Erik Hassle은 R&B, 소울을 기반으로 한 음악을 펼친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때로는 전자음을 추가한 팝을 들려주기도 한다. 안정감 있는 미성의 보컬이 매력이지만 노래에 임팩트가 없는 것이 흠. 유능하고 유명한 프로듀서와 작업한다면 큰 시장 진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Soak | 나이는 소녀, 음악은 애늙은이
Bridie Monds-Watson이 본명인 싱어송라이터 Soak는 만 17세에 불과하지만 열네 살 때부터 곡을 쓰고 공연을 했다. 인생 4분의 1가량을 음악에 매진한 이 소녀는  2014년 데뷔 싱글 'Blud' 하나로 평단을 사로잡으며 핫한 신인으로 떠올랐다. 다른 또래 가수들의 노래에서는 찾기 어려운 개성과 깊이를 간직한 덕분이었다.

지난 5월에 출시한 데뷔 앨범 [Before We Forgot How To Dream]은 어린 나이임에도 자기 음악에 대해 확실한 방향이 있음을 알리는 작품이다. Joni Mitchell과 Pink Floyd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듯 그녀는 포크와 록, 드림 팝 등을 오가며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보컬이 다소 불안할 때도 있지만 작사, 작곡, 연주를 모두 소화하며 특징을 만들어 가는 것이 놀랍다.

예명은 소울(Soul)과 포크(Folk)의 합성어라고 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은 소울풀한 포크를 다음에는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름을 뒤집으면 혼돈(Kaos)이 되는데, 그런 어수선함도 은근히 느껴진다.


Courtney Barnett | 매체의 호평으로 샤워 중
2010년부터 Rapid Transit, Immigrant Union 등의 인디 밴드를 거치며 커리어를 쌓아 온 호주 로커 Courtney Barnett은 2012년 직접 레이블을 설립하고 솔로로 비정규 음반을 발표하면서부터 빠르게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음악이 허술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고 다채로운 모양을 취한 덕분이다.

지난 3월에 출시한 정규 1집 [Sometimes I Sit And Think, And Sometimes I Just Sit]은 그 장점을 또 한 번 확실히 나타낸다. 거친 톤의 기타 리프와 연설하는 것 같은 가창으로 활력을 표하는 'Pedestrian At Best', 싱잉은 심드렁하지만 캐치한 선율을 확보한 'An Illustration Of Loneliness (Sleepless In New York)', 산들거리는 연주로 경쾌함을 발산하는 'Dead Fox' 등 수록곡들은 단단한 구성과 아기자기함을 뽐낸다. 사이사이 이뤄지는 변주와 여러 감정을 자유롭게 담아내는 가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1990년대의 거라지, 얼터너티브 록을 연상시키는 사운드 톤도 각별한 향기로 다가온다.


Algiers | 엄마, 이 오빠들 이상해
미국 조지아주 출신의 남성 트리오 Algiers는 하나의 형식에 귀속되지 않는 야릇한 음악을 한다. 올해 1월에 낸 첫 번째 싱글 'But She Was Not Flying'에서는 소울과 록의 결합을, 뒤이어 출시한 'Blood'에서는 가스펠과 록, 오페라 형식이 뒤섞인 구성을 선보였다. 다음 싱글 'Irony. Utility. Pretext.'는 198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일렉트로 부기를 그릇으로 하며, 후속곡 'Black Eunuch'는 토속적인 리듬을 바탕으로 댄서블하면서도 사이키델릭한 록의 외투를 걸친다. 정말 요상하다.

리드 싱어이자 기타리스트 Franklin James Fisher, 베이시스트 Ryan Mahan, 기타리스트 Lee Tesche로 구성된 Algiers는 본인들의 스타일을 포스트 월드비트(Post-worldbeat)라고 소개한다. 새로움과 광범위함을 내재한 단어처럼 분명히 독특하고 포괄적인 모습이다. 더욱이 가사는 종교, 인종, 정치 등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 이들은 더욱 묵직해 보인다. 대중음악계가 주목할 슈퍼 루키가 나왔다.


Rosie Lowe | 얼터너티브 R&B의 또 다른 샛별
영국 가수 Rosie Lowe는 재즈 색소포니스트 아버지를 둔 덕에 어려서부터 매일같이 재즈를 접하고 노래와 연주를 일상생활처럼 해 왔다. 나이가 들어서는 Spice Girls, Lighthouse Family, Alanis Morissette 등을 들으며 팝과 록의 감성을 익혔다. 이른 학습 내력과 넓은 스펙트럼은 그녀가 뮤지션으로서 기본 소양을 갖췄음을 짐작하게 한다.

인복도 따라 줬다. 2013년에 낸 데뷔 EP [Right Thing]은 평단의 고른 찬사를 이끌어 낸 록 밴드 The Invisible의 Dave Okumu, 영국 대중음악의 중핵인 Kwes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세련된 사운드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후 발표한 노래들로는 얼터너티브 R&B, 일렉트로팝을 두루 표현하면서 이채로운 안락함을 전달하는 중이다. 그녀보다 먼저 나온 Jessie Ware나 FKA Twigs와 비슷한 것이 장점이자 약점이다.

원문은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557&expose=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