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중음악 원고의 나열

연초에는 두 여성 그룹이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빅마마와 버블 시스터즈가 그 주인공으로 두 그룹 모두 4인조에다가 리메이크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공통됐다. 하지만 유사성만으로 튀어 보인 것은 아니었다. 빅마마와 버블 시스터즈는 멤버들 개개인이 출중한 보컬 기량을 보유해 남달랐다. 차이가 있다면 방송에 출연할 때 빅마마는 평범했고 버블 시스터즈는 흑인 분장을 해 독특한 이미지를 앞세웠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버블 시스터즈는 좋은 실력을 지녔음에도 우스꽝스러운 외모만 부각되는 결과를 맞았다.


2003년은 주류 힙합의 메카로 성장한 YG 엔터테인먼트가 리듬 앤드 블루스까지 섭렵하며 또 한차례 큰 도약을 이룬 해이기도 하다. 'Break Away'로 인기를 얻은 빅마마에 이어 거미가 '그대 돌아오면',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이어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나온 세븐이 데뷔곡 '와줘..'로 소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두 번째 앨범으로 컴백한 휘성의 'With Me'도 연달아 히트했다. 휘성, 빅마마, 거미는 엄밀하게 말해 엠보트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으나 전략적 제휴 관계였던 YG 엔터테인먼트의 도움을 받으며 활동했다.

매체들은 퍼포먼스 부분을 중심으로 세븐과 같은 해 '태양을 피하는 방법'으로 복귀한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비를 비교하곤 했다. 두 가수 모두 춤을 잘 췄고 남자 가수이며 흑인음악을 근간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둘을 경쟁 관계로 놓은 구도는 소속사 대결 구도로 확장되기도 했다. YG를 통해서 나온 가수들은 대체로 흥행에 성공한 반면, 이해 박진영이 프로듀스한 듀오 원투는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비의 연속된 히트와 세븐의 데뷔도 두드러졌지만 2003년 가장 빛난 인물은 이효리일 것이다. 핑클 해체 후 첫 솔로 앨범을 낸 그녀는 '10 Minutes'로 수많은 남성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섹시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이효리의 히트로 말미암아 이후 대중음악계는 섹시를 콘셉트로 하는 여가수의 붐이 일었다. 핑클과 늘 비교되는 걸 그룹 S.E.S.의 유진과 바다도 같은 해 솔로로 데뷔했으나 이효리만큼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언더그라운드 역시 꽤 분주했다. 델리 스파이스는 그들의 노래 '고백'이 영화 [클래식]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이며 인디 신을 넘어 더욱 인지도를 높였다. 서정적이고 담백한 포크를 선보인 재주소년, 언니네 이발관 드러머 출신의 김반장이 결성한 소울, 펑크(funk) 밴드 아소토 유니온, 이 시대 청춘의 현실을 노래해 많은 이의 공감을 산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1990년대부터 작곡가와 프로듀서로 왕성하게 활동한 일렉트로닉 뮤지션 이온 등이 데뷔했다.

힙합 신도 새로운 인물과 좋은 작품의 출현으로 풍성했다. 거침없는 표현, 찰기 있는 래핑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데프콘이 정규 데뷔 앨범 [Lesson 4 The People]을 발표했다. 젝스키스 해체 후 솔로로 나섰으나 음악적 방향이 확고하지 못했던 은지원은 드렁큰 타이거를 프로듀서로 맞은 3집 [만취 In Hip Hop]을 통해 완연히 힙합 뮤지션으로 변신했다. YG 패밀리의 멤버로 존재를 알렸던 여성 래퍼 렉시가 '애송이'로 인기를 얻었다. 에픽 하이는 대중성과 음악성을 두루 겸비한 음악으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덧글

  • 작두도령 2015/06/29 13:26 #

    자고 일어나면 이효리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네요ㅎㅎ
    테이나 SG워너비의 발견도 그렇고 여러모로 재밌는 해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 한동윤 2015/06/30 10:29 #

    그해의 여왕이었다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지만 지금까지도 최고 여가수 지위를 지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테이는 핸섬 피플도 좋았는데 전성기는 데뷔 초기로 끝나려나 봅니다. ^^;
  • 2015/06/29 14:4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6/30 10: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우물쭈물하지않으리 2015/06/29 19:08 #

    아소토 유니온....아련하네요 ㅎㅎㅎ 참 많이 들었었는데!!
  • 한동윤 2015/06/30 10:30 #

    요즘 김반장 솔로 싱글이 나왔는데 아소토 유니온 시절이 괜히 더 그립더라고요 ^^
  • nenga 2015/07/12 11:59 #

    이 때 군복무 중이었는데
    이효리의 위력이란... 부대의 모든 내무반이 고요한 가운데 텐미닛만 흘러나오고
  • 한동윤 2015/07/13 14:17 #

    웬만한 남성들에게 이효리는 거의 여신이었을 때니까요 ㅎㅎ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