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상반기 대중음악계 결산 원고의 나열

한 해의 새로운 절반이 시작됐다. 지난 반년을 되돌아보면 언제나 그랬듯 음악팬들을 흥분케 한 작품도 많았고, 한편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사건도 많았다. 좋은 일은 남은 2015년을 힘차고 즐겁게 보내는 데 원동력이 될 것이며, 그러지 못한 사안은 개선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게 해 줄 것이다. 그동안 인상적이었던 작품, 가수, 사건 등을 떠올리며 활발했던 상반기 음악계를 정리해 본다.


상반기 최고의 가요 앨범 | Odd
샤이니(SHINee)는 이번에도 빛났다. 멤버들의 보컬 기량이 골고루 괜찮다는 기본 장점에 만 7년을 착실히 활동해 오면서 쌓은 원숙미를 더해 [Odd]에서 준수하고도 안정적인 모습을 펼쳐 보였다. 올해 초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종현이 이번 앨범에서도 작사에 참여하는 등 멤버들의 영역 확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앨범은 또한 SM엔터테인먼트의 곡을 섭외하는 능력과 감각도 물이 올랐음을 이야기한다. 컨템퍼러리 R&B('Love Sick'), 예스러운 느낌의 하우스 음악('View'), 팝과 R&B의 고른 혼합('이별의 길 (Farewell My Love)'), 신스팝과 뉴 디스코의 접목('Black Hole') 등 유려함과 세련미를 겸비한 노래들로 청취자를 매혹한다. 듣는 즐거움, 보는 기쁨을 아우르는 모범적인 연출을 샤이니가 또 한 번 보여 줬다.


2015 상반기의 재발견 | 이진아
우승 트로피는 케이티 김이 가져갔지만 방송이 나갈 때마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차지하며 인기를 끈 인물은 이진아였다. 2013년 정규 1집 [보이지 않는 것]을 발표했으나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녀는 "K팝스타" 네 번째 시즌을 통해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로 인정받았으며 시청자의 사랑까지 듬뿍 받았다.

재기발랄한 피아노 연주, 아기 같이 여린 목소리, 소녀 감성이 물씬 풍기는 깜찍한 가사를 무기로 '시간아 천천히', '두근두근 왈츠', '냠냠냠' 등을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시켰다. 홍대 인근 클럽에서 소규모 공연을 펼치는 게 전부였던 무명의 가수는 하루아침에 가요계의 신데렐라가 됐다.

이진아는 작사, 작곡, 연주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으나 가창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대중의 이목을 붙잡아 두려면 곡과 가사에서 자신만의 감각적인 표현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럴 때 12시가 지나서도 마법의 효력을 유지할 수 있다.


상반기 최고의 뮤직비디오 | 니 팔자야
노라조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약을 빨았다. 신곡 '니 팔자야'의 뮤직비디오는 눈을 피곤하게 하는 그래픽, 사이비 종교의 부흥회를 연상시키는 장면, 무속신앙과 이런저런 종교의 신을 나타낸 분장 등으로 괴이한 분위기를 낸다. 뮤직비디오는 최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불쾌감을 줄 장면도 여럿 있고 전반적으로 정신 사납지만 노라조가 그동안 고수해 온 모습이기에 많은 음악팬이 이 영상을 기꺼이 찾아서 감상했다. 게다가 어렵다, 힘들다는 말이 끊이지 않고 들리는 세상인지라 관상 좋고, 사주 좋고, 운수가 대박이라는 이들의 허무맹랑한 가사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시름을 잊게 하는 낙관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노라조가 아니면 할 수 없을 순도 높은 병맛의 유쾌함을 재연했다는 면에서는 최고다. 하지만 이른바 "혐짤"이 계속된다는 점에서는 최악이다. 오리지널 버전 말고 얼마 후에 공개한 댄스 버전도 기괴하기는 마찬가지. 노라조는 '니 팔자야'로 영상 마약의 시대를 열었다.


상반기의 어록 머신 | 제시
10년 동안 활동해 오면서 '인생은 즐거워' 때를 제외하곤 인지도가 늘 바닥이었던 래퍼 제시는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스타로 태어났다. "니네가 뭔데 날 판단해", "위얼 나러 팀 디시즈 컴피티션", "난쟁아 잘 들어 봐" 등 뇌리에 콕 박히는 어록을 남기며. 그것도 한 자리에서 단숨에.

여럿이 모인 중에 곤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면 저 세 마디를 날려 주자. 이때 중요한 포인트는 반드시 콤보여야 한다는 것. 자신의 존엄성과 개인주의에 근거한 쿨함을 어필하면서 만만한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굴욕감을 줄 수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박수를 두 번 쳐 주는 것도 좋은 옵션이 된다.


상반기 주목할 만한 국내 신인 | 러버소울, 세븐틴
러버소울은 멤버들이 모두 랩을 하는 여성 트리오라는 점에서 디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대체로 싱잉의 비중이 컸던 디바와 달리 래핑에 집중한다는 사항이 이들을 독보적으로 보이게끔 한다. 구성 자체가 특징이긴 해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데뷔 싱글에서 이렇다 할 임팩트를 선보이지 못했고, 멤버들 개개인의 개성이 명확하지 않다. "한국 최초의 힙합 걸 그룹"이라는 타이틀에 광택을 입히기 위해서는 다음 작품에서 시원한 한 방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기본 몇 년의 준비 기간을 거치면서 기본기를 갖추는 아이돌들이기에 세븐틴에게서도 엉성함은 역시 느껴지지 않는다. 관건은 "얼마나 근사한 노래를 받아 왔느냐?"인데, 멤버들이 작사, 작곡에도 진취적으로 가담해 싱어송라이터형 아이돌 그룹이라고 선전한다. 타이틀곡 '아낀다'는 낮게 까는 래핑과 환하게 도드라지는 싱잉의 대조로 흐름이 탄력적으로 느껴진다. 거기에 입가에 잘 붙는 멜로디, 요즘 젊은 사람들이 흔히 쓰는 표현을 통해 대중성도 어필한다. 안무는 야무지면서도 아기자기해서 보는 재미까지 있다. 많은 소녀, 누나들이 아끼고 싶어 할 그룹이 나왔다.


상반기의 화려한 컴백들
일단 팝을 보면, 브릿팝의 유행을 도모했던 Blur가 2003년 [Think Tank] 이후 12년 만에 새 앨범 [The Magic Whip]을 냈다. 1980년대 중반에 부상한 얼터너티브 메탈 붐의 중핵이었던 Faith No More가 18년 만에 새 앨범 [Sol Invictus]를 발표했다. Daft Punk의 2013년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를 통해 소환됐던 디스코의 두 거장 Chic와 Giorgio Moroder도 오랜만에 멋진 신곡을 출시함으로써 노병은 건재함을 증명했다.

가요계에서도 반가운 복귀가 이어졌다. 2006년 세 번째 정규 앨범 [More Than Music]을 끝으로 따로 활동을 이어 갔던 힙합 듀오 인피닛 플로우(I.F)가 1월 'Been A Long Time'을 출시해 힙합 팬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무한도전"에 출연해 1세대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저력을 내보인 지누션은 11년 만에 발표한 신곡 '한 번 더 말해줘'에서 자신들의 노래 가사를 십분 활용한 콘텐츠로 팬들과 추억을 공유했다. 독득한 어법으로 주목받은 펑크 록 밴드 삐삐 밴드도 원년 멤버로 돌아왔다. 이들은 기존 스타일 대신 요즘 유행하는 신스팝으로 종목을 바꿈으로써 새로운 면모를 내비쳤다.


상반기 우리 곁을 떠난 뮤지션들
지난 6개월 동안 감격스러운 복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블루스 록 밴드 Free의 베이시스트 Andy Fraser,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Yes의 베이시스트 Chris Squire 등 큰 사랑을 받았던 뮤지션들이 음악팬들을 떠나는 안타까운 소식도 속속 들려 왔다.

그중 세월이 흘러도 결코 잊히지 않을 러브송의 클래식 'When A Man Loves A Woman'을 부른 Percy Sledge, 내로라하는 기타리스트들이 존경하는 최고의 기타리스트이자 블루스 뮤지션 B.B. King, R&B 명곡 'Stand By Me'의 주인공 Ben E. King의 사망 소식은 그들이 이룬 친숙함 때문에 더 무겁게 다가오는 듯하다.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의 음악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상반기의 욕받이들
MC 몽은 3월 새로운 EP [Song For You]로, 5월에는 유승준이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대중과 마주했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린 것은 욕탄두를 장착한 탄핵소추 미사일뿐이었다. 병역 불이행에 대한 대중의 날카로운 잣대로 말미암아 이들은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두 가수 모두 병역회피라는 궁극의 범법 사실은 같지만 유승준과 달리 MC 몽은 비록 욕은 먹을지언정 한국 땅을 떠나지 않은 까닭에 국내에서의 활동에 제약은 받지 않고 있다. 어쩌면 그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을 기쁘게 되새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원문은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595&startIndex=0


덧글

  • 슈3花 2015/07/08 11:12 #

    "한국 최초의 힙합 걸 그룹"은 O-24 아니었나욤!ㅋ 기획사는 반성하라!
  • 한동윤 2015/07/08 11:33 #

    그 얘기를 쓸까 하다가, 오투포의 힙합은 온전한 지향이라기보다 방송 활동을 위한 일시적 콘셉트밖에 안 돼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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