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비하와 여성상품화의 이상한 병존 원고의 나열

지난 7월 중순 아이돌 그룹 위너의 송민호가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엠넷의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 그가 펼친 랩 중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가 논란이 된 까닭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자기 앞에 선 여자는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거나 분만할 때처럼 다리를 벌린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산부인과에서의 통상적인 행동에 비유했지만 결국 이 말은 많은 여성이 본인에게 스스럼없이 몸을 내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모욕감을 느낄 랩 가사 때문에 많은 여성이 불쾌한 심정과 분노를 표했다.

[쇼 미 더 머니] 송민호 공연 캡처

이에 송민호는 위너의 공식 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분개의 여론은 가시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부분을 면밀한 검열 없이 방송한 제작진에 대한 지탄이 그중 하나다. 그동안 [쇼 미 더 머니]가 힙합에 대해 진중하게 조명하기보다는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장면을 의도적으로 끼워 내보내 왔기에 프로그램을 향한 반감은 어느 때보다 거세다.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로그램의 폐지를 기원하는 온라인 서낭당으로 전락했다.

사실 [쇼 미 더 머니]에 쏟아지는 문책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힐난의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힙합 음악이다. 여성을 업신여기거나 하룻밤 육적 쾌락을 즐기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가사가 힙합에 유독 많은 탓이다. 이런 노골적인 내용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거리 불량배들의 삶을 다룬 갱스터 랩이 융성하면서 확장세를 보였다. 씁쓸하지만 그런 류의 노랫말은 이미 국내 힙합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송민호가 논란을 점화하긴 했어도 송민호만의 문제는 아닌 셈이다.

창작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난잡한 말을 일삼고 아무런 잘못 없는 특정 대상, 혹은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행위는 스스로 금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갱스터 랩에서 나타나는 속된 표현들을 잘나가는 남자의 행동, 힙합다움으로 인식하는 것은 힙합의 여러 양상을 두루 살피지 못한 탓이며, 그 이전에 기초적으로 윤리의 미성숙 때문이기도 하다. 송민호의 그 가사를 듣고 좋다며 웃음을 터뜨린 [쇼 미 더 머니]의 프로듀서(심사위원)들도 저급하기는 매한가지다.

디홀릭 '쫄깃쫄깃' 뮤직비디오 캡처

송민호가 일으킨 이슈는 한편으로는 상당히 기형적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십수 년째 여가수, 걸 그룹들이 표하는 섹스어필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른바 섹시미를 콘셉트로 한 걸 그룹의 뮤직비디오와 안무는 온통 섹스의 메타포로 점철돼 있다. 뇌쇄적인 눈빛을 쏘아 대는 것은 기본, 몸을 배배 꼼으로써 흥분했음을 알리며 골반을 전후좌우로 흔들어 유혹의 결정타를 날린다. 실제로 다리를 벌리는 춤동작 또한 예사다. 여성을 천하게 보이도록 하며 왜곡된 여성관을 심어 줄 수 있는 모습은 브라운관에 널리고 널렸다. 그럼에도 이처럼 대형 기획사와 미디어에 의해 만연한 그릇된 행태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조용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숙고의 폭을 넓혀 볼 필요가 있다. 섹스에 혈안이 된 여성상을 상시적으로 마주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성으로 판단해야 할 대학생,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중고등학생, 보이는 것이 학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미취학 아동 등 많은 이가 섹스 코드로 이뤄진 춤을 따라 한다. 본능이 앞서는 남자들은 이런 모습에 환호하기 바쁘다. 대중 스스로가 여성을 쉬운 객체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회에서 여성을 모멸적으로 대하는 가사를 비판한들 그것은 잠시 뒤 사그라질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한동윤)
2015.07.28ㅣ주간경향 1136호

기사 원문: 저급한 가사, 노골적 안무 '불쾌'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507211146281&code=&s_code=nm029


덧글

  • anchor 2015/07/27 10:23 #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께서 소중하게 작성해주신 이 게시글이 7월 27일 줌(zum.com) 메인의 [이글루스] 영역에 게재 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7월 27일 줌에 게재된 회원님의 게시글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동윤 2015/07/27 10:24 #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2015/07/31 11:4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7/31 14:4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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