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에서 떠나는 음악여행: 유럽편 원고의 나열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많은 이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산으로, 들로, 강으로, 바다로, 혹은 바다 건너 타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휴가는 꿈도 못 꾸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기 처지를 비관할 필요는 없다. 꽉 막힌 도로에서 극한의 단계까지 용변을 참을 일을 겪지 않아도 되며, 기나긴 스톱오버를 무념무상의 상태로 보낼 이유도 없고, 바가지요금을 쓸 일도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딜 가나 종일 스마트폰이나 만지작거리고 있을 텐데 그게 참된 휴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냥 집에 있는 편이 몸도 마음도 편하다. 하지만 그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음악을 통해 마음껏 이동의 나래를 펼치는 시간, 지금 시작한다.

덴마크 | 색다른 것이 당길 때
첫 여행지는 덴마크로 가 보자. 뻔한 데로 가기는 싫지만 언젠가는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랄까? 왜, 마트나 편의점에서 우유 사려고 할 때 "대한민국 수도 우유"랑 "에브리데이 우유" 사이에서 괜히 "지금 이야기하는 이 나라" 우유가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Alphabeat(왼쪽)와 MØ

덴마크에는 인디 음악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은 몇몇 보석들이 있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뮤지션이 댄스 팝 밴드 Alphabeat다. 일렉트로니카와 록을 바탕으로 산뜻하고 발랄한 팝을 들려주는 이 혼성 그룹은 'Fascination', 'Boyfriend' 등으로 자국을 넘어 영국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Alphabeat의 음악은 대표적인 휴양지 음악, 해변 음악으로 통하는 선샤인 팝도 취해 기분을 더욱 유쾌하게 만들어 줄 듯하다.

Iggy Azalea, Major Lazer 등과의 협업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진 일렉트로니카 싱어송라이터 MØ도 덴마크에서 필히 만나야 할 인물이다. 전자음악이 기반이지만 인디 팝과 R&B의 요소를 결합해 오묘한 맛을 선사한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힙"한 스타일의 예가 아닐 수 없다. 2014년에 낸 데뷔 앨범 [No Mythologies To Follow]는 그런 특색 덕분에 많은 매체로부터 호평을 들었다.

온화하면서도 아름다운 표현, 차분한 멜로디로 한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소프트 록 밴드 Michael Learns To Rock도 덴마크의 명물이다. 아직도 라디오 방송에 신청곡이 쇄도하며 각종 팝 컴필레이션 앨범에 빠짐없이 들어갈 만큼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여기에 청량감으로 가득한 1990년대 댄스음악의 대표 주자 Aqua를 곁들이면 덴마크 나들이는 가볍게 마무리된다. Aqua 노래가 아동용 같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꽤 되지만 여행에서는 이렇게 가벼운 노래가 오히려 좋다.

Alphabeat - Fascination
Alphabeat - Boyfriend
Mo - Never Wanna Know
Mo - Walk This Way
Michael Learns To Rock - Paint My Love
Michael Learns To Rock - Sleeping Child
Aqua - Barbie Girl
Aqua - Cartoon Heroes

스웨덴 |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음악 관광지
음악여행을 마음먹었으면 스웨덴행 티켓을 끊는 것은 기본이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팝의 전설 ABBA의 고향이며, 불세출의 프로듀서 Max Martin을 배출한 대중음악의 비옥한 땅이다. 또한 최근에는 Swedish House Mafia, Avicii, Alesso 등 일렉트로닉 댄스음악 디제이/프로듀서들의 산실로서도 위용을 뽐내고 있다.

요즘 잘나가는 Tove Lo부터 체크하자. 10대 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으며 학창 시절에는 록 밴드를 결성해 역량을 다진 그녀는 지난해 발표한 데뷔 앨범 [Queen Of The Clouds]를 통해 작곡 능력과 준수한 가창력을 두루 갖춘 가수로 인정받았다. 앨범은 통통 튀면서도 강직한 면을 동시에 보유해 묵직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Tove Lo는 정규 음반 이후로 더 많은 작곡 의뢰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Adam Tensta(왼쪽)와 Cardigans

스웨덴에도 많은 래퍼가 있지만 나라 바깥에서도 큰 인기를 얻는 이는 없다. 하지만 Adam Tensta 하나만큼은 기억해 둘 만하다. 그는 유럽의 전통이라 할 강력한 유로댄스 반주에 중저음의 래핑을 실어 근사하고 특색 있는 힙합을 들려준다. 보통 영어로 랩을 하는데 영국식 억양이 아니라서 영국 특유의 일렉트로 합, 힙 하우스와도 구분된다. 여러 비디오게임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My Cool'은 그의 노래 중 최고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록 밴드 The Cardigans를 놓치면 섭섭하다. 이들은 1996년 'Lovefool'이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사운드트랙으로 쓰이면서 스웨덴 인디 신을 넘어 지구촌 곳곳으로 이름을 드날렸다. 맑음과 선선함이 물씬 풍기는 편안한 스타일은 젊은 팝 애호가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이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2000년대 중반 들어 활동을 중단했지만 2012년 재결성했고 얼마 전에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출연하기도 했다.

유럽은 헤비메탈의 강호, 스웨덴 역시 많은 헤비메탈 밴드가 활약했으며, 여전히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다. 그중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이들은 (이름마저 유럽인) Europe일 것이다. 계속해서 이름을 부르는 탓에 애절함이 곱절로 느껴지는 'Carrie'와 신시사이저 연주가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것만 같은 'The Final Countdown'을 들으며 1980년대 헤비메탈, 하드록 감성을 만끽해 보자.

Tove Lo - Habits (Stay High)
Tove Lo - Talking Body
Adam Tensta - My Cool
Adam Tensta - Rocket Boots
The Cardigans - Lovefool
The Cardigans - Carnival
Europe - Carrie
Europe - The Final Countdown

아일랜드 | 오묘함과 대중성이 함께 넘실거리는 곳
아일랜드는 단연 포크와 록으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다양성이 받쳐 주지 않는 나라는 아니다. Laura Izibor는 2009년 선보인 1집 [Let The Truth Be Told]가 빌보드 앨범 차트 40위 안에 오름으로써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소울, R&B 가수로 발돋움했다. 당시 시장 트렌드에 맞게 어쿠스틱 반주 위주의 질박한 사운드를 내세워 너른 관심을 받았으며 힘과 섬세함을 겸비한 보컬로 긍정적인 평을 들었다.

U2(왼쪽)와 Cranberries

그래도 만인이 인정하는 아일랜드의 넘버원 뮤지션은 U2다. 1970년대 중반에 결성해 작년에 낸 13집 [Songs Of Innocence]까지 특별한 휴지기 없이 어느덧 40년을 활동해 오고 있으며, 발표하는 음반마다 상업적인 성공과 매체의 호평을 동시에 이끌어 내니 실로 최고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정치사회적 사안을 가사에 담아내 묵직한 존재감을 표하고 있다. 남녀노소가 이들에 열광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U2의 공연을 보겠다고 프랑스에는 가지 말자. 아버지가 피곤해지는 일이 생길 수가 있으니.

개그 코너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Ode To My Family' 덕에 지금도 친숙한 The Cranberries도 1990년대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보컬리스트 Dolores O'Riordan의 독특한 음색과 생기 넘치는 표현력이 돋보이는 'Zombie', 'Salvation' 등이 영국과 미국에서 히트했으며, 아일랜드의 감성을 한껏 머금은 데뷔 싱글 'Dreams'는 텔레비전과 라디오에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면에서는 The Cardigans와 비슷하지만 The Cranberries는 강한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냄으로써 본인들만의 경쟁력을 갖췄다.

아일랜드는 한때 큰 사랑을 받은 보이 밴드 Boyzone과 Wedtlife의 고향이기도 하다. 미국의 New Kids On The Block에 대한 영국의 대답이었던 Take That의 아일랜드 버전을 계획한 것이 Boyzone이었다. 또 Boyzone의 성공에 탄력받아 그룹의 매니저가 사이먼 코웰과 제작한 2탄이 Westlife였다. 두 그룹 모두 한때는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리메이크 노래를 많이 내는 옛날 옛적 아이돌로 전락했다.

Laura Izibor - Shine
Laura Izibor - If Tonight Is My Last
U2 - With Or Without You
U2 - Beautiful Day
The Cranberries - Zombie
The Cranberries - Dreams
Boyzone - Love Me For A Reason
Westlife - Uptown Girl

프랑스 | 고급스러운 음악이 가득한 나라
다수가 프랑스를 거론하면 샹송이나 고급스러움이 그득한 프렌치 팝을 이야기할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오늘날 프랑스는 일렉트로니카 대국으로 인식된다. 근사하다 싶으면 십중팔구 프랑스 뮤지션일 만큼 프랑스는 이제 멋진 전자음악으로 음악팬들을 유혹한다. 프랑스에 음악 투어를 와서는 왠지 도도한 표정을 지어 줘야 할 것만 같다.

우선 Manceau를 만나 가볍게 그루브를 타 본다. 2009년 결성해 2012년 데뷔 앨범 [Life Traffic Jam]을 발표한 이들은 단순한 구성, 이와는 대비되는 풍족한 선율을 장점으로 인디 음악 마니아들의 마음에 신속히 파고들었다. 록과 신스팝, 바로크 팝 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돼 아기자기한 맛도 있다. 데뷔 앨범은 Tahiti 80의 멤버가 프로듀싱을 맡아서 조금은 그들의 음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프랑스는 전자음악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R&B, 소울 쪽은 그렇지 못하다. 오래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을 내는 뮤지션이 별로 없고, 언어의 벽 때문인지 영미 시장에 진출하는 가수도 많지 않다. 그나마 가장 많이 알려진 이들이 자매 듀오 Les Nubians이다. 데뷔 앨범 [Princesses Nubiennes]은 버진 레코드를 통해 발매된 덕분에 미국에서도 어느 정도 좋은 성과를 냈다. 이를 계기로 자매는 Black Eyed Peas와 협업도 했지만 미국 시장에 완전히 들어앉지는 못했다.

C2C(왼쪽)와 Breakbot

네 명의 디제이로 구성된 턴테이블리즘 밴드 C2C는 DJ Shadow, Mix Master Mike 같은 디제이들처럼 난해한 연주를 들려주지 않는다. 정말 "프랑스 감성"이란 것을 섭취했는지 사뿐한 멜로디와 품위 윘는 리듬을 배합한 브레이크비트, 일렉트로 스윙을 선사한다.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턴테이블 연주가 "자신만의 소리를 찾는 장인의 심오한 기예"만 있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Baby I'm Yours'의 환상적인 뮤직비디오로 소문을 탄 Breakbot을 빠뜨릴 수 없다. 세련미, 깔끔함, 흥, 신선함, 완성도를 골고루 갖춘 멋진 뮤지션이다. 노래를 플레이하는 순간부터 고개와 발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마법을 보인다. "역시 프랑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것이다.

Manceau - Full Time Job
Manceau - The Way It Is
Les Nubians - Makeda
Les Nubians - Saravah
C2C - Down The Road
C2C - Genius
Breakbot - You Should Know
Breakbot - Baby I'm Yours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658&expose=true


덧글

  • 2015/07/30 19:1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7/31 11:2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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