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빵빵 터진 사운드트랙 원고의 나열

여름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블록버스터다. 실제로 1990년대에는 "여름을 맞아 블록버스터 영화가 극장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문장이 영화 관련 기사에 꼭 들어갈 만큼 거대 자본을 입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여름에 집중적으로 개봉되곤 했다. 하지만 이는 확실히 옛말이다. 영화 산업이 나날이 성장하면서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자된 영화들이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1년 내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영화들은 많은 음악팬까지 사로잡는 사운드트랙도 꼭 대동하니 음악 감상의 폭도 넓혀 주는 셈이다. 큰 사랑을 받은 OST를 들으면 영화들에 대한 기억도 다시 생생하게 살아날 듯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팝 클래식과의 만남
어느 날 갑자기 외계인들에 의해 끌려가 우주의 부랑아가 된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분)는 어머니가 준 노래 테이프를 들으며 유년 시절, 지구에서의 기억을 붙잡아 둔다.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이었던 그 테이프에는 1960년대, 70년대에 히트했던 록, 소울 노래들이 녹음돼 있다.

워낙 옛날 노래라 젊은 음악팬들은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텐데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테이프의 수록곡들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났다. 모든 노래가 주옥같지만 The Jackson 5의 'I Want You Back'이 슬픈 시퀀스 뒤로 반전의 즐거움을 안길 때 쓰여 가장 인상적이었다.

테이프에는 "죽여주는 믹스(Awesome Mix Vol. 1)"라는 타이틀까지 붙어 있다. 예전에 놓아하는 노래들을 테이프에 녹음해 듣던 시절에는 이처럼 자기만의 앨범 제목을 짓기도 했다. 많은 이에게 추억을 샘솟게 한 사운드트랙이었다.

The Jackson 5 - I Want You Back
10cc - I'm Not In Love
Marvin Gaye and Tammi Terrell -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분노의 질주 | 차도 달리고 음악도 달리네
사람만 살아남고 차들은 모조리 부수기 바쁜 초특급 인본주의 폐차물 "분노의 질주"는 많은 시리즈가 제작되며 21세기 최고의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했다. 슈퍼카들의 어마어마한 달음박질이 주를 이루다 보니 사운드트랙도 자연스럽게 강렬한 비트, 빠른 템포의 노래가 다수를 차지한다. 1편의 'Rollin' (Urban Assault Vehicle)'을 비롯해 Joe Budden의 'Pump It Up', Pitbull의 'Krazy', 2 Chainz와 Wiz Khalifa가 함께한 'We Own It (Fast & Furious)' 등이 화면에 들어가 속도감을 높였다.

올해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주인공 폴 워커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녔다. 주제곡이었던 'See You Again'은 그를 추모하는 대중의 마음 덕에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2주 비연속 1위를 기록했다. 시리즈의 사운드트랙 가운데 느린 템포의 곡이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은 것은 처음이다.

Joe Budden - Pump It Up
Pitbull - Krazy
Charlie Puth, Wiz Khalifa - See You Again


007 제임스 본드 | 귓가에 착 달라붙는 고성능 접착 음악
한국에서는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이름 말하기"를 명대사처럼 간직하며 수십 년의 역사를 이어 온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그 오랜 전통에 힘입어 최고의 액션 영화로 추앙받고 있다.

일격필살의 격투, 최첨단 무기를 앞세워 다이내믹한 영상을 선보이는 것과 달리 주제곡은 잠잠한 스타일이 많았다. 때문에 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목숨을 걸고 일하지만 무명전사일 수밖에 없는 제임스 본드의 고독한 처지가 노래에서 느껴진다. 곡 분위기는 우울해도 캐릭터의 충실한 반영, 기승전결이 명확한 구성으로 귀에 잘 들어오는 것이 007 주제가의 전통적 매력이다.

007의 주제가를 부르는 영광은 당대 가장 잘나가는 가수에게만 주어졌다. 때문에 오는 11월 개봉 예정인 "007 스펙터"의 사운드트랙을 누가 부를지도 음악계 관심사가 되고 있다. 매체의 예상은 Lana Del Rey, Sam Smith, Florence Welch, Lady Gaga 등에 쏠리는 상황이다.

Sheryl Crow - Tomorrow Never Dies
Duran Duran - A View To A Kill
Adele - Skyfall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 액션만큼 짜릿한 BGM
콜린 퍼스 주연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주인공의 근사한 슈트발과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명언,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액션을 앞세워 국내에서 기대 이상의 큰 수익을 기록했다. 진한 폭력성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음에도 6백만 명이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스코어(클래식 기반의 연주곡)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에그시(태런 에거튼 분)가 불량배들의 차를 빼앗을 때 흐르는 Dizzee Rascal의 'Bonkers', 가장 정신없는 시퀀스를 장식하는 Lynyrd Skynyrd의 록 명곡 'Free Bird', 폭력적인 장면을 희화적으로 묘사하는 데 쓰인 KC & The Sunshine Band의 디스코 클래식 'Give It Up', 엔딩 크레디트를 차지하는 Iggy Azalea의 'Heavy Crown' 등 다양한 신구 노래들을 만날 수 있다.

Dizzee Rascal – Bonkers
Iggy Azalea - Heavy Crown
KC & The Sunshine Band - Give It Up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그래도 OST는 괜찮았어
항간에는 "아줌마들의 포르노"라고 불리며 여성들을 주요 타깃으로 공략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홍보를 노린 자극적인 문구에도 불구하고 쪽박을 차고 말았다. 영화가 흐지부지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이것이 시리즈로 계획됐기 때문에 속편을 기다려 봐야 한다는 옹호 여론도 존재한다. 어쨌든 36만 명이 조금 넘는 관객수는 영화가 큰 소문이 날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운드트랙은 다르다. 올해 나온 영화 OST 앨범 중 가장 좋다고 해도 될 만큼 괜찮다. 최근 대중음악의 트렌드인 얼터너티브 R&B, 일렉트로팝, 우울한 분위기로 중무장한 다운템포 스타일의 팝 등이 마련돼 있다. 신 나는 걸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만족감이 덜하겠지만 몽환적인 발라드를 원하는 청취자들에게는 딱이다.

Ellie Goulding - Love Me Like You Do
The Weeknd - Earned It
Skylar Grey - I Know You


헝거게임 | 영화도, 노래도 사이좋게 우울하다
어느덧 시리즈는 끝을 향해 바짝 왔다. 2012년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첫선을 보인 영화 "헝거게임"은 올해 11월 마지막 네 번째 작품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생존 게임에 참가했을 뿐이지만 어느 순간 강인한 여전사가 돼 민중을 구한다는 설정으로 영화는 여성들에게 열띤 지지를 얻었다. 덕분에 주인공 제니퍼 로렌스도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사운드트랙 역시 비교적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Taylor Swift와 혼성 컨트리 듀오 The Civil Wars가 함께한 1편의 'Safe & Sound', Coldplay가 부른 2편의 'Atlas', 벨기에 싱어송라이터 Stromae 등이 작업한 'Meltdown' 등은 유럽과 미국에서 히트했다. 젊은이들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만큼 요즘 10대, 20대들에게 인기 있는 젊은 뮤지션들이 섭외된 것이 사운드트랙의 공통점. 또한 이들의 노래에서 비교적 엇비슷하게 나타나는 우울함은 영화가 내보이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한층 부각한다.

Taylor Swift - Safe & Sound
Stromae - Meltdown
Lorde - Yellow Flicker Beat


아이언맨 | 토 사장 따라 음악도 금강불괴
남산 위에 저 소나무도 아니면서 친히 철갑을 두르사 2008년부터 격년으로 악의 무리 소탕하러 다니시는 세계 최고의 재벌 영웅 아이언맨. 있는 분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테러범한테 잡혀서 죽을 고생을 해 봐야 발현된다는 것을 몸소 입증하신 훌륭한 분이기도 하다.

강철 슈트 안에 쿠션이나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가 없음에도 미사일을 맞든 높은 곳에서 추락하든 부러지는 곳 하나 없이 멀쩡한 걸 보면 슈트가 좋은 게 아니라 토니 스타크가 금강불괴의 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사운드트랙도 아이언맨처럼, 토니 스타크처럼 강하다. 1편 초반부 공군 지프를 타고 이동할 때 흐르는 'Back In Black'에 이어 2편 역시 도입부 엑스포 도착 장면에 쓰인 'Shoot To Thrill' 등 AC/DC의 하드록이 인상적이다. 2편 중 토니 스타크와 제임스 로드 중령이 싸울 때 디제이가 튼 Rob Base & DJ E-Z Rock의 'It Takes Two', Daft Punk의 'Robot Rock'도 강렬함을 보충했다.

AC/DC - Shoot To Thrill
Daft Punk - Robot Rock
AC/DC - Back In Black
Rob Base & DJ E-Z Rock - It Takes Two
Andrew Stockdale - Keep Moving


스파이더맨 | 그는 음악도 기구하도다
마블 코믹스 역사상 가장 빈곤한 청년 영웅 스파이더맨. 없는 형편임에도 명색이 슈퍼히어로인지라 스코어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피터 파커의 저주스러운 빈티 때문인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영화 속 중요한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면 관객에게 인상을 줬을 텐데 그렇게 쓰인 노래들이 거의 없었던 것이 한계였다.

그나마 가장 인상적인 곡은 3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계에서 온 물질에 쓰여 베놈(Venom)으로 악화되기 전, 넘치는 자신감으로 거리를 지나는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며 느끼하게 춤을 출 때 흐르는 James Brown의 'People Get Up And Drive Your Funky Soul'이 베스트다. (싱글 버전이 아닌 9분이 넘는 리믹스 버전의 4분 30초쯤, 7분쯤에서 영화에 사용된 부분을 들을 수 있다)

Snow Patrol - Signal Fire
Macy Gray - My Nutmeg Phantasy
James Brown - People Get Up And Drive Your Funky Soul (Remix)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682&expose=true


덧글

  • 2015/08/08 23:0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8/09 18:0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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