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넴이 제작한 [사우스포(Southpaw)] 사운드트랙 원고의 나열


영화 [사우스포(Southpaw)]의 사운드트랙은 에미넴(Eminem)과 그의 동료들이 참여해 믿음을 더한다. 힙합에 관심이 없는 이라고 할지라도 누구나 익히 아는 힙합의 대명사 에미넴은 거침없는 표현과 에너지 넘치는 래핑으로 데뷔 이래 한결같이 최고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그래미 어워드에서만 '최우수 랩 앨범', '최우수 랩 퍼포먼스' 등 2015년 현재까지 무려 열다섯 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2000년에 발표한 세 번째 정규 앨범 [The Marshall Mathers LP]부터 2013년에 낸 [The Marshall Mathers LP 2]까지 여섯 편의 앨범이 연속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렇게 작품성과 인기가 모두 탄탄한 백인 래퍼는 에미넴이 유일하다.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고르게 얻는 그가 사운드트랙을 맡은 덕에 기대감은 한 번 더 올라간다.

에미넴은 초반부터 강한 스트레이트를 날린다.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가 객원 보컬로 참여한 'Kings Never Die'는 묵직한 전기기타 연주를 입혀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억센 챔피언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한다. 로이스 다 파이브나인(Royce da 5'9")과의 듀오 배드 미츠 이블(Bad Meets Evil)의 'All I Think About'에서는 연타하듯 사납고 날카로운 래핑을 선보인다. 6월 초에 공개된 리드 싱글 'Phenomenal'은 열기와 거친 호흡을 골고루 나타냄으로써 자신의 존재감과 강함을 입증하려고 싸우는 파이터의 실루엣을 상상하게 만든다. 둔중한 드럼과 흐릿하게 울리는 보컬이 메인이 되는 비트는 링에서의 싸움을 연상시킨다.

앨범의 활력은 다른 곡에서도 계속된다. 리코 러브(Rico Love)의 음성이 한쪽에서 부드러움을 담당하는'What About the Rest of Us?'는 둔탁한 드럼 사운드가 생기를 자아내며,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 피프티 센트(50 Cent)의 'Drama Never Ends'는 노래를 부르는 듯한 훅과 넘실거리며 확실한 자국을 남기는 베이스가 육중한 리듬감을 형성한다. 로이스 다 파이브나인과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가 의기투합한 힙합 듀오 프라임(PRhyme)의 'Mode'는 프리미어의 전매특허 붐 뱁 사운드가 질박한 무게감을 퍼뜨린다. 보디빌더 롭 베일리(Rob Bailey)와 프로듀서 찰리 허슬(Charlie Hustle)이 2013년에 발표한 'Beast'의 리믹스 버전은 원본의 일렉트로닉 록 반주에 빠른 래핑이 더해져 거대한 힘을 내고 있다. 본 석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의 멜로디와 하모니를 겸비한 플로가 돋보이는 'Notorious Thugs'도 율동성과 역동성을 살린다.

사실, 쇼킹하게도 제이크 질렌할이 맡은 빌리 호프 역은 원래 에미넴의 차지였다. 에미넴이 섭외에 응하면서 촬영에 들어갔지만 얼마 후 음악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함에 따라 영화 제작이 보류됐다. 이로써 [8마일]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지만 지금의 상황도 전혀 나쁘지 않다. 명배우 제이크 질렌할이 영상에 굳건히 서 있고, 랩의 신 에미넴이 음악을 든든히 받쳐 주는 덕분이다. 무조건적인 믿음이 가는 두 아티스트가 본인들의 전문 영역을 담당하고 있으니 눈과 귀의 만족감이 모두 높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또한 에미넴이 설립한 셰이디 레코드(Shady Records) 소속 래퍼들을 비롯해 뛰어난 힙합 뮤지션들의 참여로 앨범은 다부진 면모를 과시한다. 사운드트랙을 통해 링 위에서 펼치는 격정의 대전이 음악으로, 청각적 감흥이 링 위의 거친 분투로 전이될 것이다.

20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