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 말초신경에만 호소하는 티저 원고의 나열

이번에도 어김없이 몸을 판다. 지난 8월 10일 네 번째 솔로 EP [에이플러스]의 예고 영상을 선보인 포미닛의 현아는 화면 안에서 부단히도 몸을 부각한다. 비키니 차림과 속옷은 기본, 칼집을 낸 핫팬츠를 입어 살을 정성스럽게 드러낸다. 카메라 앵글은 엉덩이와 가슴에 밀착해 보행한다. 지난해 여름에 발표한 '빨개요'의 뮤직비디오와 다를 바 없다. 더욱이 이번에는 팬티만 입는 가일층의 노출을 행하기도 했다. 12일 공개한 티저 사진들 역시 노출의 궤도를 함께 돈다. 참 잘도 벗는다.

놀아나는 것도 잘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한 영상에서 현아는 생산적인 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유흥만 찾는 인물로 나타난다. 낮에는 동네방네 쏘다니거나 쇼핑을 즐김으로써 부잣집 한량임을 증명한다. 또한 밤이 되면 또래 외국인 친구들과 질펀하게 놀기 바쁘다. 술과 담배를 즐기면서 무리를 지어 입술로 지폐를 옮기는 게임을 하는가 하면 마음 맞는 남자와 키스도 나눈다. 늦은 밤 길거리에서까지 술을 마시다가 고주망태가 돼 도로 한가운데에 뻗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다. 예고편의 제목을 '유학생 김 양의 문란한 사생활.avi'로 지었어야 했다.

현아 [에이플러스] 티저 영상 캡처


과감한 노출과 남녀 간의 애정 행각이 곳곳에 자리하니 섹스 코드가 빠질 리 만무하다. 아이스크림을 빨거나 팔에 흘린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는 장면은 영락없는 오럴 섹스의 은유며, 화장실에서 변기를 잡고 토할 때 요가의 고양이 자세를 취해 엉덩이를 강조하는 것은 성교 체위의 암시다. '빨개요'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티저 영상도 섹스에 대한 불굴의 집념을 표출한다.

그러고 보면 무척 의아하다. 명색이 가수, 게다가 곧 나올 신보를 알리는 비디오인데 외국에서 망나니짓 하는 딸내미의 일상 기록만 계속된다. 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현아의 몸매와 야한 의상, 난잡한 행위를 내보내는 데에 에너지를 쏟을 뿐 음악은 뒷전이다. 말 그대로 저편 뒤에 깔린 일렉트로니카 반주는 '현아가 이런 댄스음악을 선보일 것'이라는 평범하고 뻔한 전언만 건넨다. 음반, 노래에 대한 예고라기보다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 높은 속도감을 내는 영상 화보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현아 [에이플러스] 티저 영상 캡처


우리나라에서 티저는 이제 통례처럼 습관화됐다. 짧게는 10초 안팎, 길게는 1분 내외의 길이로 편집한 미니 영상은 많은 가수가 신곡과 온전한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에 앞서 거의 반드시 선보이곤 한다. 일단 내기만 하면 네티즌 사이에서 소식이 돌고 이것이 자연스레 홍보가 되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를 발표하기 전 노래와 동일한 길이의 '리릭 비디오(lyric video, 노래의 보컬에 맞춰 가사를 내보내는 영상)'를 제작하는 근래 외국의 풍속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우리와 외국의 상이한 현상은 음악을 중심에 두는 것과 그렇지 않음에 대해서도 깨닫게 한다.

티저를 감각적인 콘텐츠로 꾸미는 것은 현아만이 아니다. 디홀릭의 '쫄깃쫄깃', 헬로비너스의 '난 예술이야', 스텔라의 '떨려요', 스테파니의 '프리즈너' 등 최근에 나온 다수 걸 그룹, 여가수의 티저가 노출과 성적 암시를 공통된 기호로 갖는다. 이것들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선정성, 섹스 코드의 천착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말초신경에 호소하는 비디오는 끊임없이 줄을 잇는다. 자극적인 장면을 담으면 사람들을 쉽게 현혹할 수 있고 화제가 되기에도 수월한 까닭이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건실한 탐구, 역량의 성장을 내버린 채 음탕한 이미지, 노골적인 안무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벗고 교태를 부리는 것이 자신의 특기라 할지라도 그것이 가수로서 자랑거리는 되지 못한다.

(한동윤)
2015.08.25ㅣ주간경향 1140호

네이버 뉴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33&aid=0000031239

덧글

  • 코코아스토리 2015/08/19 17:28 #

    티져영상은 한마디로 야동입니다 미성년자가 보면안됩니다 완전히 반나체를 들이되네요
    근데 현아는 똥을쌀까요?
  • 역사관심 2015/08/19 17:35 #

    대체 뭘 하자는건지 이쯤 되니 아이돌시대 끝이 궁금하군요.
  • 불청객 2015/08/19 23:49 # 삭제

    홍보를 위해 대놓고 벗어놓고, 벗은 걸 얘기삼으면
    '왜 그것만 얘기하냐'라고 따지는!
    지들 한 건 생각 안하고 남들 생각만 강요하는!

    남자가 봐도 멋지게 생긴 남자가 세계 최고라 지칭되는 멋진 불후의 명곡을
    다 벗고 올누드로 부른다.
    그렇다면 과연 그 장면을 보는 여성들은 '노래를 들을까', '올누드를 볼까'

    결국 자기 하기 나름인 것을,
    지가 보여줘놓고 그것만 본다고 나중 되서 '지랄'하는 꼴인거지요.

    그녀의 팬들이 좋아하는 게 그녀의 음악일까요, 그녀의 '몸'일까요?

  • 연신내 목살러버 2015/08/20 11:02 # 삭제

    이런 망국적 추세의 결말은 뭘까요? 두렵습니다 ㅜㅜ
  • anchor 2015/08/21 10:07 #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께서 소중하게 작성해주신 이 게시글이 8월 21일 줌(zum.com) 메인의 [이글루스] 영역에 게재 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8월 21일 줌에 게재된 회원님의 게시글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동윤 2015/08/21 10:59 #

    네,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말들도 많다 2015/08/21 11:29 # 삭제

    평론 평가에 지치는 우리 ... 그냥 좋으면 보고! 싫으면 그만!
  • 기묘한 4월 2015/09/01 19:37 #

    평론이라면서 잡지 기고문 서두에 "이번에도 몸을 판다"고 당당히 쓰는 선정성이 놀랍군요. 기고자는 물론 데스크의 잘못이 큼. 선정적인 소재를 선정적으로 다루기, 이게 3류 찌라시의 패턴인데 이 글이 딱 그거.
  • 기묘한 4월 2015/09/01 19:46 #

    그리고 나름대로 이름있는 "주간경향"의 데스크가 오케이했다는 게 충격적임. "여성" 연예인의 과한 노출을 "매춘"에 비유하는 "평론가", 그걸 그대로 실어준 자칭 진보언론. 어쩌면 이해되는 조합인듯.

    또 과한 노출을 "평론가"가 매춘으로 바로 연결시키는 심성은 꼰대,남성중심의 심성도 엿보임. 여배우가 베드신을 했다고 창녀로 인식하는 무지같은 것도 보이고.

    여러 의미에서 놀라운 평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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