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갱스터 랩의 융성기를 읽는 최적의 텍스트 스크린 상봉

일단은 재미있다. 영화의 모델이 된 N.W.A와 힙합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보면 더 재미있겠지만 웃긴 대사도 간간이 나오고 힙합 음악이 계속 깔려서 화면과 이야기에 탄력이 붙는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상황이 이따금씩 자리하는 것도 화면에 집중하게 해 준다.

아무리 전기 영화라고 해도 영화이기에 사실에 살이 붙을 수밖에 없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도 마찬가지로 극적인 연출이 일정 부분 나타난다. 하지만 곡을 쓰는 과정, FBI의 협박, 멤버들 간의 갈등, 매니저와의 불화, 해체 무렵 멤버들의 디스까지 흥망성쇠를 비교적 잘 기록했다.

중간에 1992년에 일어난 로스앤젤레스 폭동 때의 장면도 아주 잠깐 나오긴 하는데 이 부분을 한인들의 피해는 생각하지 않은 채 흑인들의 정당한 분노 폭발로 미화하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LA 폭동 전인 1991년에 아이스 큐브(Ice Cube)가 발표한 '블랙 코리아'(Black Korea)가 한인사회와 흑인사회 간의 갈등을 조장한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Black Korea'와 같은 앨범에 수록된 N.W.A 디스곡 'No Vaseline'만 강조했다. 뭐, 로스앤젤레스 폭동에 대한 사정을 다뤘으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됐겠지만...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영화 같은 감동을 만들기 위해 멤버 중 이지 이(Eazy-E)의 이야기를 후반부에 배치한다. 그것이 관객을 가슴 뭉클하게 만들 수 있고 어지러운 N.W.A의 궤적과 멤버들의 불화를 한 방에 정리해 줄 수 있기에. 이 부분에서 영화는 다소 늘어진다. (나중에 영화 끝나고 왜 이렇게 러닝타임이 긴 거야? 하면서 이 부분을 원망했다) 이지 이를 거의 주인공급으로 띄워 주면서 그의 솔로 앨범에 대한 시퀀스가 하나도 없는 건 영화가 그의 삶을 대체로 영화적 클라이맥스로 이용했다는 방증이다.


영화에서 뜬금없이 웃겼던 순간이 디오시(The D.O.C.), 워렌 지(Warren G), 스눕 도그(Snoop Dogg) 등이 소개될 때였다. 실제 인물과 워낙 비슷한 사람을 캐스팅해서 속으로 폭소를 터뜨렸다. 디오시가 사고를 당하는 것까지 넣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이게 실제로도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기에 다시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영화 마지막쯤에 실제 래퍼와 똑같은 배우를 하나 더 캐스팅해 재미를 준다.

난잡한 장면도 많지만 힙합 음악의 역사, 흑인 빈민들의 황량한 삶, 뮤직 비즈니스의 냉혹함 등 주의 깊게 헤아려 볼 내용도 담겨 있어 은근히 알차게 느껴진다. 음악, 역사, 인생이 녹아든 서부 힙합의 충실한 체험관이나 다름없다.

덧글

  • 슈3花 2015/09/10 12:45 #

    두 번 볼 예정입니다! 하앍 하앍! 근데 상영관이 ㅠㅠ
  • 한동윤 2015/09/10 15:07 #

    인기 끌 영화가 아니라서 상영관이 얼마 없겠네요 ㅠㅠ
  • 지구밖 2015/09/10 20:28 #

    오오오 이런 영화가 있었군요. 솔직히 nwa음악은 거의 모르지만요.
  • 한동윤 2015/09/11 10:32 #

    모르셔도 힙합을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
  • 작두도령 2015/09/11 10:07 #

    분명히 9월 10일 개봉작인데 저희 동네 극장 상영시간도 처참한 수준이군요;;
    (빨리 보러 가야겠...)
  • 한동윤 2015/09/11 10:34 #

    찾아보니까 마니아들이나 볼 영화치고는 상영관이 많은 편인 것 같기도 하네요;
    암튼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관람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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