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시장 최고 권력자가 된 [무한도전]과 방송사 원고의 나열

올여름 가요계 최고의 승자는 MBC [무한도전]이었다. 지난 8월 22일 가요제 녹화분 방송에 맞춰 나온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앨범은 출시와 동시에 각종 음원 사이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발매 20일가량 지난 9월 초 현재까지도 기세는 쇠하지 않아 수록곡들은 여전히 1위와 상위권을 지키는 중이다. 언론에서 '대전(大戰)'이라 칭하며 그렇게 설레발을 놓던 걸 그룹들의 집중 출격도 [무한도전]을 당해 내지 못했다.

7월 초 가요제 준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무한도전]은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기존 멤버들과 짝을 이룰 뮤지션들이 방송에 출연하자 그들이 이전에 낸 노래가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른바 '역주행'이 일어난 것이다.

MBC 무한도전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 로고

인디 밴드 혁오의 2014년 노래 '위잉위잉', 올해 5월에 발표한 '와리가리'는 이내 음원 차트 1, 2위를 차지했다. R&B 가수 자이언티가 작년 가을에 낸 '양화대교'도 다시 차트에 소환돼 나란히 상위권을 누볐다. '양화대교'는 올해 열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R&B/소울' 부문을 수상할 만큼 발표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혁오의 노래들은 그렇지 못했다. 마니아들이 향유하던 노래가 단숨에 히트곡 대열에 들었고 혁오 역시 많은 사람이 아는 인기 밴드로 거듭났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무한도전]의 권세 덕분이다.

가요제를 통해 선보인 몇몇 노래는 그리 대중적이지 않다. 상주나(정준하, 윤상)의 '마이 라이프'(My Life)는 일렉트로 하우스와 덥스텝, 일렉트로 펑크를 혼합한 스타일로서 국내에서 이런 양식이 인기를 얻은 적이 거의 전무하다. 댄싱게놈(유재석, 박진영)의 스윙, 일렉트로니카 퓨전 '아임 소 섹시'(I'm So Sexy)도 주류에서 흔히 볼 수 없다. 오대천왕(정형돈, 혁오)의 '멋진 헛간'은 컨트리 록 장르, 국내에서는 바비빌, 유랑, 스트릿건즈 같은 뮤지션이 들려줘 왔지만 단 한 번도 다수의 관심을 받은 적이 없다. 비주류 음악임에도 음원 차트에서 환대받는 실정은 [무한도전]의 강대함을 한 번 더 증명한다.

최근 엠넷의 [쇼 미 더 머니] 참가자들이 부른 노래가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수록곡들의 순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위너로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한 송민호를 제외하고 인크레더블, 블랙넛 같은 래퍼들은 이 정도 성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이 역시 프로그램의 인기에 기인한 결과다.

2015년 9월 8일 자 멜론 차트 캡처

방송이 히트곡을 배출하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순간 시청률이 높고 화제가 되는 방송이 대중음악계에서 맹위를 떨치게 됐다. [쇼 미 더 머니],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MBC [복면가왕] 등 서바이벌,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얼마 지나면 [슈퍼스타K]와 [언프리티 랩스타]의 새로운 시즌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순위 다툼을 벌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현상으로 이후 나타날 그림이 충분히 예측된다.

혁오와 자이언티를 비롯해 가요제의 노래들까지, 두 달 넘게 [무한도전]이 음원 차트를 군림하는 중이다.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를 시작으로 2년마다 개최한 가요제는 매번 여러 히트곡을 출품했다. 하지만 올해의 열기가 다른 때보다 월등히 오래 지속되고 있다. 마니아 성향의 노래들도 성공하는 것을 감안하면 [무한도전]의 위세가 더욱 커졌음을 절감하게 된다.

팬덤이 두터운 아이돌 가수들이 신곡을 출시하면 웬만해서는 차트 상위권에 든다. 이처럼 노래를 냈다 하면 음원 차트를 휩쓰는 가수를 가리켜 '음원 깡패'라고 칭한다. 아이돌에게만 붙던 이 타이틀은 이제 방송이 당당하게 거머쥔다. 방송이 깡패다.

(한동윤)
2015.09.22ㅣ주간경향 1144호

주간경향과 네이버 뉴스에는 '무한도전 가요제 "역시나!"'라는 제목으로 게재됐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33&aid=0000031409

덧글

  • 지나가다 2015/09/16 18:34 # 삭제

    대다수의 음악이 트렌드이고 무한도전 또한 트렌트의 한 부분이겠지만, 무도가 가진 힘은 정말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았다고 봐도 되겠네요. 덕분에 혁오 혼자 알고있던 저는 부심을 못부리는군요 껄껄
  • 슈3花 2015/09/17 09:24 #

    역시 홍보에는 방송만한 게 없네요. 아직은.
  • anchor 2015/09/18 10:19 #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께서 소중하게 작성해주신 이 게시글이 9월 18일 줌(zum.com) 메인의 [이글루스] 영역에 게재 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9월 18일 줌에 게재된 회원님의 게시글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