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Bro), 일베는 탈출했지만 구린 것들은 남아 있다 원고의 나열

2014년 3월 신인 가수 브로(Bro)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데뷔곡 '그런 남자'의 급작스러운 인기 때문이었다. 노래는 높은 연봉과 큰 키 등 좋은 스펙을 가진 남자를 찾는 여성을 지탄하는 내용으로 흥미를 유발했다. 모바일 메신저에서의 대화로 제작한 뮤직비디오도 친근감을 어필하며 히트에 한몫했다. 며칠 뒤에는 걸 그룹 벨로체가 여성 입장의 답가 '그런 여자'를 발표해 더욱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브로는 방송 출연 한 번 없이 단숨에 유명인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뜨거웠던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여성과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성향으로 잘 알려진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에 그가 올린 자필 감사 편지가 공개된 순간 환대는 냉대로 바뀌었다. 같은 해 7월 두 번째 싱글 '고백했는데'를 출시했지만 '그런 남자'의 성적에는 한참 모자랐다. 브로에게 붙은 '일베 가수' 꼬리표는 음악 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브로는 이전의 행적을 부정했다.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편지는 자신이 쓴 것이 아니며 일베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고 변명했다. 모든 것이 회사 대표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6월에는 전 소속사를 상대로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음원 수입 2억 5천만 원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소속사로 둥지를 옮겼다 '일베 가수'가 아닌 그냥 브로로 출발하겠다는 뜻이다.


새 시작을 선언했지만 음악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달 초 발표한 1집 [지엠 더 브로 에스윤](GM The Bro S.Yoon)의 수록곡들은 피아노, 현악기 위주로 마감된 발라드가 주를 이룬다. '최저시급', '고백했는데' 같은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들도 전형성을 부연한다. 사실 그동안 낸 노래들을 모아놓은 음반이라 신선할 것은 없다. 감정 과잉의 보컬도 계속된다. 브로는 데뷔 앨범을 통해 SG 워너비, KCM의 아류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코믹함을 기조로 한 노랫말도 변함없다. '최저시급'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해 축의금도 못 내고 적금도 들지 못하는 처지를 자조하며, '삼겹살에 김'은 전 여자 친구가 양다리를 걸쳤다는 사실을 희화적으로 풀어낸다. 슬플 때는 강원도 횡성에서 소를 몬다면서 "음매" 하며 울음소리까지 내는 '슬픈 남자'는 평범한 곡에 가사는 익살스럽게 입히는 브로의 특징을 대표한다.

이 우스꽝스러움에는 불편한 면도 보인다. 남자에게 데이트 비용을 전가하고 비싼 선물을 원하는 일부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잡쉈잖아', 대출까지 받아 성형수술을 시켜 줬더니 자신을 떠나 버렸다는 '아몰랑', 좋아하는 여성에게 잘해 줬지만 그녀는 자기를 이성 아닌 친구로 생각한다는 '고백했는데' 등이 그렇다. 이들 노래는 남성을 연애의 피해자로, 여성은 몹쓸 존재로 묘사한다. 이런 사례가 실제로 있긴 하나 여성에게 아픔을 주는 남성 역시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의 노래는 여성만을 힐난하니 '여성 혐오' 딱지가 붙지 않을 수가 없다. 영락없는 일베 코드다.

브로는 2014년 한 인터뷰에서 "브로라는 가수를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한 곳이 일베이기 때문에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해서 편지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랬던 그가 일베로 자신을 홍보한 전 소속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1년 사이에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니 황당하다. 가사에서 여전히 풍기는 일베의 정서를 생각하면 더 어이없다.

이미지 세탁도 중요하겠지만 음악 스타일의 쇄신도 만만찮게 시급하다. 고루한 발라드 문법, 철 지난 편곡, 전개가 빤히 예상되는 개그 방식, 쥐어짜서 듣기 거북한 소몰이 창법 등 여러 요소가 식상하고 답답하다. 자신을 선하게 포장하려는 행동도 구리고 음악도 구리다.

(한동윤)
2015.10.27ㅣ주간경향 1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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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nchor 2015/10/22 10:31 #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께서 소중하게 작성해주신 이 게시글이 10월 22일 줌(zum.com) 메인의 [이글루스] 영역에 게재 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10월 22일 줌에 게재된 회원님의 게시글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동윤 2015/10/22 14:48 #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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