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콘셉트, 걸 그룹 침체의 대안 원고의 나열

걸 그룹은 언제나 여름철 음원 차트의 강자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마마무, AOA, 씨스타, 티아라, 나인뮤지스, 여자친구, 소녀시대, 걸스데이, 원더걸스, 에이핑크 등 많은 걸 그룹이 한꺼번에 나왔으나 모두 "무한도전"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7월 혁오의 '위잉위잉'과 '와리가리', Zion.T의 '양화대교'를 시작으로 9월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음반까지 두 달 넘게 "무한도전"과 관계된 노래들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장악했다. 게다가 "쇼 미 더 머니"도 강세를 보였으니 걸 그룹들은 방송 프로그램 때문에 고배를 든 셈이었다.


여름이 지났다고 해서 걸 그룹의 출현이 뜸해지는 것은 아니다. 유니콘, 베리굿, DIA (다이아), 러블리즈, A.H.H.A (아하), 리더스, 에이데일리, 멜로디데이 등 여전히 많은 팀이 나와 시장을 메운다. 걸 그룹들의 각축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10월 중순 현재 차트 높은 자리에 위치한 주인공은 레드벨벳에 불과하다. 여름 내내 차트를 독점한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의 인기가 많이 식은 상황인데도 돋보이는 인물은 극소수다. 이러한 현상은 걸 그룹들이 내던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예상치 못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콘셉트의 차별화다. 깜찍함, 섹시함을 표하는 것은 이제 예사, 지금 같은 침체는 콘셉트의 식상함에 따른 대중의 피로감 증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평범하지 않은 스타일로 참신함을 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오마이걸 | 동화에서 나온 듯한 소녀들
이달 초 두 번째 EP [CLOSER]를 발표한 오마이걸은 데뷔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로 변화를 감행했다. 이들의 타이틀곡 'Closer'는 사춘기 소녀의 풋풋한 사랑, 동화 같은 감성을 나타내 독특함을 표한다. 이성을 향한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은 여느 가수들과 마찬가지지만 애교를 부리거나 들끓지 않는다. 적극적인 자기표현이 익숙한 시대에서 마치 멀고 먼 옛날 서방님을 그리워하는 아녀자처럼 마음이 닿기를 소망하며 정적인 자세로 일관하니 오히려 새롭게 들린다.

편곡도 가사를 잘 부각해 준다. 옅게 퍼지는 듯한 톤의 신시사이저, 번잡스럽지 않은 리듬, 저 뒤에서 차분히 흩날리는 것 같은 나지막한 코러스, 여백과 공명에 포커스를 준 구성 등 음악도 판타지 성향을 증대한다. 전자음을 통해 현대적인 느낌은 충분히 보여 주고 있으나 이를 유행하는 패턴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이 특징이 되기도 한다.

동화적 정서를 띠는 것이 100퍼센트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신연령이 낮아진 가사를 누군가는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콘셉트가 효과를 지속하려면 순수한 감정을 세련되게, 성숙하게 표현해 내야 한다. 그래도 애프터스쿨을 모방하던 'CUPID' 시절에 비하면 성공적인 모습이다.

크레용팝 & 풍뎅이 | 코믹함으로 블루오션을 찾다. 하지만…

데뷔 때부터 통통 튀는 가벼움을 지향했으나 좀처럼 눈에 띄지 않던 크레용팝은 '빠빠빠'로 본인들만의 유쾌함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일본 걸 그룹 모모이로 클로버 Z의 의상을 따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같은 해 선보인 '꾸리스마스' 또한 '빠빠빠'의 포맷을 반복한 데다가 또다시 모모이로 클로버 Z가 입었던 옷과 유사해 논란을 일으켰다. 크레용팝의 코믹함에서 큰 부분을 담당한 패션은 일본 문화에 빚을 진 것이어서 씁쓸했다.

그럼에도 모방 행위는 잦아들지 않았다. '어이 (Uh-ee)' 때는 일본 만화 속 도둑의 흔한 차림새와 비슷했고, 'FM'은 전대물, 특촬물이라 불리는 히어로 애니메이션의 유니폼을 따랐다. 이처럼 일본 문화를 지속적으로 가져다 쓰는데 모모이로 클로버 Z를 표절하지 않았다는 변명에 믿음이 갈 리 만무하다. 다른 걸 그룹과 구분되는 스타일은 염치없는 모방 때문에 빛이 바랬다.


2013년 데뷔한 트리오 풍뎅이도 유머러스함을 뽐낸다. 이들은 데뷔곡 '알탕'에서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로 랩을 하며 구수한 멋과 친근한 이야기를 동시에 표현했다. 그런데 이 콘셉트가 다소 애매하다. 사투리 래핑, 코믹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도 아니고 중심 음악 노선이 댄스음악인지 힙합인지도 모호하다. 노래들이 북적거리기만 할 뿐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별로 없다. 장르와 콘셉트에 대한 집중을 명확히 하고 노래를 지금보다 깔끔하게 세공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러버소울 | 우리나라에도 여성 힙합 그룹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힙합을 전문으로 하는 여성 그룹은 얼마 없어서 러버소울은 등장 자체로 눈길이 갈 만하다. 1990년대에 디바, 오투포 같은 팀이 있었지만 랩을 중심 문법으로 둔 것은 아니었기에 러버소울이 더 돋보일 수밖에 없다.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에 멤버 킴이 합류한다고 하니 힙합 마니아층을 넘어 더 많은 대중이 이들을 알게 될 것이다.


러버소울이 존재감을 빛내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많은 작품을 선보여야 할 것 같다. 올해 2월에 발표한 데뷔 싱글 'Life'와 'Lonely Friday'는 느낌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아서 래핑이나 음악적인 독창성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했다. 또한 세 멤버 각자의 매력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했다. 곡들을 통해 본인들이 요즘 유행하는 힙합 음악이 아닌 90년대, 2000년대 초반의 정서를 좋아함을 밝히긴 했으나 대단히 멋스럽게 풀이한 편은 아니었다. 특별한 힙합 걸 그룹으로 자리 잡는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스텔라 & 포엘 | 더 강력한 섹시 도발
생존에의 압박은 극단적 선택을 강요한다. 2011년 데뷔한 스텔라는 신화의 에릭이 제작했다는 사실로 주목받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 쏟아진 관심의 전부였다. 2012년과 2013년에 신곡을 냈으나 대중의 눈에 들지 못했다. 마음이 초조해진 이들은 2014년 '마리오네트'를 선보이면서 레오타드와 스타킹만을 착용하는 파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안무도 퇴폐적이었다. 비난이 따랐지만 스텔라는 관심을 받은 것에 만족했다.


이후 신곡 두 편을 더 냈지만 '마리오네트'만큼 이목을 끌지 못하자 올해 '떨려요'에서 다시 노골적인 안무와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본인들은 이렇게 해서라도 기회를 잡고 싶다고 말하니 측은함이 크다. 노출과 야한 의상이 화제가 되긴 수월할지 몰라도 이런 섹스어필로만 기억되기도 쉬움을 명심해야 한다.

스텔라가 '마리오네트'로 활동할 무렵 가요계 걸 그룹들의 섹스어필은 극에 달했다. 걸스데이, AOA, 레인보우 블랙 등 다수의 팀이 치마를 들추고 멤버끼리 몸을 쓰다듬는 등 신체 일부를 부각하는 안무를 행했다. 성적 퍼포먼스가 실로 만개한 때였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니 지상파 방송사들은 "몸을 더듬지 말 것", "의상을 열어젖히지 말 것", "무대에 눕지 말 것" 등에 이르는 걸 그룹 안무 규제 리스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시장의 포화 상태에서 후발 주자는 더 강한 표현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포엘(4L)이 성인이 보기에도 민망한 춤으로 가득한 뮤직비디오를 출품했다. 아니, 뮤직비디오를 빙자한 싸구려 야동이었다. 포엘은 자극적인 퍼포먼스로 경쟁을 거듭하게 되면 반드시 최악의 경우가 나타난다는 이치를 입증한 본보기였다. 이는 결국 가수 본인들의 이미지만 깎아먹는다. 세게 나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910&startInde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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