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25주년 닌자 튠의 대표 아티스트들 원고의 나열

영국의 인디 레이블 닌자 튠(Ninja Tune)이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Coldcut의 두 멤버 Matt Black과 Jonathan More가 1990년에 설립한 닌자 튠은 DJ Food, Bogus Order, Kid Koala, 9 Lazy 9 등 언더그라운드의 뛰어난 뮤지션을 거듭 소개함으로써 인디 음악의 위대한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초반에는 브레이크비트, 트립 합, 인스트루멘틀 힙합에 주력했으나 90년대 중반을 지나며 힙합과 전자음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다양한 아티스트를 들이고 다른 인디 레이블과 연계하면서 록, 소울 음반도 제작하기에 이른다. 매번 참신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출품한 닌자 튠은 이제 명실상부한 인디 음악의 요지가 됐다. 메인스트림과는 다른 음악, 신선한 스타일을 원하는 음악팬들에게 닌자 튠은 곁에 두고 싶은 보고가 될 것이다.


Letherette | EDM, 인스트루멘틀 힙합의 기대주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 온 Richard Roberts와 Andrew Harber가 결성한 영국 듀오 Letherette는 재즈 힙합, 앱스트랙트 힙합, 일렉트로니카를 망라한다. 이들은 인디 레이블 호 텝(Ho Tep)에서 2010년과 2011년 각각 EP 한 장씩 낸 이후 2012년 닌자 튠과 계약했다. 데뷔 초기에는 J Dilla, Madlib 같은 뮤지션이 연상되는 그루비한 인스트루멘틀 힙합을 들려줬던 탓에 오히려 호 텝 시절이 닌자 튠의 특성과 어울려 보이기도 한다.

2012년 닌자 튠에서 처음 낸 EP [Featurette]부터는 댄서블한 일렉트로니카로 성향을 확 바꿨다. 샘플링 기반의 작업이 그대로 나타나긴 하지만 힙합의 느낌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그래도 세련미는 변함없다. 2013년에 낸 정규 1집 [Letherette]는 다이내믹한 일렉트로니카, 전자음 위주의 섹시한 인스트루멘틀 힙합을 고루 담은 수작이다.


Kelis | 이적 후 더 진화하는 중견 R&B 싱어
우리나라에서는 통신사 CF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Milkshake'로 유명한 Kelis는 데뷔 때부터 보통의 R&B 가수와는 달랐다. 컨템퍼러리 R&B를 근간에 두면서 힙합 소울, 네오 소울, 펑크(Funk) 록, 일렉트로닉 성향의 음악 등 여러 스타일을 함께 표했다. 이러한 다채로움은 프로듀서 The Neptunes의 손길을 타고 나온 것. Kelis는 3집까지 그들과 협업하면서 독자성을 구축했다. 2010년 발표한 5집 [Flesh Tone]에서는 Benny Benassi, David Guetta 등 일렉트로닉 뮤지션을 프로듀서로 섭외해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으로 완전히 방향을 돌렸다.

Kelis는 2013년 닌자 튠과 계약하면서 또 한 번 큰 변화를 찾았다. 지난해 발표한 여섯 번째 앨범 [Food]는 레이블의 전통인 실험성과 다양성을 이입한 듯 트래디셔널 팝과 고풍스러운 소울의 혼합('Floyd'), 소울-펑크('Hooch'), 아프로 비트('Cobbler'), 포크('Bless The Telephone') 등으로 폭넓은 음악 세계를 마련해 보였다. 트렌디하지는 않지만 원숙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런 장점에도 앨범의 상업적 성적은 레이블과의 마찰 때문에 홍보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2집만큼이나 미미했다. 하지만 다시금 새로움을 도모했다는 사항은 새 둥지에의 안착을 유의미하게 만든다.


The Cinematic Orchestra | 우울함의 나락에 빠지고 싶게 만드는 음악
영국의 뉴 재즈, 다운템포 밴드 The Cinematic Orchestra는 이름처럼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특정한 정경을 연상시키는 음악으로 평단과 음악팬을 매료했다. 이들의 곡은 대체로 길이가 긴 편이지만 탄탄한 연주와 은근한 긴장감을 앞세워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수많은 드라마에 이들의 음악이 삽입된 것과 영화 2008년 다큐멘터리 영화 "크림슨 윙: 미스터리 오브 더 플라밍고스"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한 이력은 The Cinematic Orchestra의 매력과 특징에 대한 요약이 될 것이다. 분위기가 항상 침잠해 있는 것도 특성 중 하나,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우중충한 날, 기분이 우울할 때 들어야 제맛이다.

예술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긴 해도 전체적인 느낌이 너무 어둡고 장황하다 보니 차트에 오른 곡이 없다. 그래도 2007년 발표한 세 번째 정규 앨범 [Ma Fleur]의 수록곡 'To Build A Home'은 여러 드라마에 쓰이면서 이들의 대표곡으로 등극했다.


Lee Bannon | 종잡을 수 없는 음악 변덕쟁이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프로듀서 Lee Bannon도 데뷔 때부터 쉽지 않은 음악을 했다. 그의 음악은 힙합과 일렉트로니카를 근간으로 하나 이를 풀어내는 모양새는 최근 주류 차트에서 인기를 얻은 일렉트로 합 트랙들과는 퍽 다르다. 이런저런 효과음과 음원 샘플이 곁들여진 비트는 산만하고 불규칙하다. 힙합, 트립 합, IDM 등이 혼합돼 나타나 듣기가 꽤 까다롭다.

이런 그가 닌자 튠에 들어갔으니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다. 2011년 미국 인디 레이블 플러그 리서치(Plug Research)(이곳도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많이 속해 있다)를 통해 데뷔한 후 2013년 닌자 튠으로 이적해 발표한 [Alternate/Endings]에서는 드럼 앤드 베이스, 브레이크비트 등 전보다 격렬하고 빠른 음악으로의 변신을 행했다.

올해 출시한 [Pattern Of Excel]을 통해 Lee Bannon은 또 한 번 색다른 성향을 선보인다. [Alternate/Endings]와 달리 이 앨범에서는 앰비언트, 드론 등으로 채도와 온도, 속도를 낮춘 음악을 들려준다. 과연 같은 사람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만큼 그는 무척 변화무쌍하다. 심지어 다작을 하는 편이라 다음에는 또 어떤 음악을 할지 궁금해진다.


Coldcut | 영국 댄스음악, 힙합 성장의 기폭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Matt Black과 예술 교사 생활을 했던 Jonathan More가 디제이로 활동하면서 1980년대 중반에 결성한 Coldcut은 영국의 힙합, 댄스음악의 성장을 이끈 뮤지션으로 평가받는다. 그들이 1987년에 발표한 'Say Kids What Time Is It?'은 M|A|R|R|S의 'Pump Up The Volume'과 더불어 샘플링을 기반으로 한 힙합, 일렉트로니카의 효시로 여겨진다. 이듬해 선보인 'Doctorin' The House'가 히트하면서 이러한 샘플링 기반의 곡은 당시 댄스음악의 트렌드가 됐다.

활동 초기 'People Hold On', 'My Telephone' 같은 노래들을 통해 애시드 하우스 등의 댄스음악을 선보인 Coldcut은 1993년 앨범 [Philosophy]에서는 R&B, 소울, 애시드 재즈 등으로 표현 스타일을 한층 확장했다. 90년대 중반에는 트립 합, 브레이크비트로 주력 양식을 바꿨으며, 2006년 앨범 [Sound Mirrors]에서는 힙합, R&B, 록 등을 풀어낸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줬다.


Toddla T | 그와 함께하면 어디든 클럽이 된다
열네 살 때 디제잉을 시작해 학교까지 그만두고 일찌감치 음악의 길에 뛰어든 영국 프로듀서 Toddla T도 닌자 튠의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다. 디제이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내공을 쌓은 그가 2009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Skanky Skanky]는 영국 뮤지션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라임, UK 거라지 등 영국 특유의 전자음악, 힙합 퓨전을 들려줬다.

닌자 튠으로 소속사를 옮겨 2011년 출시한 2집 [Watch Me Dance]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하우스, 댄스홀, 일렉트로 펑크 등 더 많은 장르를 끌어들여 다채로움을 보완했다. 이는 또한 영국 특유의 억센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기능도 한다. 비록 현재까지 히트곡은 없지만 댄스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을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Kid Koala | 턴테이블리즘 인간문화재
불세출의 턴테이블리스트 Kid Koala는 닌자 튠의 개국공신 중 하나다. 그는 1996년 자력으로 비정규 음반 [Scratchcratchratchatch]를 출시했다. 여러 노래와 이런저런 음원을 믹스해 만든 이 추상적인 작품은 당시 막 개화하기 시작한 턴테이블리즘의 한편을 훌륭히 장식했다. 이 음악의 가치를 알아본 닌자 튠이 음반을 공식 유통함으로써 언더그라운드 실험 음악의 핵심 레이블로 부상하게 된다. 하지만 곡에 사용된 샘플들의 저작권 문제로 [Scratchcratchratchatch]는 "홍보용"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나와야 했다.

이후 몇 편의 리믹스 작업을 하고 힙합 밴드 Bullfrog로 쉬엄쉬엄 활동하던 그는 2000년 첫 솔로 데뷔 앨범 [Carpal Tunnel Syndrome]과 힙합 그룹 Deltron 3030의 멤버로서 그룹의 1집 [Deltron 3030]를 출시했다. 난해한 턴테이블 연주는 그대로였으며 닌자 튠을 본거지로 한 것도 똑같았다. 변함없이 닌자 튠에 머무르는 Kid Koala는 긴 세월 차를 두면서 꾸준히 신보를 발표하고 있다.

주기가 길다는 점이 아쉽지만 비인기 장르인 턴테이블리즘을 죽 해 오고 있는 역사는 기릴 만하다. 연주 샘플을 길게 끌어서 화성을 만드는 특유의 작법과 대사를 조합해 이야기를 꾸미는 치밀한 연출도 대단하다. 대중성은 현저히 떨어지더라도 Kid Koala는 분명히 멋진 음악을 한다. 닌자 튠에 속해 있기 때문에 상업적인 부분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다.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950&startIndex=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