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아웃 보이(Fall Out Boy)의 힙합 변신 [Make America Psycho Again] 원고의 나열


4집 [Folie a Deux] 이후 저마다 새로운 스타일을 모색하면서 충전의 시간을 보낸 멤버들은 2012년 재결합에 뜻을 일치시켰다. 지난 몇 년 동안 각자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의 색채를 배제한 음악을 해서인지 2013년에 낸 [Save Rock and Roll]은 전과는 조금 다른 노선을 취했다. 펑크보다는 팝 록과 팝 쪽으로 성향을 기울인 모습을 나타냈다. 물론 경쾌한 사운드와 데뷔 EP의 타이틀부터 시작해 다수 노래들로 전통을 쌓은 특유의 장문 작명은 그대로였다. 폴 아웃 보이는 빌보드 차트 13위에 오른 앨범의 리드 싱글 'My Songs Know What You Did in the Dark (Light Em Up)'으로 자신들을 향한 인기가 식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올해 발표한 6집 [American Beauty/American Psycho]도 전작에 이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해 건재함을 또다시 선전했다. 위상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근사하게 2막을 이어 오고 있는 폴 아웃 보이는 지난 10월 중순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전했다. [American Beauty/American Psycho]의 수록곡들을 힙합 버전으로 재가공한 리믹스 앨범 [Make America Psycho Again]을 발표한다는 것이었다. 록 밴드가 힙합을 들고 나온다니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색하게 느껴지는 작업은 결코 아니다. [Infinity on High]의 'Thriller'에서 제이 지(Jay-Z)를 부른 것을 시작으로 4집의 'Tiffany Blews'에서는 릴 웨인(Lil Wayne)을, 5집의 'The Mighty Fall'에서는 빅 숀(Big Sean)을 섭외하는 등 힙합 뮤지션과의 교류를 이어 왔기 때문이다. 노래 제목에 로큰롤을 담았던 엘튼 존(Elton John)과의 듀엣곡 'Save Rock and Roll'에서도 힙합의 작법을 덧대 보였을 정도로 폴 아웃 보이는 힙합과 친밀하다. 앨범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드러낸 힙합에 대한 애정을 종합해 알리는 판이다.

애틀랜타의 힙합 트리오 미고스(Migos)가 참여한 'Irresistible'부터 힙합 필이 충만하다. 곡은 원래의 브라스 편성을 거두고 지금 시대 힙합의 트렌드인 트랩으로 윤색돼 단출한 리듬에 탄력을 실어 보낸다. 펑크와 일렉트로닉 인자를 섞어 날카롭게 질주하던 'American Beauty/American Psycho'는 미니멀한 비트를 입어 차분한 그루브를 발산하고, 어둡고 불안한 대기를 지녔던 'Novocaine'은 원곡의 둔중한 스캣을 소리를 줄여 루프로 사용함으로써 으슥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을 띤다. 수잰 베가(Suzanne Vega)의 대표곡 'Tom's Diner'를 차용한 'Centuries'는 샘플링이 힙합의 전통 작법이라는 사실 때문에 이번 주시 제이(Juicy J)가 참여한 버전이 한결 친근하게 다가온다. 가장 경쾌한 노래 중 하나인 'Uma Thurman'은 오리지널의 진행을 이어 가다가 위즈 칼리파(Wiz Khalifa)의 파트부터 힙합과 일렉트로니카가 혼합된 비트를 깔아 클럽 친화적인 흥겨움을 퍼트린다.

방향을 확 튼 편곡을 통한 재미, 래퍼들의 참여로 인한 특별함은 다른 곡에서도 발견된다. 'The Kids Aren't Alright'는 아질리아 뱅크스(Azealia Banks)를 처음부터 생각한 듯 그녀가 평소에 했던 일렉트로닉 반주를 배치해 완전히 새로운 정서를 표출한다. 또한 그녀의 자늑자늑한 래핑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배가한다. 블루스를 살짝 품었던 'Jet Pack Blues'는 새로 추가한 샘플과 빅 크릿(Big K.R.I.T.)의 편안하면서도 억양을 분명히 하는 래핑이 질박한 느낌을 형성한다. 'Favorite Record'는 애틀랜타 출신의 힙합 뮤지션 아이 러브 마코넨(I LOVE MAKONNEN)의 싱잉과 샘플 음원의 보강으로 흑인음악 느낌이 강화됐으며, 애니메이션 영화 [빅 히어로]의 OST로 쓰인 'Immortals'는 훅에서도 같은 체구를 유지하는 일관된 비트, 블랙 소트(Black Thought)의 듬직한 래핑 덕에 힙합 음악다운 면을 획득했다.

진귀하고 특별한 앨범이다. 록 밴드들과 힙합 뮤지션들이 협업한 컴필레이션은 몇 차례 제작되기도 했지만 록 밴드 한 팀이 자신들의 노래를 힙합으로 변환해 선보인 적은 유례가 거의 없다. 편곡만 달리한 것이 아니라 위즈 칼리파, 빅 크릿, 아질리아 뱅크스, 오지 마코(OG Maco) 등 요즘 핫하다는 래퍼들을 모든 곡에 대동해 남다른 생동감까지 갖췄다. 폴 아웃 보이가 세계적인 밴드임은 자명하지만 이번 음반을 통해 록에 관심이 없는 힙합 마니아들에게도 이름을 충분히 알릴 수 있을 듯하다. 또한 폴 아웃 보이가 [Save Rock and Roll]부터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기에 [Make America Psycho Again]은 이후에도 계속될 밴드의 음악적 변신에 대한 예고로서 흥미로움을 더한다. 당장의 재미와 미래를 기대할 신선함이 한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