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존재감을 내는 악기, 하모니카가 들어간 노래들 원고의 나열

악기는 곡을 특징짓는다. 록에서는 전기기타가, 일렉트로니카 장르에서는 신시사이저가 대개 일정한 반복 악절로서 곡의 인상을 좌우한다. Deep Purple 'Smoke On The Water', Eurythmics의 'Sweet Dreams' 같은 노래들이 그러한 예다.

여러 번 반복되지 않아도 곡에 임팩트를 부여하는 악기도 있다. 그중 하나가 하모니카다. 블루스, 재즈, 컨트리, 로큰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용되는 하모니카는 루프를 만드는 임무는 거의 하지 않아도 일단 노래에 들어가면 독특한 음색을 무기로 자기는 물론 그 노래도 돋보이게 한다. 구슬픈 노래는 더욱 구슬프게, 신 나는 노래는 더욱 신 나게 하는 마력을 지닌 하모니카 연주 노래들을 만나 본다.


Billy Joel 'Piano Man'
한국인이 사랑하는 싱어송라이터 Billy Joel의 첫 히트곡 'Piano Man'은 자신의 경험을 담아낸 노래로 유명하다. 몇몇 록 밴드에서 활동하던 Billy Joel은 1971년 1집 [Cold Spring Harbor]를 발표하며 솔로로 데뷔했지만 이렇다 할 인기를 얻지 못했다. 쓰라린 패배를 맛본 그는 생계를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 피아노 바에서 연주자로 일하게 된다. 그때 만났던 손님들과의 일화를 'Piano Man'으로 회상, 기술하고 있다. 노래에서 손님들이 피아노 맨을 부를 때 빌(Bill)이라고 하는 것은 당시 Billy Joel이 바에서 일할 때 Bill Martin이라는 이름을 썼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언제나 피아노가 주가 되는 음악을 해 온 영원한 피아노 맨의 노래지만 곳곳에 들어간 하모니카 연주도 인상적이다. 특유의 음색 덕분에 음악 바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Billy Joel이 직접 연주한 하모니카는 청취자를 그가 피아노를 연주했던 1972년의 그 공간으로 인도한다.

노래의 하모니카 파트는 Bob Dylan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Billy Joel은 Bob Dylan을 보면서 다른 악기를 연주하면서 동시에 (줄로 고정해) 하모니카도 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유튜브를 검색하면 피아노와 하모니카 연주를 동시에 소화하며 노래도 부르는 영상을 볼 수 있다.


Sting 'Shape Of My Heart'
전주만 들어도 찬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노래. 차트에서 높은 순위에 들지는 못했어도 영화 "레옹"에서 여운을 남기는 역할을 제대로 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한 번만 들어도 머릿속에 바로 각인될 만큼 인상적인 기타 리프는 Nas의 'The Message', Craig David의 'Rise And Fall', Sugababes의 'Shape' 등으로 재탄생하며 'Shape Of My Heart'를 대중의 기억에 깊이 자리하게 만들었다.

기타 멜로디도 멋스럽지만 2절 후렴 말미부터 페이드인으로 깔리는 미국 하모니카 연주자 Larry Adler의 연주도 노래의 운치를 더한다. 스미듯 들어갔다가 조용히 빠지는 그의 연주는 이후 티내지 않고 다시 나타나 곡의 쓸쓸함을 배가한다. 전체 분위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방점을 뚜렷하게 찍는 퍼포먼스에서 대가의 노련함을 맛볼 수 있다.


Stevie Wonder 'Isn't She Lovely'
10대가 되기 전에 피아노, 드럼, 하모니카 등을 연주했으며 열한 살에 작곡을 하며 천재성을 과시한 흑인음악의 살아 있는 전설 Stevie Wonder의 1976년 앨범 [Songs In The Key Of Life]의 수록곡으로 딸 Aisha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만들었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이와 관련된 일화를 다뤄 이때 Stevie Wonder가 개안수술에 성공해서 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는 둥 이런저런 루머가 오고 가기도 했지만 그는 수술을 받은 적이 없다.

노래를 들으면 비록 그가 세상에 나온 딸의 얼굴을 볼 순 없었어도 얼마나 기뻐했는지 느껴진다. 되풀이되는 "그녀가 사랑스럽지 않은가요?" 가사도 그렇지만 1절을 마치고 1분 41초부터 등장하는 하모니카 연주가 Stevie Wonder가 느꼈을 기쁨을 대변한다. 2절 이후 다시 나타나 6분 34초 끝까지 이어지는 이 하모니카 연주는 같은 주제를 반복하다가 아이의 울음소리가 나오는 부분부터 조금씩 음을 달리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이전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연주된다. 귀한 혈육을 만나 주체할 수 없는 감정, 고조되는 환희를 하모니카로 표현한 것이다. 자식 가진 부모의 벅찬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Pitbull 'Timber'
2007년부터 서서히 주류 시장에 진입하더니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 가며 "가장 성공한 라틴계 가수" 타이틀을 거머쥔 래퍼 Pitbull의 빌보드 넘버원 싱글. 그의 성공을 이룬 이전 노래들과 마찬가지로 'Timber' 역시 날카로운 전자음을 두르고 있지만 하모니카 연주가 들어간 덕에 한편으로는 구수하게 느껴진다. 때문에 노래는 컨트리의 향도 함께 낸다.

하모니카 연주가 전원(田園)의 정경을 나타내 줬지만 얼마 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Timber'가 하모니카 연주자 Lee Oskar의 1978년 싱글 'San Francisco Bay'를 모방했다며 소송을 걸은 것. 2014년 6월 Lee Oskar를 비롯한 'San Francisco Bay'의 작곡가들은 'Timber'로 인해 3백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San Francisco Bay'의 일부를 따라 한 것을 인정하고 원곡의 작곡가를 공동 작곡가로 기재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The Rolling Stones 'Miss You'
1970년대 디스코가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는지 알게 되는 척도 중 하나가 The Rolling Stones의 이 노래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록 밴드마저도 1978년 'Miss You'에서 디스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그룹은 록 골수팬, 그룹의 팬들로부터 변절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The Rolling Stones의 인지도가 높았기 때문인지, 디스코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 덕분인지 'Miss You'는 빌보드 정상에 등극하는 등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곡의 전반적인 형태는 디스코를 띠지만 블루스 뮤지션 Sugar Blue의 하모니카 연주는 노래가 블루스 느낌을 품도록 만들었다. 이 소리에 집중해서 들으면 오히려 블루스 록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색소폰이 간주에 추가된 덕에 재즈의 향을 내기도 한다. 'Miss You'는 디스코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는 노래였다.


The Doobie Brothers 'Long Train Runnin''
Tracks, Bananarama 등 많은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된 The Doobie Brothers의 1973년 히트곡 'Long Train Runnin''도 하모니카 연주가 들어간 노래 리스트에서 빠질 수 없다. 가벼운 기타 리프로 펑크(Funk)풍의 반주를 완성한 이 곡은 중반부의 하모니카 연주로 한층 흥을 돋운다. 그룹의 리드 싱어 Tom Johnston의 보컬도 박력 있는 데다가 후렴에서는 합창이 나와 경쾌함을 증대한다. 게다가 끝에 다다라서는 템포를 올려 더욱 열띤 분위기를 낸다. 하모니카가 나오는 시간은 24초에 불과하지만 보컬과 연주가 워낙 흥겨워 하모니카의 짧은 출연도 활력을 보강하는 장치로서 확실한 임팩트를 남겼다.


Redfoo 'Where The Sun Goes'
팝 음악에서 하모니카가 쓰인 노래들을 선곡하면 Stevie Wonder의 이름이 몇 번이고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자신의 노래들은 기본이요, 뛰어난 재주를 지닌 덕에 많은 뮤지션이 그에게 하모니카 연주를 부탁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중음악 필드의 중앙에 있는 인물이기에 그에게 요청이 쏠렸다. The Beach Boys의 'I Do Love You', Chaka Khan의 'I Feel For You', Eurythmics의 'There Must Be An Angel (Playing With My Heart)', Raphael Saadiq의 'Never Give You Up' 등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작품에 참여해 왔다.

한때 셔플 댄스의 붐을 일으켰던 "똘끼" 충만 댄스 그룹 LMFAO 출신 Redfoo가 올여름 발표한 신곡에도 참여하며 "하모니카는 역시 Stevie Wonder"라는 말을 절로 나오게 했다. 언제 들어도 바로 Stevie Wonder임을 알 수 있는 특유의 하모니카 음색은 'Where The Sun Goes'에 절묘하게 녹아들어 곡이 그윽함을 내도록 했다. 비트는 경쾌하지만 왠지 모를 고상한 품격이 느껴지는 것은 Stevie Wonder의 연주 때문일 것이다.

1962년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s)에서 데뷔한 Stevie Wonder가 2015년 모타운 사장이었던 Berry Gordy, Jr.의 아들 Redfoo와 협업을 한 것은 실로 특별하고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광석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Bob Dylan과 김광석은 통기타와 하모니카를 함께 연주하는 포크 가수라는 점에서 닮았다. 많은 포크 가수가 그렇겠지만 김광석 역시 Bob Dylan에게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테다. 흠모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김광석은 [다시 부르기 II]에서 Bob Dylan의 1963년 노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를 번안해 불렀다. 한국말로 옮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는 원곡에 없던 드럼이 들어가 리듬감을 새롭게 입었다. 가벼워진 분위기에 맞춰 하모니카도 오리지널과 다르게 밝게 연주되고 있는데, 노래에서 말하는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을 더 요상하고 재미있게 표현해 주는 것이 하모니카 연주였다.


전제덕, 한국의 독보적인 하모니카 연주자
미국에 Stevie Wonder가 있다면 한국에는 전제덕이 있다. 경력이나 위상을 Stevie Wonder와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그만큼 동료 뮤지션의 작품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멋진 음악을 들려주는 뮤지션이라는 사실도 공통된다.

2003년 김석훈 주연의 액션 영화 "튜브"의 OST에 참여하는 등 차분히 경력을 쌓아 온 그는 2004년 솔로 1집 [전제덕]으로 공식 데뷔한다. 워낙 실력에 대한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에 데뷔 이후 인피닛 플로우(I.F), Jay Kim, 박정아, 박주원, 루시드 폴 등 여러 음악인의 러브콜을 받았다. 전제덕은 주류와 비주류는 물론 힙합, 발라드,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로 활동하며 이름을 날렸다. 하모니카를 주의 깊게 듣는 사람이 아니라도 누구나 다 아는 이름이 됐다.

2005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을 수상해 음악성도 인정받은 전제덕은 여전히 활발한 컬래버레이션, 창작과 리메이크를 아우르는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로써 국내 최초로 하모니카를 연주 분야의 주연으로 세운 업적은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박정아 - 결국... 사랑
인피닛 플로우 - Dialogue Part 2 (Soul Trip)
루시드 폴 - 마음은 노을이 되어
어반자카파 - 어색한 로맨스


이 외 하모니카 연주가 들어간 노래들
Snoop Dogg - California Roll
The Beach Boys - I Do Love You
Eurythmics - There Must Be An Angel (Playing With My Heart)
The Hollies – He Ain't Heavy He's My Brother
Raphael Saadiq - Never Give You Up
이범용 - 꿈의 대화
시나위 - Mirror Room
김광석 - 일어나
Alanis Morissette - Superstar Wonderful Weirdos
INXS - Suicide Blonde
Neil Yound – Heart Of Gold
Lee Oskar - Before The Rain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073&startIndex=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