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와 팝에서 만나는 이방인 원고의 나열

이방인은 대중음악에도 자리한다. 자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이방인 뮤지션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개성 강한 독보적인 스타일, 그로테스크한 실험성으로 주류와 확실히 경계선을 그으며 이방인을 자처하는 음악인도 꽤 된다. 음악 자체는 사실 대중 친화적이지만 남다른 사연과 사정으로 이름에 외인의 타이틀을 내보이는 인물도 다수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방인은 노래 안에 무수히 기거한다. 대중음악의 가사는 군중 속에서 외롭게 지내는 사람, 헤어진 연인,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계층을 이방인으로 에둘러 표현한다. 다채로운 함의를 일일이 파악하면 단어가 띤 서먹함 대신 예상하지 못했던 친근함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우리와 가까이 있는 대중음악 속 이방인들을 소개한다.

반전 있는 이방인 이름


포리너(Foreigner)
6인조로 출발한 록 밴드 포리너의 멤버들 출신 비율은 균등했다. 미국인이 셋이었고 기타리스트 겸 키보디스트 믹 존스(Mick Jones), 또 다른 기타 연주자 이언 맥도널드(Ian McDonald), 드러머 데니스 엘리엇(Dennis Elliott) 등 영국인도 셋이었다. 그룹이 결성된 장소는 미국 뉴욕이었지만 대부분 노래를 믹 존스가 작곡했고 때로는 리드 보컬까지 담당하기도 했다. 그가 그룹의 실세였던 셈이다. 그가 외국인이라는 심플한 이유를 들어 밴드 이름을 포리너라고 짓자고 했을 때 이견을 내놓은 멤버는 없었다. 더욱이 4집부터는 미국인 멤버들의 탈퇴로 영국인 멤버가 과반수를 차지하게 됐다. 또한 이들은 영국보다 미국에서 더 큰 성공을 누렸다. 포리너는 1970, 80년대 미국에서 가장 잘나갔던 '외국인' 록 밴드로 남았다.

낯선 사람들
사실 음악팬들에게 멤버들의 면면은 그리 낯설지 않았다. 리더 고찬용은 그룹으로 나오기 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이소라는 김현철과의 듀엣곡 '그대 안의 블루'로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다른 멤버 신진과 백명석은 각각 컴필레이션 앨범과 강변가요제에 참여하면서 이력을 쌓던 중이었다. 그럼에도 자세를 낮추며 본인들을 낯선 사람들이라 명명했다. 작명에는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이들은 맨해튼 트랜스퍼(The Manhattan Transfer)처럼 아카펠라와 보컬 하모니를 중시한 팝, 재즈를 지향했다. 이런 스타일이 당시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았기에 낯설다는 느낌을 이름으로 미리 내보인 것이다. 하지만 부드러운 멜로디와 아름다운 화음으로 그룹은 순식간에 대중의 감성에 파고들었다. 잠깐이라도 낯설 새가 없었다.


아웃캐스트(Outkast)
1980년대 후반까지 미국 힙합의 헤게모니는 동부와 서부로 양분돼 있었다. 대중문화 산업 제반이 뉴욕,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번성했으니 힙합 역시 두 지역의 집중된 팽창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남부 지역의 힙합 뮤지션들은 같은 미국 땅에 살면서도 고립된 느낌을 받아야 했다. 애틀랜타 출신의 힙합 듀오 아웃캐스트는 그 쓰라린 경험을 피력하고자 자신들의 이름을 '왕따, 낙오자(outcast)'로 지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뜻이 무색할 만큼 이들은 여러 장르를 혼합한 개성 넘치는 음악으로 데뷔 때부터 승승장구했다. 'Ms. Jackson', 'Hey Ya!' 등이 세계적으로 히트했고 그래미 어워드에서만도 무려 여섯 번이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출범은 이방인 마인드였을지 몰라도 실적은 미국의 중심, 세상의 주인공이었다.

각나그네
힙합 마니아라면 익히 아는 중견 래퍼. 본명은 김대각으로, 미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그야말로 나그네처럼 생활했다. 때문에 어느 한 곳에 속하지 않는 정서를 자연스레 품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2000년 데뷔 앨범 [Incognito Virtuoso]를 비롯해 몇 편의 음반을 낸 각나그네는 계속되는 개명을 통해 방랑자적 태도를 한껏 표출했다. 2007년에는 슈퍼맨 아이비(Superman Ivy), 2009년에는 자즈(JAZ), 2010년 재지 아이비(Jazzy Ivy)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 또한 이름을 바꿀 때마다 음악 스타일도 조금씩 달라졌다. 물론 전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없지만 좀처럼 정착할 줄 모르는 개명은 인지도와 관심의 저하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오히려 이방인다웠던 처음의 예명이 지금도 가장 익숙하다.

이방인을 노래하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Stranger in Moscow'(1995)
1993년 이 곡을 쓸 당시 마이클 잭슨은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후에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아동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해 세상의 지탄을 받았다. 황색언론이 연일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 탓에 팬들의 불신은 커져 갔다. 마침 [Dangerous] 앨범 발매 월드 투어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상태. 노래는 이때 느낀 설움과 고독감을 모스크바로 도망쳐 온 외국인의 처지로 표현한다. "영광으로부터 갑자기 추락해 행복했던 날들은 멀게 느껴져", "모스크바의 이방인이 되어 외롭게 살아가네" 흑백으로 촬영한 뮤직비디오 또한 노숙인, 집에서 홀로 지내는 사람, 친구들과의 놀이에 끼지 못하는 아이 등을 설정해 쓸쓸함을 부각한다. 이후에도 온갖 루머로 고통받으며 최대한 몸을 숨기고 지낸 그를 생각하면 노래는 더욱 슬프게 들린다.

스팅(Sting) 'Englishman in New York'(1987)
제목부터 '뉴욕의 영국인', 이방인의 정서가 표면적으로 나타난다. 노래의 화자는 커피 대신 홍차를 마시며 한쪽만 구운 토스트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밖을 나설 때에는 지팡이를 꼭 갖고 나간다면서 미국에서 살지만 영국 남성 특유의 생활 방식을 잃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영국의 유명 게이 작가 쿠엔틴 크리스프(Quentin Crisp)에게 헌정하는 이 노래는 그가 미국으로 이주했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방인, 사회의 소수자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수군대거나 차별을 받을지라도 자기 자신을 잃지 말고 항상 당당하라고 노래는 이야기한다. 레게 리듬, 재즈 성향의 터치, 감미로운 화성이 버무려진 근사한 반주 뒤에는 마이너리티를 격려하는 따뜻한 메시지가 숨 쉰다.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빌리 조엘(Billy Joel) 'The Stranger'(1977)
빌리 조엘은 여기에서 우리 모두는 이방인이라고 정의한다. 사람들은 연애하면서 상대방에 대해 이런저런 정보나 살아온 배경 등을 알아 간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각자 숨기는 비밀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어느 정도 낯선 얼굴을 한 채 서로를 대하는 것이며, 감추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낯선 느낌은 더 커진다. 그렇다. 비밀은 유지될 때 순기능을 하는 법, 봉인이 해제되는 순간부터는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기도 한다. 금이 붕괴로 이어진다면 브라보! 연인에서 합의된 이방인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곡의 전주와 후주에는 수미쌍관으로 피아노 연주와 휘파람 소리가 위치한다. 이들이 빚어내는 황량함은 한순간에 끝나 버릴 수 있는 관계의 무상함을 서술한다. 음향으로 잘 표현된 적적함이 제목과 가사를 곱씹게 만든다.

레지나 스펙터(Regina Spektor) 'Summer in the City'(2006)
그리움은 자신을 타인으로부터 격리시킨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거나 특수한 상황 때문에 볼 수 없게 되면 그 사람 생각을 깊게 하느라 주위를 등한시하곤 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늘 지내던 곳에서 많은 사람과 생활해도 이때는 낯선 자리에 나만 덩그러니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Summer in the City'의 주인공은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한다. 하지만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감정에 휩싸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무리를 찾는다. 술집에서 다른 테이블의 대화를 귀 기울여 듣고, 시위에 참가하기까지 한다. 때로는 지인으로 착각한 척 모르는 사람의 어깨를 툭툭 치곤 한다.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한 발악. 노래들이 여러 드라마와 CF 등에 쓰이면서 많은 팬을 확보하게 된 미국 싱어송라이터 레지나 스펙터의 독특한 표현을 만끽할 수 있는 노래다.

매거진 [시리즈] 2015년 가을-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