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집싸이다], 아쉬움이 쌓이다. 원고의 나열



역시 싸이다! 청량음료 제품을 패러디한 타이틀에 걸맞게 유쾌하고 짜릿하다. 자신감 충만한 가사, 귀에 쏙 들어오는 훅, 트렌드와 복고를 아우르는 흥겨운 반주 등 현재의 인기를 허락해 준 동력들이 유감없이 펼쳐진다. 컴퓨터그래픽, 호화로운 세트, 댄서와 배우 등 많은 인원과 물량이 동원된 정교하고 코믹한 뮤직비디오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재미있는 안무도 변함없이 나타난다. 'Daddy'와 '나팔바지'는 싸이다움을 들려주고 보여 주는 노래다. 역시 싸이, 제대로 톡 쏜다.

장점은 그 정도에 국한된다. 앨범의 나머지 노래들은 거듭되는 차용과 이미 나왔던 것들의 반복으로 권태로움을 조달한다. DJ 신철의 인장과도 같은 코멘트를 이름만 바꾼 "디제이 싸이와 함께!", 이효리의 'U-Go-Girl' 가사 "고민 고민 하지 마"가 쓰인 '댄스쟈키'는 첫 노래이기에 물리는 감이 없다. 하지만 다음 노래에서도 비슷한 방식이 이어져 서서히 식상함이 밀려온다. 'I Remember You'는 다섯 손가락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김종찬의 '토요일은 밤이 좋아', 김건모의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제목을 활용해 노랫말을 만들었다. 이 가사들 전에 나오는 "화요일엔 만남을"은 1980년대 후반 MBC에서 방영했던 버라이어티쇼 [화요일에 만나요]를 바꾼 듯하다. 게다가 후렴의 첫 멜로디는 지드래곤의 '삐딱하게'와 유사하기까지 하다. '좋은 날이 올 거야'는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제목을 첫 소절 가사로 배치했다. 일련의 융통 때문에 신선도가 하락한다.

돌려쓰기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Daddy'는 외국 음악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요량으로 윌아이앰(will.i.am)의 2007년 히트곡 'I Got it from My Mama'의 훅을 가져왔다. 윌아이앰이 직접 찬조한 'ROCKnROLLbaby'에서의 짧게 반복되는 오토튠 코러스는 그의 5집 중 'Right Now'에서 "Now" 가사에 기계음을 집중하던 방식과 흡사하다. 노래는 또한 "You know what I'm saying?"으로 '강남스타일'의 포인트 중 하나를 재연한다. '아저씨Swag'에서의 "주책"이란 단어의 활용은 함께한 개코를 염두에 두고 다이나믹 듀오의 '출첵'을 따라 한 기운이 역력하다.

좋게 얘기하면 익숙함이 곳곳에 스며 있는 상태라고 하겠지만 지루함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故 신해철을 추모하는 의미로 담은 'Dream'도 그가 1991년에 발표한 '내 마음 깊은 곳의 너'의 가사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가는 순간인 것을"을 되새김질한다. 그에 대한 기억을 음악팬들과 공유하려는 목적이겠지만 여러 노래에서 같은 식의 차용을 행한 탓에 감흥이 떨어진다. 여기서 싸이가 불러낸 것은 신해철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패턴의 재탕에 기인한 따분함일 뿐이다.


나라 안팎의 높은 인지도에 걸맞게 국내외 스타들이 객원 가수로 참여했으나 이 또한 특별함을 생성하지 못한다. 'Daddy'에서 씨엘(CL)은 "이봐, 네 몸 어디서 난 거니?(Hey, where did you get that body from?)"라고 묻는 것이 전부다. 여기에서 씨엘만의 매력, 씨엘이 노래에 미친 효과는 조금도 감지되지 않는다. 길거리를 지나는 여자 외국인을 섭외해 녹음해도 됐을 허망한 피처링이다. 'Daddy'는 이름 기부, 재능 낭비의 단적인 예다.

싸이는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김준수(XIA)의 음색에 반해 그에게 'Dream'의 보컬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헌정의 뜻이 있기에 평소 신해철과 친분이 두터웠던 가수가 함께했다면 각별하게 느껴졌을 텐데 그런 것이 아니라서 노래는 심히 평범하게 들린다. 곡의 배경이나 의도보다 외관을 더 신경 쓴 결과다. 에드 시런(Ed Sheeran)의 2014년 히트곡 'Sing'에 한국어 랩을 넣어 리믹스한 'Sing (PSYmix)'도 옆에 원작자의 이름만 기재했을 뿐 색다른 것이 없다. 원곡의 아카펠라와 에드 시런의 지명도를 활용한 생색내기, 수록곡 수 늘리기 트랙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앨범도 오랜 시간 함께 작업했으며 '강남스타일'과 'Gentleman'의 엄청난 업적 달성을 도운 유건형이 공동 작곡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1996년 고등학교 재학 시절 서정환과의 댄스 듀오 언타이틀로 데뷔한 유건형은 데뷔 앨범의 모든 노래를 작곡, 편곡하며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과시했다.)

그는 [칠집싸이다]에서 일렉트로팝('I Remember You'), 디스코풍의 댄스음악('나팔바지'), EDM('Daddy'), 펑크(funk)가 가미된 힙합('아저씨Swag') 등 과거의 인기 장르와 현재 유행하는 장르를 두루 표현하면서 흥겨운 판을 조성한다. 어느 정도 다채로움은 마련했으나 각 곡의 참신함은 덜하다. 다시금 트렌드로 부상한 복고, 현재 수많은 젊은이가 환호하는 최신 전자음악 등 장르만을 포착하는 데에 머문다. 캐치한 루프 제작, 사운드의 진화에는 미치지 못한다. 싸이 스스로 디제이 디오씨(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노래라고 소개한 '나팔바지'는 그의 말 그대로며, 'Dream'은 '아버지' 같은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어느 하나를 본보기로 유사한 스타일을 내온 것도 아쉬움을 증대한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대성공, 매체들의 과열 보도 등으로 새 앨범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본인도 외국에서 히트를 이어 가는 것에 어느 정도 욕심이 들었을 듯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도 느꼈을 것이다. [칠집싸이다]는 여러 고민과 고충을 거치고 극복하며 제작한 앨범일 수밖에 없다.

앨범에는 분명 싸이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활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에너지가 '나팔바지'와 'Daddy'의 뮤직비디오에서만 두드러진다. 나머지 노래들은 심심하고 안일하다. 뮤직비디오에서의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표정, 상황 연출, 재미있고 따라 하기 쉬운 안무에 골몰한 탓이다. 청량감은 두 영상에서만 맴돈다.

(한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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