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윤 선정 2015 가요 최악의 이것저것들 원고의 나열

한 해 가요계를 돌아보면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실망스러운 작품도 어김없이 나왔고 불편함이 느껴지는 사건도 여럿 존재했다. 좋은 것만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하지만 결점을 간과한다면 개선과 발전의 여지를 쉽게 잃고 만다. 2016년에는 우리 대중음악계가 올해보다 더 튼실해지길 바란다. 이번 "다중음격"에서는 2015년의 좋지 않았던 작품과 이런저런 화제를 선별했다.


최악의 앨범 | MC 몽 [Song For You]
지난해 화제의 정규 음반 [Miss Me Or Diss Me]를 내며 컴백 아닌 컴백을 한 MC 몽이 넉 달 만에 새 미니 앨범을 냈다. 그가 이렇게까지 창작에 부지런한 뮤지션은 아니었다. 고로 이번 [Song For You] 역시 TV 출연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못하는 그가 온전한 활동을 위해 까는 포석으로 여겨진다.

일련의 행보로 동정과 지지를 갈구하고는 있지만 그는 알맞은 호소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지난번에는 "그리워하든 폄훼하든"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표제를 내걸었던 반면, 이번에는 "당신을 위한 노래"라는 순한 제목을 달고 나왔다. 이는 마치 거짓말로 학원을 땡땡이쳤던 아이가 엄마한테 걸리자 처음에는 자기 고충을 몰라준다며 도리어 성질을 내다가 그게 안 통하니 아양을 떠는 모양새 같다. 여전히 다수가 그를 마뜩잖게 여기는 상황에서 눈치 없는 태도 변화는 실소를 부른다.

음악은 쓴웃음을 짓게 한다. 오케스트라 편곡에 의존한 엇비슷한 반주의 반복, 저연령 맞춤형 사랑 고백 가사, 수준 낮은 라임 구성, 단독으로는 잘하는 것이 없어 계속해서 동료를 소집해 내는 난치성 컬래버레이션 등 요소, 요소가 진부하고 재미없다. 수록곡들은 세상천지의 미사여구들과 이미 작별을 고했다. 군대 안 간 것도 문제겠지만 발전 없는 음악이 정말 큰 문제다.


최악의 싱글 커버 | 노현태, 정상수 '입 닥쳐 (Shut Up)'
한때 '빙(氷)'으로 큰 인기를 얻은 거리의 시인들 출신의 노현태, "쇼 미 더 머니"에 출연해 돌발 행동으로 화제가 된 부산 래퍼 정상수가 뭉쳤다. 둘 모두 거친 래핑을 해 온 전력 그대로 이번에도 센 표현을 담는다. '입 닥쳐 (Shut Up)'라는 제목에서 내용의 강도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곡의 커버가 따로 논다. 센 표현과 커버의 대두 캐리커처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커버 속 그들은 미티 작가의 네이버 웹툰 "야부리맨"의 초기 코스튬을 연상시킨다. 더불어 동네 치킨 가게 전단도 떠올라 왠지 냉장고에 붙여 놓아야 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커버도 노래를 수식하는 일부임을 생각하지 못한 예다.


최악의 리메이크 | 서영은 '비 오는 압구정'
각각 2004년, 2006년, 2007년에 출시된 세 장의 리메이크 앨범, 2011년 '신부에게'(유리상자), '그대를 위한 나'(서영은), 2012년 '가을이 오면'(이문세) 등 다수의 작업 때문에 서영은을 언급하면 리메이크를 떠올리는 이가 많다.

올해도 그녀는 주주클럽의 '나는 나', 브라운 아이즈의 '비 오는 압구정'을 커버했다. 문제는 이 노래들이 하나같이 특별한 해석이나 참신성이 없다는 것. 그녀가 부르면 죄다 무미건조하고 뻔한 발라드가 된다. 노래방에서 노래 못하는 친구가 원곡을 디스코 반주로 변환해서 부르는 것이 그녀의 노래들보다 훨씬 더 감동적일 듯하다.

서영은의 리메이크 역사는 1998년 시작됐다. 데뷔 앨범 [Softly Whispering 'I Love U']에서 푸른하늘의 '겨울 바다'를 재즈 보컬리스트답게 부를 때가 제일 나았다. 무의미하고 태만한 리메이크는 이제 제발 그만하길 바란다.


최악의 뮤직비디오 | 스텔라 '떨려요'
영상에서 나타나는 첫 경험, 처녀성과의 작별에 대한 은유와 상징은 시선을 끈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시종 자극적이라서 거슬린다. 게다가 여성의 음부를 유희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서 영 불편하다. 점점 외설스러워지는 가요 뮤직비디오의 단면을 '떨려요'로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최악의 단체곡 | 'One Dream One Korea'
'One Dream One Korea'는 몇몇 사회단체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사업을 구상하던 중 젊은 세대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생소하게 여기고 있다며 새로운 통일 노래를 제작해 보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노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익숙한 팝 스타일의 노래를 만든다고 반드시 많은 사람이 따라 부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오늘 음원차트 상위권에 든 노래도 한 주만 지나면 쉽게 잊히는 시장에서 이런 뻔한 가요풍의 노래가 돋보일 리 만무하다. 이런 캠페인 성격의 싱글은 특수성과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One Dream One Korea'는 나라 안에서 불릴 노래임에도 가요에서 영어가 익숙한 어린 세대를 위해 영어를 사용했다. 노래를 제작한 배경과 타깃이 애초에 젊은 세대에게 쏠려 있음을 부연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통일을 주제로 잡으면서 특정 집단만을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점부터가 엄청난 하자다. 심지어 노래에 참여한 이들 중 아나운서들은 한 방송사에 편중돼 있고 정당 대표도 일부에 불과하다. 애초에 통일이 안 돼 있는데 어떻게 잘된 통일 노래가 나오겠는가. 'One Dream One Korea'는 보여 주기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다.


최악의 무대 | SBS 라디오 "박영진 박지선의 명랑특급" 공개방송
안쓰러움의 결정판이었다. 9월 5일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SBS 라디오 공개방송("박영진 박지선의 명랑특급")에서 여자친구는 '오늘부터 우리는'을 부르는 중에 몇 번씩 넘어져 측은함을 자아냈다. 이날 많은 비가 내린 탓에 무대가 미끄러웠고, 여자친구는 이른바 "꽈당 퍼포먼스"로 좋지 않은 무대 상태를 검증해 보인 것이다. "휘청"이나 "삐끗"을 제외하고 바닥에 무릎과 손바닥이 닿는 "철퍼덕" 엎어지기만 다섯 번. 이들은 이날 공연을 통해 의도치 않게 낙상 애호가가 됐다.

공연, 방송 특성상 빠른 진행이 불가피하지만 여자친구의 아슬아슬한 공연은 행사 주최측이 무대 점검과 정비에 세심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그리고 저 정도로 계속 심하게 넘어지면 출연자들의 안전을 위해 일단 공연을 중단하는 것이 상식적인 조치일 텐데 이것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행사를 치르는 데에만 급급할 뿐 출연자에 대한 배려를 방기한 무대였다.

생각지도 못한 거듭된 실수에 놀라고 기운 빠졌을 텐데도 끝까지 공연을 치른 여자친구만큼은 대견스럽다.


최악의 클리셰 | DIA (다이아) '왠지 (Somehow)'
복고가 유행이다 보니 옛 기억이 날 만한 인자들을 들인 노래도 하나둘 나온다. 신인 걸 그룹 DIA의 '왠지' 또한 이런저런 요소로 지난날을 곱씹고 있다.

도입부 베이스라인은 김선아의 'Give It Up'을, 그 뒤에 나오는 카메라 셔터 소리는 유승준의 '열정' 방송용 리믹스 버전을 생각나게 한다. 다음에 흐르는 Flavor Flav의 "Yeah boy" 샘플은 워낙 흔한 소스이긴 하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떠올리게 한다. 맨 처음 "Check this out" 샘플을 분절해서 내보낸 것은 파파야의 '내 얘길 들어 봐' 도입부에서 했던 방식과 닮았다. 후렴 뒤 중독성을 내기 위해 스캣이 덧입혀진 간주에서는 언타이틀의 '날개'와 비슷한 톤의 신시사이저가 나온다. 2절 뒤 랩 파트에 쓰인 James Brown의 'Get Up Offa That Thing' 브라스 샘플은 8, 90년대 힙합에서 많이 사용된 인기 아이템이었다. 전주에서 하는 로킹 안무도 90년대 중후반 댄싱 팀 ING가 나타냈던 스타일이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노래는 1990년대를 경험한 음악팬들에게 꽤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거두고 나면 '왠지'는 걸 그룹의 전형적인 특성인 발랄함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오직 그 시절 따라 하기만 존재할 뿐 새로움이나 이들만의 특징이라고 할 게 없다. 복고가 아무리 유행이라지만 포맷과 장식에만 집착하면 실속 없는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악의 가사 | 송민호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아이돌 그룹 위너의 송민호는 "쇼 미 더 머니 4"에 출전해 랩을 하던 중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로 지탄을 받았다. 여자들이 자기 앞에 서면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거나 분만할 때처럼 다리를 벌린다는 뜻일 것이다. 산부인과에서의 통상적인 행동에 비유했지만 결국 이 말은 많은 여성이 본인에게 스스럼없이 몸을 내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많은 여성이 불쾌감을 표하는 것이 당연하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겠지만 모든 표현이 온당하게 받아들여질 수는 없는 일이다. 더불어 센 가사가 힙합에서 많이 등장하긴 해도 수위 높은 표현이 힙합의 본질은 아님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많은 이가 포털 사이트 게시판,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송민호의 가사에 대한 불만, 분노를 표했지만 한쪽에서는 걸 그룹들이 다리를 쩍쩍 벌리는 섹스어필 동작이 활발히 이어졌다. 한 신인 가수는 여성을 자기에게 안달 난 인물로 간주하고, 걸 그룹들은 남성을 유혹하는 눈빛과 몸짓으로 쉴 새 없이 섹스어필에 매진하는 기이한 현상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마주하고 있다.


최악의 안무 | 스텔라 '떨려요'
"벌리고 흔들고 만져라." 스텔라는 오늘날 극단으로 치닫는 걸 그룹 안무의 강령을 충실하게 이행한다. 보기 정말 안쓰럽다.




최악의 변명 | Bro (브로)

지난해 남자의 조건만 따지는 일부 여성을 공격한 '그런 남자'로 많은 관심을 끈 Bro는 여성과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성향으로 잘 알려진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회원이라는 사실로 또다시 화제가 됐다. 그는 "일베"가 자신의 노래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며 커뮤니티에 자필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랬던 Bro는 올해 6월 소속사를 옮기고 180도 다른 태도를 나타냈다.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베"에 대해서 잘 모르며, 편지도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고 했다. 모든 것이 전 소속사 대표가 꾸민 노이즈마케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음원 수입 2억 5천만 원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았다며 전 소속사를 상대로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만 해도 인터뷰에서 회사 대표와 수평적 관계고 자기 의견을 존중해 준다고 말했던 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10월에는 전 소속사의 대표가 Bro를 맞고소하는 일이 있었다. Bro의 거짓 인터뷰 때문에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 전 소속사 대표는 브로가 아이디를 만들어 "일베"에서 직접 활동했고 이를 내세운 마케팅에도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아무튼 잘들 논다.


최악의 심사위원 | 버벌진트
"쇼 미 더 머니"에서 버벌진트, San E 팀의 래퍼들이 음원 미션을 치를 때 팀원 중 한해가 가사를 틀리는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버벌진트와 San E는 블랙넛이 무대 공포증 때문에 항상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사실을 단점으로 들면서 한해 대신 블랙넛을 탈락시켰다. 블랙넛은 이날 공연에서 자기 파트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함께 출연하는 심사위원 일부도 이 결과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황당하게도 얼마 뒤 버벌진트와 San E는 자신들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면서 한해를 떨어뜨리고 블랙넛을 합격시키겠다고 얘기했다. 결과를 뒤집으면서 버벌진트는 "번복진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버벌진트는 과거 자신의 앨범을 비평한 평론가한테 평이 본인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쓰레기라고 욕을 싸지르는 퍽이나 대담한 위인이었다. 그런 그가 좀스럽게 구니 참 신기했다. 심지어 질질 짜기까지. 우유부단 찌질이 새끼가 감히 누구 보고 쓰레기래?


핑백

덧글

  • 식신강림 2015/12/28 11:34 # 삭제

    역시 사이다이십니다~ㅋ
  • ㅇㅇ 2015/12/28 13:46 # 삭제



    마지막 재밌네요 ㅋㅋㅋ
  • 펑크로봇 2015/12/28 13:59 #

    다이아 라는 친구들 노래는 들어본적이 없어서 패스하고 나머지부분은 200%공감합니다.
  • 동사서독 2015/12/29 00:37 #

    마지막 내용은 사족이지
    재밌게 읽다가 맥빠지지
    감정과잉 글은 실망이지
    그 부분 때문에 간장종지
    연말은 calm down take it easy
  • 2015/12/28 20: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ㅇㅇ 2015/12/29 16:11 # 삭제

    캬 시원합니다bb
  • ㅇㅇ 2015/12/29 21:54 # 삭제

    ㅋㅋㅋㅋ마지막보고 빵터짐. 개인적으로 한동윤님의 다듀의 이번 앨범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네요.
  • 지구밖 2015/12/31 01:09 #

    왠지 안타까운 사연도 있고 이불킥도 있네요. ㅎㅎㅎㅎ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