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터보, 15년 만의 반가운 컴백 원고의 나열

1990년대 최고의 댄싱 엔진, 터보가 돌아왔다. 2000년에 발표한 5집 [E-mail My Heart]를 마지막으로 해체한 그룹이 15년 만에 6집 [Again]으로 컴백했다. 올해 초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 팬들에게 기쁨을 안긴 바 있지만 정규 음반을 출시한 것은 예상 밖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원년 멤버 김정남, 김종국에 김정남의 탈퇴 후 빈자리를 메웠던 마이키까지 합세한 트리오로 나와 특별함을 더한다. 오랜만에 이뤄진 반가운 컴백은 예전 음반들까지 꺼내 보게 만든다.


강렬한 음악, 화끈한 춤으로 가요계를 접수하다
터보는 1995년 등장과 동시에 전국 나이트클럽을 장악했다. 미국 가수 Sylvester의 1982년 히트곡 'Do You Wanna Funk'를 차용한 '나 어릴 적 꿈'은 짜릿한 루프와 김종국의 날카로운 보컬로 원기를 발산했다. 또 후렴 뒤에 나오는 "워우워"는 단출함으로 대중의 귀에 빠르게 입력됐다. 김정남의 신들린 듯한 파핑(당시에는 "각기"라는 말도 안 되는 명칭으로 통용됐다) 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1960년대에 발표된 이탈리아 동요로, 국내에서는 박혜령이 번안했던 노래에 랩을 넣어 리메이크한 '검은 고양이 네로'와 '선택'이 연이어 히트하며 터보는 단숨에 스타로 부상했다. 이전에 소방차의 'G Cafe', 성진우의 '포기하지 마'가 표절 의혹을 샀음에도 높은 주가를 올리던 주영훈이 대중적인 멜로디와 단단한 반주의 곡을 제작한 덕분이기도 했다. 앨범 타이틀 [280km/h Speed]처럼 터보는 보란 듯이 쾌속 질주했다.

방송 활동을 한 이 노래들 외에도 현진영의 2집 [New Dance 2]에 실려 있었던 '떠나가지 마'를 커버한 '떠나가는 너', 고음의 신시사이저와 단조 멜로디가 구슬프게 들리는 '죄와 벌'도 소소한 인기를 얻었다.


더욱 화려하고 강하게 약진한 듀오
터보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었다. 엔진을 식힐 새도 없이 이듬해 2집 [New Sensation]을 낸 듀오는 'Twist King'으로 음악 프로그램 정상에 등극했다. The Ventures의 'Wipe Out'에서 가져온 기타 리프, 도입부 바비 킴의 래핑, 김종국이 부른 상쾌한 후렴이 어우러져 경쾌한 분위기를 고조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가사가 일품인 'Love Is... (3+3=0)', 둔탁한 드럼 비트와 색소폰 연주가 그윽함을 자아낸 '어느 째즈바...'가 많은 사랑을 받으며 터보는 약진을 지속했다.

1집 때에는 김정남만 솔로로 춤을 췄으나 2집 활동 때에는 김종국이 숨겨진 비보잉 실력을 과시해 무대를 더욱 다이내믹하게 꾸몄다. 엠넷 "댄싱9"의 마스터로 출연하기도 했던 세계적인 비보이 더키(김덕현)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김종국이 'Twist King' 간주에서 나인틴나인티(한 팔로 물구나무를 선 자세에서 회전하는 동작)를 하는 것에 반해 비보잉을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에서는 'Twist King', 'Love Is... (3+3=0)', '어느 째즈바...'만 선보였으나 터보의 파급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앨범 맨 마지막의 '생일 축하곡'은 전국 술집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흘러나왔다. 당시 술집에 출입한 사람 중 터보의 노래를 안 들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을 만큼 그들의 노래는 번화가 어디든 자리했다.


위기에서도 지속된 히트
하지만 이 시기 소속사의 무리한 스케줄 강행 등 부당한 처우로 터보는 회사와 갈등을 빚고 있었다. 김정남과 김종국이 방송 녹화 중에 갑자기 쓰러지기도 했을 만큼 이들은 고된 일정을 소화하며 혹사당했다. 급기야 둘은 예정된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 돌연 잠적하는 항의성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 얼마 후 김종국은 복귀했지만 김정남은 탈퇴했다.

불미스러운 사건을 덮어 보려는 듯 1997년 리믹스 앨범 [Summer Remix]가 출시됐다. (이때 앨범 재킷에는 김정남의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곡들의 리믹스 퀄리티는 그리 훌륭하지 못했으나 신곡 'White Love 스키장에서'가 그해 겨울의 대표 시즌송이 되면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듭했다.


다시 뛰는 터보 엔진
1997년 마이키를 새로운 래퍼로 영입한(이때 공개 오디션을 봤고 지원자가 무려 3,5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터보는 세 번째 정규 앨범 [Born Again]을 발표했다. 멤버가 바뀌고 타이틀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음악의 주메뉴는 변함없이 유로댄스 그대로였다.

타이틀곡 'Goodbye Yesterday'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Joe Esposito의 1986년 싱글 'Down In Your Soul'에서 가져온 "나나나" 스캣으로 흥과 대중성을 나타냈다. 또 마이키의 목소리가 언뜻 김정남과 비슷해서 낯선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의 첫 가사 "그랬나 봐"가 워낙 선명해 노래 제목을 '그랬나 봐'로 아는 사람이 많았다는 웃지 못할 비화도 있다.

록의 어법을 가미한 후속곡 '금지된 장난'은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연말 분위기를 타고 '회상 (December)'가 히트하면서 터보는 여름뿐 아니라 겨울의 강자로도 우뚝 섰다. 이 외에 포지션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후회 없는 사랑', 2집의 '어느 째즈바...'와 비슷한 무드를 띤 'Always', 전국의 3학년 학생들에게 동질감을 구한 '졸업'도 은근히 인기를 끌었다.

같은 해 출시된 Will Smith의 솔로 데뷔 음반 [Big Willie Style](한국 스페셜 에디션)에는 그와 김종국이 함께 부른 'Just The Two Of Us'가 수록돼 음악팬들의 이목을 사기도 했다.


절정, 쇠퇴, 해체의 순간들
1998년 발표한 4집 [Perfect Love]에서는 '애인이 생겼어요', '허니문 (Honeymoon)'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딕 훼밀리의 '또 만나요'를 댄스음악으로 리메이크한 버전은 전국의 수많은 술집, 나이트클럽에서 폐점 시간의 BGM으로 사용됐다. 이로써 터보는 '생일 축하곡'에 이어 또 한 번 유흥가를 접수하게 됐다.

음악 프로그램과 거리를 접수했던 터보 엔진은 2000년 5집 [E-mail My Heart]에서 급격하게 기능이 저하됐다. 전작들과 다름없이 주영훈, 윤일상 등의 스타 작곡가에게 곡을 받았지만 성적은 예전만 못했다. 김흥국이 라디오에서 "씨버 러버"라고 소개한 사건이 아직도 회자되는 타이틀곡 'Cyber Lover'와 힙합풍의 발라드 'Tonight'가 고르게 방송을 탔지만 예전만큼 강한 열기를 발산하지 못했다. 터보는 몇몇 노래에서 가속화되는 통신 생활, 새천년 분위기를 다루며 나름대로 변화했지만 안타깝게도 큰 성공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김종국의 계약 만료로 존속 마감을 결정한 그룹은 2001년 그간의 역사를 정리하는 의미로 4CD로 구성된 컴필레이션, 리믹스 앨범 [터보 History]를 출시했다. 'White Wedding', ''Rumors' 등의 신곡(사실상 미공개곡)도 포함돼 있었지만 이미 해체가 결정된 상태였기에 팬들의 애정만 소소하게 받는 것으로 그쳐야 했다.


터보를 마감한 뒤의 세 남자
터보 탈퇴 후 허무함에 한동안 인터넷 게임에 빠져 살았던 김정남은 1999년 5인조 댄스 그룹 스냅을 결성해 가요계에 복귀했다. 타이틀곡 'Love II Love'로 방송 활동을 할 때 그는 변함없는 춤 실력을 선보이며 팬들을 기쁘게 했다. 노래는 전기기타를 앞세운 강렬한 반주, 캐치한 훅으로 매력을 발산했다. 하지만 김정남이 갑작스럽게 부상을 입으면서 활동을 일찍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고 이 상황은 그룹의 해체로 연결됐다. 2005년 JN이라는 예명으로 솔로 데뷔 EP [Fast & The Past]를 선보였으나 반응은 저조했다.

마이키도 혼성 트리오 M3를 결성, 2005년 데뷔 앨범 [Modern Music For Most]를 출시해 새로운 가수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남자 멤버 미노가 탈퇴하면서 남은 여성 멤버 미카와 2인조로 활동을 지속했지만 결국 히트곡 없이 해체하고 만다. 타이틀곡 '사랑을 해요'는 '애인이 생겼어요'의 동생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그룹은 터보가 생각나는 친숙함을 어필했지만 결과는 그들의 기대와 달랐다.

노래가 되기에 솔로로 나서도 잘될 줄 알았던 김종국도 초반에는 주춤했다. 이전 소속사와의 마찰로 음반 제작과 홍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01년에 낸 솔로 데뷔 앨범은 거의 묻히다시피 했다. 하지만 SBS "X맨을 찾아라"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주가를 올린 뒤로 '한 남자', '제자리걸음', '사랑스러워', '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 등이 연이어 히트하며 톱 가수 대열에 들었다.


그리고 다시 터보
2인조였던 터보가 이제는 트리오가 돼 돌아왔다. 인원수는 바뀌었지만 모두 터보의 역사를 함께 기록해 온 인물들이라 어색함이 전혀 없다. 앨범 인트로부터 '나 어릴 적 꿈', 'Love Is... (3+3=0)', 'White Love 스키장에서' 등을 짤막하게 들려주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타이틀곡 '다시'는 '나 어릴 적 꿈'과 유사한 "워워워" 스캣과 '선택'의 랩 파트와 비슷한 김정남의 래핑 때문에 옛 기억이 난다.

앨범 [Again]은 전반적으로 터보의 전성기를 재연한다. 김정남과 마이키의 특유의 플로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나이 먹지 않았으며, 다수의 노래가 옛날 터보의 히트곡들과 닮은 구조를 낸다. 일부 가사도 옛 노래를 그대로 옮기고 있다. 예전 같이 유로댄스 곡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중간 템포의 발라드를 다수 마련한 실정도 추억을 공유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15년 만에 이뤄진 컴백은 그룹의 데뷔 20주년에 맞춰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게다가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뭉친 것이라 훈훈하게 느껴진다. [Again]은 터보의 팬들에게는 최고의 이벤트가 될 것이다.

멜론-뮤직스토리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