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20주기, 전설이 된 노래들 원고의 나열

1996년 1윌 가수 김광석이 세상을 떠났다. 브라운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스타는 아니었지만 감동 어린 음악을 들려준 그였기에 음악팬들의 상실감은 무척 컸다. 더욱이 소극장 공연만 1,000회를 넘길 만큼 열정적으로 활동해 온 터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서른한 살의 이른 나이에 김광석은 비정규 음반 포함 여섯 장의 앨범을 남기고 세상을 영원히 등졌다.

그는 갔지만 음악은 여전히 대중 곁에 머문다. 이은미('서른 즈음에'), 김경호('사랑했지만'), 적우('이등병의 편지'), 나얼('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제이래빗('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 많은 가수에 의해 그의 노래가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기 때문이다. 근래 부쩍 늘어난 노래 경합 프로그램,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다수의 참가자가 김광석의 작품을 선곡하곤 한다. 그가 생전에 남긴 노래들은 지금도 가까이에서 울리고 있다.


대중음악계 외곽, 방송 바깥에서도 인기는 대단하다. 2012년 초연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비롯해 [그날들],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 [그 여름, 동물원] 등 그의 노래를 레퍼토리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만 자그마치 네 편이나 제작됐다. 올해로 마무리되는 [김광석 따라 부르기] 대회에는 2012년 시작된 이래 4년 동안 230팀이 참가했다. 지난해 한 이동통신사는 자사 브랜드 캠페인의 일환으로 김광석의 미완성곡을 만들어 내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광석의 노래는 결코 쇠하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과시한다.

김광석의 음악은 첨단, 세련과는 거리가 멀다. 통기타나 키보드, 하모니카의 은은한 연주가 주로 앞에 나서며 단출한 구성을 보인다. 그럼에도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편안함 때문일 것이다. 그의 곡들은 편성이 정갈하고 멜로디도 수더분하다. 지나친 가공이 없어 안온감이 느껴진다.

가사는 다수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등병의 편지'는 입대를 앞둔 청년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며 '서른 즈음에'는 서른 살을 바라보는 장년에게 지난날을 여유롭게 관조하고 다가올 날을 희망적으로 맞이하게 해 준다. 실패해 기운이 빠져 있을 때는 '일어나'를, 원하던 사랑이 이뤄지지 않아 슬퍼할 때에는 '사랑했지만'과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위안의 노래로 찾을 정도로 그의 노래는 우리의 인생에 밀착한다. 이러한 공통성과 보편성 덕분에 김광석은 꾸준히 대중의 선택을 받는다.

목소리와 가창의 마력도 빼놓을 수 없다. 김광석은 한동준('사랑했지만'), 류근('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 동료 뮤지션이나 시인에게 노랫말을 받기도 했다. 자신이 직접 쓴 가사가 아니더라도 그가 부르면 어떤 내용도 영락없이 그의 이야기가 됐다. 시원하게 뻗어 나가면서도 왠지 애처롭게 들리는 음성은 화자의 애환을 극대화했으며 모든 노래에 사실감을 부여했다. 이로써 듣는 이들도 감정이입해서 감상할 수 있었다.

올해로 故 김광석 20주기를 맞는다. 그가 떠난 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노래들은 변함없이 남녀노소 많은 이에게 애청되며 빈번하게 재생산된다. 그야말로 전설이라 일컬을 만하다. 어제 뜬 노래도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금세 잊히는 작금의 대중음악계를 생각하면 김광석의 존재는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그를 통해 삶과 진심을 녹여낸 음악의 위대한 힘을 새삼 깨닫는다.

(한동윤)
2016.01.19ㅣ주간경향 116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