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은 없다 원고의 나열


무척 날씬해졌다. 지난해 8월 두 번의 파일럿 방송을 통해 첫선을 보였던 JTBC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은 10월 중순 정규 편성되면서부터 살을 쫙 빼고 나타났다. 정보 전달은커녕 재미마저 제공하지 못했던 슈가맨 추적 시퀀스는 완전히 사라졌다. 억지스럽고 난잡했던 키워드 토크는 자연스럽고 간략한 대화로 바뀌었다. 음악을 알아맞히는 파트도 간소해졌으며 패널의 숫자 또한 감소했다. 군더더기를 없애니 편하게 볼 만하다.

새롭게 단장한 덕분에 반응도 좋아졌다. 초반 한 달 동안은 닐슨코리아 기준 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으나 11월 말 드디어 2%대에 진입하더니 12월 초 방송에서는 3.3%를 찍었다. 서주경, 임주리를 슈가맨으로 초빙한 11회(2015년 12월 29일 방송)가 1.6%로 급락하긴 했지만(이날의 시청률은 우리나라에서 트로트는 이제 완전히 마이너 장르가 됐음을 시사한다.) 최근 다시 3% 초반, 2% 후반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주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지상파보다 주목을 덜 받는 종합편성채널의 예능치고는 선전하는 편이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방송
2012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와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에서 착안한 [슈가맨]은 한때 큰 사랑을 받았다가 현재는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는 추억의 가수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오늘날 대중문화의 핵심 키워드인 '복고' 유행을 포착함으로써 장년 세대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그렇다고 기성세대의 마음만 두드리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은 요즘 활발하게 활약하는 아이돌 위주의 가수들을 섭외해 10대, 20대 음악팬들의 주의를 함께 유도한다. 이들 가수는 방송에서 슈가맨으로 선정된 선배 가수의 히트곡을 다시 불러 젊은 세대의 이목을 사로잡는 역할을 한다.

[슈가맨]은 방청객을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해 세대 간 교감을 꾀한다.

과거에 어른 세대가 좋아했던 가수들의 이야기, 이들의 대표곡을 요즘 감각으로 재해석한 퍼포먼스를 한자리에서 풀어낸 포맷은 신구의 기호를 모두 만족하겠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이에 맞춰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방청객이 녹화에 함께한다. (방송 초기에는 방청객 연령을 20대부터 50대 이상으로 설정했다.)

평범하고 깊이 없는 토크쇼
기획의도와 형식은 괜찮다. 하지만 매회 내용은 그리 실하지 못해서 아쉽다. 근황을 묻고, 왕년에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확인하며, 왜 은퇴했는지, 혹은 어째서 방송에서 볼 수 없게 됐는지 알아보는 게 전부다. 여기에 질문이 하나 추가된다면 향후 계획 정도다. 누구하고나 나눌 수 있는 뻔한 대화에 지나지 않는다. 노래나 음악 활동에 대한 깊은 얘기는 좀처럼 접할 수 없어 실망스럽다.

게다가 슈가맨의 노래를 부를 젊은 가수들과의 대화, 이들의 공연, 슈가맨의 노래를 감상한 대중의 반응, 방청객 인터뷰 등 여러 꼭지를 소화해야 하다 보니 슈가맨과의 대담은 자연스레 간소해질 수밖에 없다. 제목에서는 분명히 주인공이지만 방송 분량은 그 급에 미치지 못한다.

특별한 주인공으로 모셨지만 특별한 얘기는 없다.

매주 방송이 나가고 난 뒤에는 젊은 가수들이 다시 부른 리메이크 음원이 출시된다. 이런 커버 버전에는 원곡 가수의 이름이 표기되는 것이 기본이다. 1월 중순 현재까지 총 13회 분, 스물한 편의 싱글이 출시되는 동안 음반 설명 글에 원곡 가수가 적힌 적은 다섯 번(5회 리치, 6회 제이, 김민우, 7회 미스 미스터, 13회 노이즈)에 불과하다. 소개에는 오직 젊은 가수들의 가창과 새로운 편곡에 대한 수식뿐이다. 이러한 현황은 프로그램의 슈가맨에 대한 부족한 예우와 불성실한 조명을 방증한다.

슈가맨이 스튜디오에 등장하면 진행자들은 거의 매번 의상이나 달라진 외모를 꼬집는다. 굉장한 전성기가 있었기에 세월이 지나면서 변한 얼굴과 몸이 부끄러운 이도 있을 것이다. 이를 생각하지 않고 웃음 소재로 거론하는 행동이 자주 나타난다. 슈가맨을 초라해 보이도록 만드는 것도 불편하다.

소식이 궁금한 과거의 인기 가수를 불러내고 이들의 히트곡을 재가공함으로써 신구 세대가 교감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슈가맨들이 이 거창한 판의 재미를 위해 가볍게 활용되는 일회성 소비재처럼 여겨져 안타깝다. 이들의 출연은 아름다운 추억 재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찬란했던 슈가맨은 제목에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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