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하나보다 둘이 낫다. 자신과 함께하는 가수의 팬도 끌어당길 수 있고, 예상외의 조합일 경우에는 매체의 관심도 뜨거워진다. 뮤지션 본인에게는 색다른 경험, 발전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두 가수가 뭉치는 일은 이제 일반적인 작업 방식이 됐다.
비록 예사가 됐지만 예사롭지 않은 만남은 많다. 최근 화제가 된 선우정아와 CNBLUE의 정용화, 1990년대 3대 디바의 두 축 Mariah Carey와 Whitney Houston, 랩 록 확산의 기폭제가 된 Run–D.M.C.와 Aerosmith 등이 그렇다. 피처링이든 콜라보(컬래버레이션)라고 칭하든 일련의 합작은 이목을 끌며, 때로는 우수한 작품을 남기기도 한다.

선우정아 & 정용화 '불꽃놀이 (Fireworks)'
주류 아이돌 가수와 인디 뮤지션의 만남이라 색다르게 보인다. 단순히 보컬 호흡만 맞춘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노랫말과 곡을 쓰고 연주도 분담하는 등 유기적인 작업을 거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각자 맡은 파트를 튀지 않게 소화하면서 은은하게 화합하고 때로는 차분하게 보조하는 보컬이 감흥을 배가한다. 선우정아의 우수 어린 톤과 정용화의 맑고 스트레이트한 가창이 어울리며 노래에 적당한 습기와 온기를 주입했다.

Mariah Carey & Boyz II Men 'One Sweet Day'
그룹 C+C Music Factory의 멤버이자 작곡가인 David Cole이 1995년 에이즈로 사망하자 그와 여러 차례 곡 작업을 함께한 Mariah Carey는 그를 추모하는 'One Sweet Day'를 썼다. 곡을 쓰다가 코러스에 다다르자 그녀는 Boyz II Men을 떠올렸다. 평소 그들을 좋아했고 그들과 함께 부르면 노래에 풍성함이 깃들 것 같아서였다. 기본 이상으로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만났으니 말끔함과 후련함은 기본이다. 여기에 세상을 떠난 동료를 기리는 사연 때문에 대중의 마음에 깊이 파고들 수 있었다. 이런 인자들이 시너지를 내면서 노래는 빌보드 싱글 차트 16주 연속 1위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이를 경신할 컬래버레이션은 아마 다시 나오지 않을 듯하다.

Queen & David Bowie 'Under Pressure'
David Bowie는 원래 이 노래가 아닌 'Cool Cat'에 백업 보컬로 참여했다. (그러나 그가 녹음한 부분은 최종 단계에서 삭제됐다.) 임무는 끝났지만 그는 Queen이 작업하던 스튜디오에 종종 들르곤 했다. 어느 날 이들이 녹음실에 모여 함께 곡을 쓰면서 즉흥연주를 벌였을 때 'Under Pressure'가 탄생했다. 사실 Brian May와 David Bowie는 곡을 만족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밝은 기운의 가사 때문에 버리지 않고 발표하기로 마음먹었다. Queen은 'Under Pressure'로 1975년 'Bohemian Rhapsody' 이후 6년 만에 자국에서 넘버원을 차지했다. David Bowie가 Queen에게는 복덩이였다.

아이유 & 김창완 '너의 의미'
30년 전에 나온 장년 세대의 애청곡은 아이유에 의해 젊은 음악팬들의 인기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이유의 목소리가 노래를 충분히 예쁘게 단장하고 있지만 아이유는 원작자와 함께함으로써 유의미한 퍼포먼스를 완성했다. 단순히 리메이크하는 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선배에 대한 존경, 세대의 교감을 같이 담아냈다. 이 작업으로 그녀는 뮤지션으로서의 성숙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획득했다.

Paul McCartney & Stevie Wonder 'Ebony And Ivory'
록과 흑인음악의 위대한 아티스트가 뭉쳤다는 사실로 당시 매체의 스포트라이트가 일제히 쏠렸다. 외적인 부분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노래는 피아노에 나란히 자리한 검은 건반(Ebony)과 흰 건반(Ivory)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낸다면서 인류도 서로 화합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많은 이에게 감명을 줬다. 안과 밖이 모두 훌륭한 협업의 대표작이다.

Bryan Adams, Rod Stewart & Sting 'All For Love'
1993년 영화 "삼총사"의 주제곡 'All For Love'는 영화처럼 삼총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팝 음악 대표 "허스키 보이스" 삼총사. 아마도 이때 몇몇 음악팬은 이들이 과연 잘 어울릴지 걱정도 했을 것이다. 우려와는 다르게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다. 음색이 워낙 비슷해서 심심할 듯했지만 세 배가 된 허스키 파워로 정중동의 노래를 만들어 냈다. 또한 세 남자의 목소리가 확실히 (미세하게 또는 많이) 다름을 주장하기도 했다.

정훈희 & 인순이 'No Love'
디바라는 수식이 붙어 마땅한 두 절창은 2008년 입이 떡 벌어지는 인상적인 듀엣을 선보였다. 정훈희의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에 국내 최고의 흑인음악 작곡가 김신일은 "모타운(Motown)"풍의 근사한 곡을 선사했고 정훈희와 인순이는 디바답게 이를 정말 훌륭하게 소화했다. 음색은 확실히 대조되지만 함께 부를 때에는 한 사람의 목소리처럼 정확하게 음을 맞춰 안정적이다. 게다가 곳곳에 들어간 애드리브는 얼마나 시원하며 유려한가! 음악이 있으니 사랑은 필요 없다는 가사는 오랜 경력을 쌓아 온 이들의 역사 때문에 무척 멋스럽게 들린다. 한국 R&B의 명곡이다.

David Bowie & Mick Jagger 'Dancing In The Street'
Mick Jagger의 솔로 데뷔 앨범은 그룹 시절에 비해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고 David Bowie의 [Tonight]는 호평을 들었던 전작 [Let's Dance]와 달리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낙담해 있던 두 뮤지션은 걸 그룹 Martha And The Vandellas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Dancing In The Street'의 히트로 불황을 타개했다. 둘은 이 노래를 에티오피아 난민들을 위한 기금 마련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에서 부를 예정이었다. 위성 장비의 한계 때문에 서로 다른 나라에서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 무대는 이뤄지지 못했으나 두 거장은 뮤직비디오에서 정말 흥에 겨운 퍼포먼스를 선보여 음악팬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Mariah Carey & Whitney Houston 'When You Believe'
많은 음악팬이 Mariah Carey와 Whitney Houston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고대했다. 막연한 소망으로 그칠 것만 같았던 두 디바의 합동 퍼포먼스는 애니메이션 영화 "이집트 왕자"의 주제곡이 성사했다. 믿고 듣는 실력자답게 둘은 깔끔한 융화의 장을 연출한다. R&B를 뼈대로 하면서 Mariah Carey의 팝 성향과 Whitney Houston의 바탕인 가스펠을 한자리에서 펼쳐 내는 Babyface의 명석한 프로듀싱도 돋보였다. 미다스의 손과 황금 보컬 두 명이 힘을 냈음에도 싱글 차트 1위(미국에서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에 오르지 못한 사실은 다소 안타깝다. 또 이 노래는 많은 음악팬으로 하여금 'Celine Dion이 함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Run–D.M.C. & Aerosmith 'Walk This Way'
Run–D.M.C.는 데뷔 때부터 'Rock Box', 'King Of Rock' 같은 노래들을 통해 랩과 록 음악의 퓨전을 도모했다. 이 기획은 1986년 Aerosmith의 원곡을 차용한 'Walk This Way'에서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노래의 대대적인 히트로 랩과 록의 융합은 주류로 부상했다. Run–D.M.C.와 Aerosmith 두 뮤지션이 벽을 뚫고 한 무대에 서는 뮤직비디오는 장르 간의 합체를 넘어 인종 화합의 메시지까지 던졌다.

한상원 & 신해철 '너의 욕심'
한상원은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 영광의 호칭이 상업적 성공을 뒷받침하지는 않았다. 1집과 2집 모두 판매량은 저조했다.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은 데뷔 앨범보다 젊어진 협업을 이룬 덕분에 음악팬들에게 그나마 많이 알려졌다. 모든 노래가 훌륭하긴 해도 신해철이 부른 '너의 욕심'이 가장 돋보였다. 브라스로 경쾌함을 내보이면서도 공격적인 가사가 노래를 날카롭게 만들었다. 신해철 특유의 카랑카랑한 보컬은 가사가 지닌 반골 태도를 극대화했다. 또한 후반부 디스토션 기타가 솔로로 나설 때 신해철은 더욱 매서운 샤우팅으로 가사의 신경질적인 느낌을 보충한다. 연주와 보컬이 빈틈없이 호흡을 맞춘 펑크(Funk) 록 명작이다.

Natalie Cole & Nat King Cole 'Unforgettable'
Natalie Cole은 1991년 발표한 [Unforgettable... With Love]에서 아버지가 생전에 불렀던 노래들을 리메이크하며 그를 향한 그리움과 애정을 표했다. Nat King Cole이 녹음한 트랙에 자신의 목소리를 입혀 새롭게 제작한 'Unforgettable'은 앨범의 백미였다. 재즈 명인 아버지와 그의 업적을 잇는 딸의 진귀하고 특별한 듀엣. 지난해 말 Natalie Cole도 폐동맥고혈압으로 사망함으로써 'Unforgettable'은 세상을 떠난 이들의 합작으로 남게 됐다. 제목처럼 잊을 수 없는 노래다.
멜론-뮤직스토리-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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