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귀한 보물이 돼 가는 음반 원고의 나열



나날이 몸값을 부풀리는 CD들이 있다.

최근 며칠 '넬 1집'을 검색해서 블로그에 들어오는 방문자가 몇 있었다. 중고음반 사이트에서 고가에 판매되는 넬(Nell) 1집에 대해 작년 말에 짤막한 글을 올린 이후로 넬이 블로그 유입 검색어가 된 것은 처음이었다. 아마도 1월 27일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레이디경향 기사 [당신의 오래된 CD장에도 희귀 음반이?]를 접한 네티즌들이 호기심에 넬 1집을 검색하고 그에 관련한 글을 찾아봤을 것이다.

기사는 넬의 인디 시절 데뷔 앨범 [Reflection of]를 비롯해 김연우의 1집 [그대 곁엔 나밖에…], 박효신의 1집 [해 줄 수 없는 일] 초판 등이 30만 원대의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한다. 이에 더해 케이윌의 1집 [왼쪽 가슴], '이미 나에게로'가 수록된 임창정의 데뷔 앨범 [Rock & Razor Techno Music], 이승환의 라이브 앨범 [반란] 등도 15만 원을 호가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몇몇 음반의 가격이 높아지는 이유와 비싼 가격에도 수요자는 계속해서 발생하는 배경을 살폈다.

반가운 기사였다. 절판되거나 희귀한 음반을 찾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데다가 새천년 이후로 피지컬 앨범 시장이 불황을 쭉 이어 오는 상황에서 CD에 대한 흥미를 조금이나마 유도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반'을 다루는 기사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 음반, 정말 거액을 쓸 만해?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살짝 들었다. 이 음반들이 과연 저 값을 주고라도 구매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시선과 정보는 거의 전무했던 탓이다. 희소가치만 따져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가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2001년 출시된 넬의 [Reflection of]는 여러 음울한 감정을 절제하며, 때로는 폭발적으로 표출한다. 이것이 넬의 정체성이고 앨범의 특징이긴 해도 침울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청취자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녹음 상태도 좋지 않아 앨범의 대기는 더욱 탁하게 느껴진다. 라디오헤드(Radiohead),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시규어 로스(Sigur Rós) 같은 뮤지션들로 축 가라앉은 정서를 이미 학습한 음악팬들에게 넬의 음악은 그다지 참신하게 들리지 않을 소지가 있다.

넬의 데뷔 앨범은 3천 장 정도 소량 생산돼 그룹이 뜨고 난 뒤부터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한 중고음반 사이트에서는 35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에 판매됐다. 얼마 전 포털사이트의 중고품 거래 카페에 [Reflection of]를 19만 원에 판다는 매우 양심적인(?) 글이 올라왔다. 누군가는 절호의 기회, 횡재라며 음반을 살 것이다. 하지만 음악만으로 19만 원의 감흥을 느끼기는 어렵다. 넬 팬에게는 '저주받은 걸작'일지 몰라도 일반 음악팬에게는 아니다.

희소성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 되기도…

지금은 폐업한 중고음반 사이트 캣시디(CatCD)의 게시판에 한때 박진영과 신세대의 CD를 판다는 글을 꾸준히 올리던 사람이 있었다. 박진영은 JYP 엔터테인먼트의 그 박진영이다. 1994년 많은 사람이 데뷔곡으로 아는 '날 떠나지 마'를 발표하기 1년 전 두 명의 댄서와 함께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 박진영과 신세대였다. 그들의 1집 [떠도는 시간]은 출시와 동시에 묻힌 음반이라 구경조차 쉽지 않다.


판매자가 제시한 금액은 언제나 1백만 원이었다. 이를 본 사이트의 몇몇 이용자들은 가격이 터무니없다며 그를 질타했다. 하지만 판매자는 앨범이 워낙 희소한데다가 수요가 있는 한 그 엄청난 가격을 이해하고 사는 사람이 있을 거라면서 자신이 책정한 값을 고수했다.

박진영과 신세대의 앨범은 거장 김수철이 프로듀스해 어느 정도의 수준은 담보한다. 하지만 작품성이 그렇게 훌륭하지는 않다. 박진영이 재능 있는 뮤지션이긴 해도 이때는 완전히 초짜였기에 경탄할 정도의 가창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다. 김수철의 히트곡 '나도야 간다'를 박진영이 불렀다는 사실이 진귀하지만 이것이 앨범의 가치를 확 높여 주지는 않는다. 1백만 원이나 주고 살 작품은 못 된다.

비싸고 음악이 별로여도 사는 사람은 존재한다.

중고음반 사이트들을 둘러보면 5만 원이 훌쩍 넘는 CD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다소 높은 금액이지만 상품 등록하기가 무섭게 팔리는 경우가 많다. 그 앨범, 앨범에 실린 노래에 각별한 애정이 있는 사람들은 적지 않는 값을 주고서라도 기꺼이 산다. 구매자는 음반 소장을 뮤지션, 그의 작품에 대한 기억을 곁에 붙들어 매는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음악적 완성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음반이 잘 팔린다는데 왠지 헛헛하다.

음원을 통한 감상이 보편화되면서 피지컬 음반의 판매량은 나락에 떨어졌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음반은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CD는 아이돌 가수의 충성스러운 팬이나 골수 음악 애호가들만 향유하는 매체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반을 가장 만만한 선물로 주고받던 1990년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기사를 통해 음반이 일상적인 문화가 아니라 추억 환기용 수집품이 됐음을 재차 실감한다.

NC소프트 웹진 BUFF http://buff.plaync.com/?id=1025

덧글

  • 초코우유 2016/02/28 13:05 # 삭제

    .요즘에 들어서 (한동윤님이야 당연히 아시겠지만) 레코드 페어나 알라딘 사이트 혹은 홍대,신촌주변에 있는 레코드 가게에서 LP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옛날처럼 다시 활황까지는 아니어도 음반시장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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