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스타 프로듀서의 독특한 록, 엔이알디(NERD) 원고의 나열


2004년 엔이알디(N*E*R*D)는 두 번째 앨범 [Fly or Die]에서 또 한 번 새로움을 모색했다. 종래의 혼합 지향은 변함없었으나 이번에는 록에 더 몰두했다. 2003년 말 채드 휴고는 MTV와의 인터뷰에서 라이브 연주가 가능하도록 악기를 더 배우는 데에도 시간을 할애했다고 밝혔다. 밴드 음악에 대한 강한 애정과 의지를 녹여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러한 중에도 힙합의 모션을 놓치지 않았고 펑키한 느낌을 유지해 그룹만의 경쾌하고도 독자적인 록을 산출해 냈다. 마치 순화된 리빙 컬러(Living Colour)와 세련된 슬라이 앤드 더 패밀리 스톤(Sly and the Family Stone), 노래에 더 중점을 둔 아웃캐스트(OutKast)가 동석하는 듯한 그림이다. 흘려 넘기기 아까운 이채로움이 또 펼쳐진다.

정형화되지 않은 구성과 도처에 스민 하이브리드 성질은 흥미로움을 높이는 일등 공신이다. 록에서 중반 이후 들인 코러스로 1970년대 리듬 앤드 블루스로 잠깐 시간 이동하는 'Don't Worry About It', 록과 펑크(funk), 댄스 펑크(dance-punk)를 과감하게 포갠 'She Wants to Move', 힙합에 어울릴 법한 둔중한 드럼 연주와 웨스턴 음악의 인자가 은근히 잘 섞인 'Thrasher'가 대표적이다. 멤버들은 스스로 혼재를 즐김으로써 청취자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 더불어 'Wonderful Place/Waiting for You', 'Drill Sergeant/Preservation', 'Chariot of Fire/Find My Way'는 분위기가 대조되는 노래가 연결돼 또 다른 묘미를 건넨다. 남성성과 섬세함을 번갈아 표출하는 패럴 윌리엄스의 능청스러운 보컬도 부지불식간에 다가오는 잔재미 중 하나다.

보편적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행동은 엔이알디의 음악을 재미 이상으로 받아들이게도 한다. 대체로 음악이 귀에 잘 익으려면 명료하고 가벼운 리프를 앞세워야 하는데 이들은 그것에 개의치 않는다. 리듬은 간결하기보다 바쁘게 움직이는 게 다수며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는 등 평탄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실적보다는 작품 자체를 우선에 둔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후렴에서의 반복하는 제창과 키보드 프로그래밍으로 산드러진 그루브를 내는 'Jump'나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와 퀘스트러브(Questlove)의 타이트한 연주가 애절함을 상승시키는 'Maybe', 도입부와 끝 부분의 휘파람 소리가 싱그러움을 더하는 'Wonderful Place'처럼 즐겁게 감상하기에 적합한 노래들도 마련돼 있다. 세 멤버는 실험에 열심이지만 듣는 이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음악을 들려주는 데에도 고심했다.

엔이알디는 [Fly Or Die]로 전작에 이어 성행을 만끽했다. 'She Wants to Move', 'Maybe'가 각각 영국 싱글 차트 5위, 25위에 올랐고 앨범은 2004년 기준 미국 내에서 50만 장 이상 판매됐다.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에 설 때마다 이들은 음악팬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어 냈다. 소속 레이블과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2008년까지 긴 휴면에 들어갔으나 엔이알디는 이 앨범을 통해서 록 스타의 자리를 확실히 꿰찼다. 이후 넵튠스는 엔이알디의 성공적인 활동 덕분에 더욱 유명해지고 승승장구했다. [Fly Or Die]는 2000년대 팝 음악 최고의 프로듀서로 여겨지는 넵튠스가 밴드로서도 창의성과 예술성, 흥행성을 검증한 순간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위대한 프로듀서들의 실험적이며 스타일리시한 하이브리드 록 음악이 크게 폭발한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