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승준의 이름이 인터넷 신문 기사에 다시 올라왔다. 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가 유승준의 MBC 방송분에 대한 사실 조회를 법원에 신청했다는 소식에서 비롯됐다. 2002년 유승준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MBC와 나눴던 인터뷰 내용을 확인해 병역 기피에 대한 고의성을 입증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한편 유승준은 지난해 11월 LA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로써 또 한 번 유승준이 화제가 될 듯하다.
유승준이 기사에 등장할 때면 병역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다른 가수들이 덩달아 거론되곤 한다. 이들 중에는 별다른 제약 없이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치는 이도 있지만 기척만 조금 내도 대중의 뭇매를 맞는 인물도 있다. 대접이 달라지는 것은 오로지 운이긴 하나 병역 기피자라는 낙인이 붙어 다니는 사실은 공통된다. 유승준으로 인해 병역을 회피하려고 했던 가수들이 머릿속에 다시 떠오른다.

안습 별명을 얻게 된 디기리
허니 패밀리의 디기리는 박자를 밀고 당기듯이 자유롭게 타는 범상치 않은 플로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때문에 자신이 만든 '리듬의 마법사'라는 호칭은 무척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하지만 커피를 다량으로 마신 뒤 괄약근에 힘을 줘 일시적으로 혈압을 올리는 방법으로 병역 등급을 낮게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려한 별명은 '괄약근의 마법사'로 남루하게 바뀌고 말았다.
2014년 아마추어 복서로 입문한 디기리는 작년 프로 복서 테스트를 받는다는 근황을 알렸다. 또 솔로 음반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으나 후배 래퍼들의 노래에 간간이 참여할 뿐 현재까지 뚜렷한 신보 소식은 없다.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래핑을 구사하지만 오명 탓에 좋은 노래를 내도 묻힐 것만 같다.

유승준, 본인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했다.
잘못된, 혹은 미래를 생각하지 못한 안일한 선택 이후 그는 모국에 발도 들일 수 없는 요주의 외국인 신세로 전락했다. 작년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눈물을 흘리고 무릎까지 꿇어 가며 국민에게 사죄했지만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런 현실이 억울했는지 그는 급기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을 상대로 비자 발급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처절한 몸부림이 아닐 수 없다.
유승준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까지 '가위', '나나나', '열정', '찾길 바래'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큰 인기를 얻었다. 격정적으로 춤을 추면서도 라이브를 깔끔하게 소화해 그의 퍼포먼스는 실로 훌륭했다. 이 때문에 아직도 많은 음악팬이 그를 그리워한다. 어쩌면 대한민국 최고의 댄스 가수로 기록될 인물이었지만 한순간의 판단 미스로 고국의 품에 안길 수 없는 대역죄인 스티브 유로 지내게 됐다. 아, 안타깝다.

윤상, 별명이 '아르헨상'이 될 뻔했다.
'이별의 그늘', '소년', '가려진 시간 사이로' 등 감수성 충만한 노래로 음악팬들의 마음을 홀린 불세출의 작곡가 윤상도 병역 문제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1987년 신체검사 1급 판정을 받은 그는 대학 재학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해 왔다. 그 핑계를 댈 수 없게 된 1993년에는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것처럼 꾸며 입대를 회피했다.
윤상은 서류상 이민자였음에도 국내에서 활동을 이어 갔고 이를 수상히 여긴 검찰은 그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윤상은 경찰을 피해 진행 중이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펑크 내고 50일 넘게 잠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국적을 포기하고 자진 입대하면서 다행히 사건은 일단락됐다. 싸이월드에서 성전을 치렀던 누군가가 떠올려지는 과거다.

병역 기피 사실보다 음악이 더 문제인 MC 몽
고의적인 입영 연기에 대해서는 유죄를 받았지만 나이 제한 덕분에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은혜를 입어 예비역, 예비 입대자들의 공분을 사는 MC 몽.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대중의 분노 덕분에 방송 출연 없이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과도한 관심이 흥행의 동력이 된 것, 2014년에 발표한 [Miss Me or Diss Me]의 노래들이 수 주 동안 음원 차트 상위권을 지켰고 지난해 출시한 EP [Song for You] 또한 음원사이트에서 선전했다.
변변치 않은 래핑, 단순한 라임 구성, 엇비슷한 패턴의 반복 등 그의 음악은 영 볼품없다. 이런 단점을 객원 가수로 메운다. 이 얕은 꼼수를 거듭하고 있는 점이 병역을 회피한 것보다 더 괘씸하다. MC 몽은 '내가 듣기에 좋으면 그만'이라며 그의 노래를 들어 주는 마음씨 너그러운 음악팬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록으로 병마를 극복(?)한 천생 로커 김종서
1990년대를 풍미한 로커 김종서는 정신질환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 그는 무명 시절에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등 헤비메탈 음악에 심취하면서 악마주의에 빠져 악몽에 시달리고 가치관에도 혼란을 빚었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정신병원에 데려 갔다는 것. 하지만 그가 헤비메탈 뮤직비디오와 공연에서 접한 광적인 분위기는 연출임을 인지하고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1994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병역 비리 혐의를 해명하며 했던 말이 압권이다. "그래서 음악을 바꿨습니다. 헤비메탈 대신 정통 록 음악을 위주로 퓨전 재즈, 리듬 앤드 블루스 등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서 흐트러졌던 의식세계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엄청나다. 폭소가 터진다. 코미디언이 따로 없다.
헤비메탈이 록에서 나왔고, 록은 리듬 앤드 블루스에서 나왔고, 리듬 앤드 블루스는 재즈에 영향을 받았다. 헤비메탈이 악마라면 악마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를 듣는 격인데, 그러면서 정신이 맑아졌다고? 물론 조상님들은 훌륭했는데 증손자만 나쁜 놈이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헤비메탈을 멀리하고 보통의 정신 상태를 회복했다는 김종서는 2008년 KBS 2TV [이하나의 페퍼민트]에서 부활의 김태원과 함께 한때 자신을 악마주의에 빠뜨리는 데 일조한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을 부르기도 했다.
NC소프트 웹진 BUFF http://buff.plaync.com/?id=1088
덧글
남자 숫자가 많아서 면제가 쉽던 시기가 있긴 했었죠. 쉽게 면제된 선배들 밑에서 으레 군대는 안가는 거라고 생각하다가 이런저런 수를 쓰다가 망신을 당하는 이들도 있었구요. 잘나가던 톱가수가 입영열차가 어쩌니 노래 부르고 군대 갔다 온 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했으니...
김원준 같은 경우도 수를 쓰려다가 망신을 당한 케이스였죠.
종서형은 모르고 있던 내용인데 어이가 없네요. 어이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