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사랑한 펑크 밴드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 Fire) 원고의 나열


지난 4일 Maurice White가 향년 7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가 조직하고 3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이끌어 온 Earth, Wind & Fire는 흑인음악 신이 풍성해지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밴드로 평가받는다. 언제나 다이내믹하고 탄탄한 곡으로 펑크(Funk) 애호가들의 열광을 이끌어 냈으며, 동시에 부드러운 멜로디까지 겸해 수많은 음악팬을 매료했다. 'September', 'Let's Groove', 'Fantasy' 같은 노래들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라디오 전파를 탄다. 2006년에는 그룹의 노래들을 토대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이 제작되기도 해 대단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Maurice White가 떠난 지금 Earth, Wind & Fire와 그를 한 번 더 추억하게 된다.

녹록지 않았던 초창기 활동
Earth, Wind & Fire는 1969년 미국 시카고에서 Maurice White와 Wade Flemons, Don Whitehead를 주축으로 결성됐다. 같은 해 이들은 The Salty Peppers라는 이름으로 'La, La, La', 'Uh Huh Yeah' 등의 싱글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래들이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하자 그룹은 시카고를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활동 무대를 옮긴다. 1970년 Maurice White는 팀 이름을 자신의 점성술 기호에 맞춰 Earth, Wind & Fire로 변경했다. 이때 기타리스트 Michael Beal, 색소폰 연주자 Chester Washington, Maurice White의 동생인 베이시스트 Verdine White 등을 영입해 대규모 밴드를 편성했다.


1971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Earth, Wind & Fire]가 매체로부터 호의적인 평을 받고 같은 해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 "스위트 스위트백스 배다스 송"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하면서 그룹은 조금씩 존재를 알려 간다. 하지만 멤버들은 빠른 입신양명을 원했다. 해가 바뀌기 전에 연달아 선보인 2집 [The Need Of Love]가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모든 멤버가 탈퇴를 선언했다. 오직 Verdine만이 혈육의 끈으로 Maurice 곁에 남았다. 형제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새 멤버들을 영입해 3집 [Last Days And Time]을 제작했다. Philip Bailey, Jessica Cleaves 등 보컬리스트의 확충으로 앨범은 전작들보다 풍성한 하모니를 들려줬다.

최고의 밴드로 자리 잡은 EWF
1973년 4집 [Head To The Sky] 중 'Evil'과 'Keep Your Head To The Sky'가 빌보드 싱글 차트 50위권에 들면서 비로소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각각 빌보드 싱글 차트 29위와 33위를 기록한 'Mighty Mighty', 'Devotion'으로 약진을 이어 간 그룹은 1975년 'Shining Star'로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 더불어 'Shining Star'가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R&B 보컬 퍼포먼스 (듀오, 그룹, 코러스)" 부문을 수상해 Earth, Wind & Fire는 대중성은 물론 예술성까지 갖춘 밴드로 인정받게 됐다.

히트는 그칠 줄 몰랐다. 관악기가 포근하게 감싸는 듯한 'That's The Way Of The World', 도입부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 보컬의 유니슨이 경쾌함을 배가하는 'Getaway', 브라스와 Philip Bailey의 가성이 강약을 담당하는 'Serpentine Fire', 9월만 되면 전 세계에 울려 퍼지는 영원불멸할 9월의 찬가 'September', David Foster가 작곡한 명품 발라드 'After The Love Has Gone' 등이 빌보드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룹은 완연히 주류의 스타가 됐다.

분주해진 Maurice White와 휴지기를 갖게 된 그룹
Maurice White는 더 바빠졌다. 1976년 레이블 칼림바 프로덕션(Kalimba Productions)을 설립하고 Stevie Wonder의 백업 보컬로 활동한 Deniece Williams, R&B 걸 그룹 The Emotions 등을 육성했다. 더불어 재즈 뮤지션 Ramsey Lewis와 협업하며 그의 음악에 펑크(Funk) 기운을 불어넣기도 했다. 1978년 재즈 퓨전 밴드 Weather Report의 'And Then'에 보컬로 참여하는 등 세션 아티스트로도 소소한 경력을 더했다.


1980년대에 들면서 Maurice White는 그룹의 음악에 당시 인기를 끌던 디지털 사운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Raise!]에 수록된 'Let's Groove', [Powerlight]에 수록된 'Fall In Love With Me'가 대표적이다. 보코더를 통한 음성 왜곡 방식도 확대됐다. 1983년 앨범 [Electric Universe]에서는 신스팝, 록의 요소를 전면적으로 접목한 음악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 앨범에 실린 싱글들의 차트 성적이 저조하자 Maurice White는 밴드의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1985년 Maurice White는 본인의 솔로 데뷔 앨범을 출시한다. Ben E. King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Stand By Me'를 비롯해 앨범에서 그는 흑인음악에 기반을 둔 말쑥한 댄스 팝을 들려줬다. 앨범은 좋은 평을 들었으나 안타깝게도 히트곡은 나오지 않았다. 비록 상업적 성공을 맛보진 못했어도 이 시기 Barbra Streisand의 [Emotion], Neil Diamond의 [Headed For The Future], Atlantic Starr의 [All In The Name Of Love] 등에 참여하면서 잘나가는 작곡가, 프로듀서로서 지위를 확고히 했다.

위기 속에서 변화를 모색하다
3년 동안의 휴식을 마감하고 Earth, Wind & Fire는 1987년 새 앨범 [Touch The World]를 발표한다. 싱글로 커트된 수록곡 'System Of Survival'과 'Thinking Of You'가 모두 빌보드 싱글 차트 60위권에 머물러 오랜만에 이뤄진 그룹으로서의 나들이는 밝은 빛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이 무렵 Maurice White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아 그룹의 앞길은 더욱 어두워지는 듯했다. 이로 말미암아 1990년대 중반부터 그룹의 투어 공연에는 빠지게 됐지만 그는 2005년 앨범 [Illumination]까지 스튜디오에서 밴드를 지휘했다.


Maurice White는 병마에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삼은 듯 스타일 변화를 활발히 했다. 1990년에 발표한 'For The Love Of You'와 'Wanna Be The Man'에서는 뉴 잭 스윙을 시도했다. 두 싱글은 MC Hammer를 섭외해 힙합의 맛을 보충했다. 1993년 선보인 [Millennium]의 'Super Hero'는 Prince에게 곡을 받아 그의 전매특허 미니애폴리스 사운드에 동참했다. [Illumination]에서는 Raphael Saadiq, will.i.am, Sleepy Brown 등 후배 뮤지션들과 함께 컨템퍼러리 R&B, 네오 소울, 힙합풍의 접근을 꾀했다.

기쁨과 활력을 선사해 준 Maurice White와 밴드
이처럼 후반 작품에서는 변화를 보이기도 했지만 관악기를 활용한 풍성하고 역동적인 사운드는 처음부터 최근 작품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 그룹의 특징 중 하나인 Philip Bailey의 가성은 Maurice White의 테너 음역과 대비를 이뤄 더욱 돋보였다. Maurice White는 엄지손가락으로 연주하는 아프리카 악기 칼림바를 널리 알렸다.


Earth, Wind & Fire는 2000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2003년 "보컬 그룹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2007년에는 Chaka Khan, Mint Condition, Musiq Soulchild 등 유명 뮤지션들이 의기투합한 헌정 앨범 [Interpretations: Celebrating The Music Of Earth, Wind & Fire]가 출시되기도 했다. 훌륭한 업적을 달성하고 후배 가수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된 데에는 Maurice White의 활약이 지대하다. 멋있는 음악을 선사해 준 그에게 감사한다.

멜론-뮤직스토리-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280&startIndex=0


덧글

  • hammondog 2016/02/26 01:11 #

    네덜란드에 있는 유투버 통해서 부틀렉 실황까지 구할 만큼 열심히 팬질했던 몇 안되는 음악인/그룹이라 참 각별합니다. 특히 72년 Last Days and Time부터 80년 Faces까지 10개 앨범들은 단 한 트랙도 스킵하지 않고 종일 이어서 들을 수 있을만큼 좋아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한동윤 2016/02/29 15:20 #

    열혈 팬이시군요~ 별세 소식에 아쉬움이 남다르셨을 것 같습니다. ㅠㅠ
  • 2016/02/26 09:5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2/29 15:2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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