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 [데드풀] 사운드트랙 원고의 나열


마블 코믹스 팬들과 할리우드 액션영화 애호가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데드풀(Deadpool"이 2월 17일 국내 개봉했다. 영화는 상영 일주일 만에 195만 명이 넘는 관객을 스크린으로 끌어들이며 주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미국에서도 개봉 열흘 만에 제작비의 네 배를 넘는 수익을 달성했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작품치고는 좋은 성적이다. 만화 원작으로 이미 많은 지지자를 확보한 영화의 높은 수익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관심 있는 이라면 익히 알겠지만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 분)이 암 치료를 빙자한 실험에 참가했다가 강력한 회복 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로 탄생한다는 것이 영화의 골자다. 여기에 화끈한(있는 그대로 본다면 사실은 잔혹한) 액션과 돈 많은 할리우드 액션의 자랑인 아낌없는 물량공세, 현실의 인물과 작품을 영화 안에 녹여내는 재기 발랄한 각본 등을 더해 스펙터클하면서도 웃긴 볼거리가 완성됐다.


노래에 의해 심화된 등장인물의 성격과 장면들
영화의 감흥을 보충하는 요소로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스코어(score, 관현악 내지는 합창으로 이뤄진 클래식 기반의 영화음악)는 네덜란드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자 "다이버전트",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등의 영화를 통해 음악감독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인 Junkie XL이 담당했다. 그는 클래식의 웅장한 화성과 자신의 전공인 강렬하고도 음험한 전자음악을 배합해 영상을 멋스럽게 보조한다.

오케스트라, 전자음악, 힙합 등을 차지게 섞은 Junkie XL의 스코어도 훌륭하지만 기존에 나온 대중음악의 활용 또한 무척 돋보인다. 이 노래들은 데드풀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능청스러움, 코믹함을 부연함은 물론 각각의 장면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준다. 사운드트랙 덕분에 영화가 더 산다.

※ 스포일러 및 선정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Juice Newton - Angel Of The Morning
미국 컨트리 가수 주스 뉴턴의 1981년 히트곡. 원곡은 미국 가수 Evie Sands가 1967년에 발표했다. 이 노래는 데드풀과 영화가 "똘끼"로 단단히 무장했음을 명확히 알리는 오프닝 크레디트(영어 표현 자체도 웃기지만 이걸 맛깔나게 한국말로 옮긴 센스 충만한 번역도 감탄스럽다.)와 함께 정지 화면으로 나타나는 자동차 충돌 시퀀스에서 흐른다. 연출 특성상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Jim Croce의 'Time In A Bottle'에 맞춰 퀵실버가 펜타곤 경비들을 쓰러뜨리는 장면이 연상된다.

데드풀은 수다스럽고 유쾌한 성격을 소유했지만 실험과 관련된 인물을 처단하는 데에는 냉혹하다. 사랑을 갈구하는 아름다운 가사의 노래에 광기 어리고 무자비한 액션을 결합함으로써 데드풀의 괴짜 같은 면모를 대조적으로 부각한 장면이다.


Salt-N-Pepa - Shoop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여성 힙합 그룹 Salt-N-Pepa가 1993년 발표한 4집 [Very Necessary]의 수록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4위까지 올랐다. 자신의 시선을 사로잡은 한 남성과 섹스하고 싶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 행위를 음식에 비유하고 언어유희를 이용해 가볍게 풀어낸다.

영화에는 성교와 관련한 노골적인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Shoop'은 그런 요소에 대한 익살스러운 압축이며 언질이다. 데드풀이 고가에서 악당들을 기다릴 때 사용된 것은 학살을 섹스처럼 원초적 유희로 여기고 있음을 넌지시 일러 준다.


The Black Keys - Howlin' For You
미국 2인조 록 밴드 블랙 키스의 2010년 앨범 [Brothers] 수록곡. 웨이드 윌슨 시절로의 회상 장면 중 스토커를 처리해 달라는 한 여자의 의뢰를 해결한 뒤 친구 위즐(티제이 밀러 분)이 운영하는 술집에 들어설 때 등장한다. 노래는 한 여자에게 홀린 남자의 모습을 그린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자 친구가 되는 바네사(모레나 바카린 분)와의 운명적 만남을 부연하는 노래다.

섹스플로이테이션(성적 묘사를 중심으로 한 저예산 영화)과 "데스페리도" 같은 서부 액션물을 혼합한 'Howlin' For You'의 뮤직비디오는 배경으로 바가 여러 번 등장한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영화에서도 술집이 배경이 되는 신에서 이 노래를 삽입했다. 세심한 설정이 빛난다.

뒤이어 웨이드 윌슨과 바네사가 어린 시절 누가 더 불행했는지 대결하듯이 말하는 부분에서는 영국 얼터너티브 팝 뮤지션 Finley Quaye의 1997년 곡 'It's Great When We're Together'가 깔린다. '우리가 함께할 때 최고'라니 노래가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셈이다.


Neil Sedaka - Calendar Girl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Oh! Carol', 'You Mean Everything To Me', 'Breaking Up Is Hard To Do' 등으로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Neil Sedaka의 1961년 히트곡 'Calendar Girl'은 웨이드 윌슨과 바네사가 잠자리할 때 흐른다.

둘이 몸으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1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몇 차례 더 이어진다. 매월 있는 특별한 날이나 명절을 언급하며 1년 내내 당신을 생각하며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Calendar Girl'을 배경음악으로 쓴 것은 시간의 흐름을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함이며, 한편으로는 둘이 속궁합까지 완벽하게 맞는 천생연분임을 설명하려는 의도다.


Ray Charles - Hit The Road Jack
소울 거장 Ray Charles의 1961년 히트곡. 고가에서 악당들과 싸우다가 자기 팔을 자른 뒤 쓰레기차를 타고 도망칠 때 흐른다. "도로를 박차고 떠나!", "당신은 내가 만났던 늙은 여자 중에 가장 거친 사람이야", "당신이 자꾸 그런 식으로 대하면 나는 짐을 꾸리고 떠날 거예요" 이런 가사는 무인 세탁소에서 만나 데드풀을 보살펴 주는 맹인 할머니 앨(레슬리 우감스 분)과의 관계를 압축한다. 앨은 영화 속에서 데드풀이 만난 사람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인물이며 성적인 농담도 호쾌하게 받아쳐 주는 사람. 게다가 후반부 큰 판을 앞두고 무기가 가득 든 짐을 챙겨 주니 노래가 복선으로 사용된 셈이다.


DMX - X Gon' Give It To Ya
육중한 비트 위에 펼치는 동물적인 래핑으로 힙합 마니아들의 열띤 지지를 얻은 미국 래퍼 DMX의 2003년 노래. 데드풀과 그를 도우러 나선 엑스맨들이 납치된 바네사를 구하러 가는 장면에 쓰여 긴장감을 고조한다. 전반적으로 호전적인 가사, "X가 네게 (되갚아) 줄 거야"라는 훅은 복수와 반격을 앞둔 데드풀의 입장을 정확히 대변한다.

이 노래는 이연걸과 DMX가 주연한 2003년 영화 "크레이들 투 그레이브"의 사운드트랙으로 처음 공개됐다. 그때는 DMX가 ATV를 훔쳐 타고 도심에서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에 쓰였는데 "데드풀"에서는 적지로 쳐들어가는 신에 사용됐다. 반대되는 상황에서 미묘한 재미가 느껴진다.


Chicago - You're The Inspiration
재즈 퓨전 트렌드를 선도한 밴드, 하지만 이 노래를 발표할 당시에는 어덜트 컨템퍼러리로 방향을 돌린 Chicago가 1984년에 발표한 노래. 악당 에이잭스(에드 스크레인 분) 일당과 정신없이 싸우는 장면에 삽입된 이 발라드 명곡은 웨이드 윌슨의 바네사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과 심각한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데드풀의 천연덕스럽고 비상식적인 정신 상태를 명확하고 코믹하게 설명해 준다. 싸움에서 승리해야 하는 동기를 부여한 곡인 동시에 데드풀이 말릴 수 없는 "똘아이"임을 재차 확인시켜 주는 노래다. 이때 화면에서는 만화 애니메이션이 사용돼 우스꽝스러움을 곱절로 만든다.


Wham! - Careless Whisper
영화에서 웨이드 윌슨이 "왬"이 아닌 "왬!"으로 발음해야 한다고 그토록 강조하던 영국 듀오 Wham!의 1984년 히트곡. 멤버 George Michael이 17세 때 작곡했다는 이 노래는 섹시한 색소폰 연주가 특징이다. 예능이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남녀가 눈이 맞는 상황이면 어김없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그 파트를 관능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임이 "데드풀"로 확인된다.

노래는 연인을 두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 한 남자의 후회하는 모습을 그린다. 현재의 연인과 춤을 추면서 주인공은 죄책감에 다시는 춤을 추지 않을 거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그녀를 붙잡고 싶지만 이미 이 관계는 끝났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웨이드 윌슨이 데드풀로서도 바네사와 다시 사랑을 이어 갈 것을 암시하는 장면에 쓰였으니 가사와는 반대로 관계 회복의 테마가 된 셈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춤을 포기한 노래의 주인공과는 달리 데드풀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곁에 두게 됐으니 그의 칼춤은 계속되리라는 것을 'Careless Whisper'가 역설적으로 말해 준다.

멜론-뮤직스토리-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326&startIndex=0


덧글

  • 대범한 에스키모 2016/03/04 14:49 #

    오 찾고닜엇는데 좋은 포스팅이네요
  • 한동윤 2016/03/05 11:32 #

    음악감상에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
  • 동사서독 2016/03/05 14:09 #

    맹인 가수 레이 찰스와 흑인 맹인 할머니를 매치시켜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왬!의 노래는 휴 그랜트 주연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었죠. <캘린더 걸>이 흐르는 장면에서 올해가 중국식으로 '개의 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바로 그 장면에서 남녀 주인공이 doggy style 체위를 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했습니다. ^^
  • 한동윤 2016/03/05 11:33 #

    네, 가수와 등장인물의 그런 부분을 연결해 놓은 것도 세심했어요. 말씀하신 도기 스타일은 대사까진 기억 못하겠는데... 정말 눈여겨보셨군요~ ^^
  • Sdam 2016/03/06 01:01 #

    와 정말 심도깊은 포스트에요 넘나 잘읽은것...
    안그래도 데드풀 보면서 진짜 선곡에 감탄했는데
    지식이 많지 않아서 흘려들은게 꽤 되거든요 ㅠ
  • 한동윤 2016/03/06 11:47 #

    다시 즐겁게 감상하셨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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