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2월의 인디 앨범 원고의 나열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걸 그룹 우주소녀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가슴 아픈 사고를 겪은 레이디스 코드가 3인조로 컴백했으며 브레이브 걸스, 포텐, 식스밤 등 여러 걸 그룹이 신곡을 발표했다. B.A.P 로드 보이즈, 에이플, 뉴이스트 등 보이 밴드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2월의 주류 음악계는 여전히 많은 아이돌 그룹으로 북적거렸다.

언더그라운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지만 역시 화려함을 내보인다. 뮤지션마다 각자의 개성과 형식적 지향을 다채롭게 뽐내는 덕분이다. 이들의 활동으로 가요계는 균형과 풍요로움을 유지한다. 고만고만하고 번잡한 주류 음악에 물린 이들에게 인디 음악은 최적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이용원 [Vancouver]
껌엑스(GUMX), 옐로우 몬스터즈(Yellow Monsters)로 활동하며 펑크 록 저변 확장에 기여한 싱어송라이터 이용원이 첫 솔로 앨범 [Vancouver]를 출시했다. 앨범 타이틀이 밴쿠버인 이유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 곳이 밴쿠버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정서를 환기하고 음악적인 영감도 얻었다.

수록곡들은 슬럼프를 겪었던 사람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호쾌하다. 이용원은 그간 몸담았던 밴드들을 통해 들려줬던 멜로딕 펑크를 중심 문법으로 택해 혈기와 밝은 선율을 한꺼번에 선사한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가 될 만한 'Dear Gray',펑크와 헤비메탈을 결합해 거친 기운을 뿜어내는 'Cheese Burger',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을 정겹게 표현한 'DKDJ' 등 처음부터 끝까지 청량감이 지속된다. 멜로디가 선명해서 록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라도 가볍게 감상할 수 있다.



라이언클레드(Lionclad) [Lionclad]
힙합 크루 라테이커즈(Latakrz)의 프로듀서 라이언클래드의 데뷔 앨범. 크루 식구들인 엘문(L'moon), 머디차일드(Muddyychild), 태도(Taedo)가 참여한 랩 트랙 세 편과 여덟 편의 인스트러멘틀 곡으로 구성됐다.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전자음, 음정을 높이는 방식으로 왜곡한 보컬 샘플, 둔탁한 드럼 톤 등으로 이룬 쓸쓸하고 어두운 분위기, 트립 합과 유사한 형태는 미국 힙합 프로듀서 블록헤드(Blockhead)의 [Music by Cavelight] 같은 작품을 연상시킨다. 이런 부분으로 그다지 신선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이 국내에 희소하기에 주목할 만하다. 또한 곡에 흐름을 둠으로써 어떠한 전경을 상상하게 하고 내러티브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오은비 [ONVA]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라고 하면 두 가지를 헤아려 볼 수 있다. 조규찬, 유희열, 이한철 등 뛰어난 뮤지션들을 배출해 왔기에 음악적 재능이 있고 표현력이 좋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피아노나 어쿠스틱 기타가 리드하는 잔잔한 팝, 또는 포크를 주된 장르로 할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2012년 장려상을 수상한 싱어송라이터 오은비 역시 그 예상에 들어맞는다. 포크와 팝을 기반으로 담담하고 편안하며 때로는 화사한 음악을 들려준다. 포크 듀오 재주소년 박경환이 프로듀스해 오은비의 앨범은 전반적으로 담백함을 띤다. '항상 바쁜 너에게', '줄다리기', '초심에 관한 고찰'처럼 남녀 관계, 쉽지 않은 연애에 대해 현실적으로 얘기한 가사는 아기자기한 맛을 증대한다.





레이니웨이(Rainyway) [Fairy Tale]
R&B 가수 레이니웨이가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냈다. 2014년 발표한 데뷔 앨범 [The Diary]는 은은한 컨템퍼러리 R&B, 뮤직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를 본보기로 삼은 듯한 네오 소울을 주메뉴로 했던 반면에 이번 음반은 PBR&B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때문에 전작은 어느 정도 온기가 감돌았지만 여기는 대기가 싸늘하다.

음울한 분위기가 앨범을 시종 관통해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레이니웨이의 온화한 음성이 쌀쌀한 느낌을 어느 정도 상쇄한다.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갈등을 사실적, 직접적으로 풀어낸 가사 또한 노래에 집중하도록 해 준다. 대중성은 강하지 않으나 준수한 보컬, PBR&B 장르가 나타내는 음악적 특징과 가사에서의 염세적 태도를 잘 구현했다.



트리퍼사운드 컴필레이션 앨범 [외전]
2007년 설립된 인디 레이블 트리퍼 사운드(Tripper Sound)가 컴필레이션 음반을 출시했다. 레이블의 카탈로그 중 첫 모음집이라는 점도 각별하지만 소속 아티스트들이 서로 다른 밴드의 원곡을 리메이크했다는 사항이 앨범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수록곡은 다섯 편으로 양은 적지만 흔히 볼 수 없는 퍼포먼스가 분량에서 느낄 아쉬움을 달랜다.

폰부스(Phonebooth)는 장난기 어린 보컬, 파워풀하면서도 날렵한 기타 리프를 앞세운 보이즈 인 더 키친(Boys in the Kitchen)의 'Bivo'를 감미롭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네오 소울로 재해석했고 보이즈 인 더 키친은 제8극장의 컨트리풍 록 '니가 보고 싶어져'를 레게 스타일로 변환했다. 컴필레이션 [외전]은 원곡과 다른 가공의 재미를 제공하는 동시에 실력 있는 밴드들을 한곳에서 만나는 그럴듯한 이벤트라 할 만하다



최성호 특이점 [어떤 시작]
최성호 특이점, 팀 이름부터 특이하다. 기타리스트 최성호와 피아니스트 이성엽, 드러머 석다연으로 이뤄진 이들은 '즉흥음악'을 지향한다. 대중음악계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악을 해서 존재가 특별하다. 최성호는 유학 시절 만난 외국 뮤지션들과 코넌드롬(Conundrom)이라는 재즈 트리오를 결성해 2014년 앨범 [Presumptuous]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음반도 즉흥연주로 제작했다.

한국에서의 공식 데뷔 앨범 [어떤 시작]은 형식에 구애되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 덕에 편안하다. 공연에 들어가기 전 튜닝을 하는 모습 같아서 애써서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고나 할까? (하지만 퍼포먼스는 이미 시작됐다.) 일정한 틀이 없어서 어수선할 법도 하지만 멤버들의 연주가 마냥 들쭉날쭉하지는 않다.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어떤 시작', '여름눈' 같은 곡에서는 세 파트가 잔잔하게 모아진다. 유별나지만 까다롭지는 않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