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OST, 영화의 감흥을 배가하는 장대하고 발랄한 음악 원고의 나열


동물은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생명체일 것이다. 옹알이를 떼고 말을 배우는 단계부터 우리는 그림책으로 여러 동물을 접하고 생김새와 이름을 학습한다. 유아기 중 어느 정도 자유롭게 걸어 다닐 때가 되면 부모님을 따라, 혹은 어린이집의 커리큘럼에 의해 으레 동물원을 방문하게 된다. 이후에도 길거리나 공원 등에서 다른 사람이 데리고 다니는 반려동물을 상시적으로 마주하니 친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3B 법칙'이라고 해서 광고에서 미인(Beauty), 아기(Baby)와 함께 동물(Beast)을 모델로 내세우는 것도 동물이 보편적으로 대중의 호감을 사기 때문이다. 특별한 트라우마를 겪지 않은 이상 많은 이가 동물을 가깝게 여기고 좋아한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 Pictures)도 그 점을 간파하고 [라이언 킹], [브라더 베어], [카우 삼총사], [치킨 리틀] 같은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다수 제작했다. [(아기 코끼리) 덤보], [레이디와 트램프], [곰돌이 푸의 모험] 등 동물들이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아동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까지 치면 그 수효는 훨씬 많아진다. 그러고 보면 이런 디즈니 영화 덕분에 우리는 아이 때부터 동물을 친구 같은 존재로 인식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들 영화는 대부분 높은 수익을 올렸다. 동물이 사랑스러운 생명이며 대중문화에서도 매력적인 제재임을 확인하는 사례다.

디즈니는 2월 바이런 하워드(Byron Howard), 리치 무어(Rich Moore), 재러드 부시(Jared Bush) 등이 메가폰을 잡은 자사의 쉰다섯 번째 애니메이션 [주토피아(Zootopia]로 극장가를 공략한다. 이번에는 토끼와 여우가 주인공. 여러 종의 동물이 화목하게 살아가는 이상향 주토피아에서 어느 날부터 연쇄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주토피아 경찰서의 주차 단속반에 배치된 토끼 '주디 홉스(Judy Hopps)'는 입담 좋은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Nick Wilde)'와 함께 자의적으로 수사에 나선다. 종과 성격이 다른 두 주인공이 붙어 다니며 사건을 해결한다는 골자와 서로 해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던 낙원에서 갑자기 동물들이 포악하게 변한다는 사항으로 영화는 버디 무비와 스릴러의 요소를 함께 표출한다. 여기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통인 코믹함이 깔려 있어서 영화는 무척 흥미진진하다.


미국의 영화음악 작곡가 마이클 자키노(Michael Giacchino)가 담당한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활극, 스릴, 유머러스함 등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보조한다. 10대 시절부터 자기가 만든 음악과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결합시키는 것에 관심을 보인 그는 뉴욕의 비주얼아트대학에 진학해 영화에 대해 심층적으로 공부했다. 1990년대 중반 다수의 비디오게임 사운드트랙을 작곡하며 음악감독으로서 경력을 쌓은 그는 1997년 [리걸 디시트]를 시작으로 영화음악계에 진출했다. 2004년 [인크레더블]부터 디즈니와 인연을 맺은 뒤 [라따뚜이], [업], [카 2] 같은 작품들로 디즈니와 인연을 맺어 오는 중이다. 때문에 애니메이션에 특화된 작곡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8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라따뚜이]로 '최우수 스코어 사운드트랙 비주얼 미디어' 부문, 2010년 [업]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오리지널 스코어' 부문 등을 수상한 도드라진 이력은 마이클 자키노의 능력과 업계에서의 지위를 유감없이 서술한다.

사운드트랙의 문은 'Stage Fighting'이 긴장감 있게 연다. 낮은음으로 시작해 신경질적으로 음을 높여 가는 관현악기와 다급히 발을 구르듯 나타나는 팀파니가 위기가 엄습한 주토피아를 묘사한다. 'Grey's Uh-Mad at Me'는 비슷한 톤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후반부에 다이내믹한 리듬을 내세워 모험이 막 개시됐음을 이야기한다. 관악기 파트가 이리저리 교차하면서 빠르게 연주되는 'Hopps Goes (After) the Weasel'은 다이내믹한 추격전을 연상시키고 'Case of the Manchas'는 고저를 반복하는 숨 가쁜 연주로 또다시 도래한 긴박한 상황을 전시한다. 'World's Worst Animal Shelter'와 'Some of My Best Friends Are Predators'는 살기 좋은 곳에서 180도 변해 버린 주토피아를 침울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린다. 일련의 곡들은 장대하고 생동감 충만한 편곡으로 영화의 내러티브와 상황 전개를 입체적으로 전달해 준다.

애니메이션 형식에 어울리게 스코어는 아기자기하고 밝은 기운도 함께 띤다. 라틴 리듬으로 경쾌함을 한껏 발산하는 'Ticket to Write', 청명한 벨 연주를 통해 주디와 닉의 협력 관계를 가볍게 스케치하는 'Walk and Stalk', 기타와 퍼커션, 관악기가 짧은 시간 동안 앙증맞게 화합하는 'Three-Toe Bandito'가 대표적이다. 오케스트라 위주로 무겁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3분 45초부터 'Walk and Stalk'의 주제로 변주되는 'Ewe Fell for It'이나 탱고에 기반을 두고 트레몰로 주법의 기타 연주로 서정미를 뿜어내는 'Mr. Big' 역시 같은 정서를 낸다. 라틴 음악과 [인크레더블]의 스코어에서 표현하기도 했던 재즈로의 접근을 버무린 이 곡들은 영상과 이야기가 쾌활함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주제가 'Try Everything'은 '가젤(Gazelle)' 역을 연기한 콜롬비아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샤키라(Shakira)가 불렀다. 1991년 데뷔한 그녀는 'Whenever, Wherever', 'Hips Don't Lie', 'She Wolf' 등 다수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세계적인 팝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영화에서 가젤은 빌딩 광고판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연예인이라서 리얼리티를 살린 캐스팅에 잔재미를 맛보게 된다. 'Try Everything'은 2014년 'Chandelier'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호주 가수 시아(Sia)가 곡을 쓰고 니요(Ne-Yo)의 'Because of You',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의 'With You' 등을 만든 노르웨이 프로듀서 팀 스타게이트(Stargate)가 프로듀스했다. 노래는 일렉트로니카와 컨트리 성분을 혼합한 가뿐한 반주와 귀에 쏙 들어오는 선명한 스캣으로 흡인력을 발휘한다. 샤키라 특유의 비음 섞인 창창한 가창은 이채로운 멋을 키운다. 또한 무엇이든 도전해 보라는 진취적인 가사는 영화의 어드벤처 성향을 부연함으로써 극의 여운을 부풀려 줄 듯하다.

영화는 개봉 직후 주간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을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이로써 동물이 성공적인 흥행을 보장하는 소재임이 또 한 번 확인됐다. 하지만 표정과 행동이 깜찍한 동물 캐릭터만이 [주토피아]가 내세우는 전부는 아니다. 영화는 누아르 성격을 주입해 사회의 어두운 면면을 보도하는 한편 인종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더불어 주디와 닉의 협력으로는 나와 다른 이와의 관계를 통한 약점 극복, 정신적 성숙을 논한다. 마이클 자키노가 제작한 스코어는 위압적이고 때로는 오밀조밀한 모양새로 작품의 특성을 알차게 보완하며 자연스럽게 부각한다. 장대함과 발랄함이 공존하는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감흥을 곱절로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다. [주토피아]가 전하는 이야기와 주인공 동물들은 매력적인 영화음악으로 더욱 친근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음반 해설지 전문
20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