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찾기 급급한 오디션 프로 ([힙합의 민족] 등) 원고의 나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 난다. 2009년 Mnet의 [슈퍼스타K]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자 방송사들은 일제히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 만들기에 동참했다. 얼마 후 MBC는 [스타 오디션 - 위대한 탄생]을, KBS는 [TOP밴드]를, SBS는 [K팝스타]를 내보냈다. 이와 더불어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 Mnet의 [보이스 코리아]처럼 외국의 판권을 산 프로그램들이 방영되며 동종 시장의 판을 키웠다. 2010년을 전후로 서바이벌 쇼의 융성이 시작됐다.

일련의 방송은 재능 있는 가수를 발굴, 소개하는 새로운 창구로서 큰 관심을 이끌어 냈다. 게다가 이들 프로그램은 어린 나이, 말쑥한 외모에 선별의 기준을 두지 않았다. 나이가 많거나 몸매와 얼굴이 매끈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획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던 가수 지망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대안이었다. 외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시스템에서 고배를 마시던 이가 이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는 단숨에 희망의 아이콘이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이렇듯 가능성의 제시로도 예비 참가자와 시청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모두 고르게 인기를 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십만 명이 지원하며 열기를 생성하고 매번 새로운 실력자가 등장하지만 이것이 절대적 무기가 되지는 못한다. 엇비슷한 형식과 전과 다름없는 진행에 시청자들은 얼마 안 가 식상함을 느끼곤 한다. 신선함과 독자성을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도태, 폐지된 프로그램도 여럿이다. 지난해 3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부활한 [TOP밴드]도 주류에서는 볼 수 없는 인디 밴드들을 주연으로 세운 점은 특별했으나 록이 오늘날 유행하는 장르가 아니기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은 이제 대중음악의 주요 소비층인 10대, 20대가 좋아하고 기존에 없었던 아이템을 찾는 데 열을 올린다. 힙합을 소재로 한 Mnet의 [쇼 미 더 머니]가 대표적이다. 늘 이런저런 논란을 빚었지만 [쇼 미 더 머니]가 큰 인기를 얻자 작년부터는 파생상품 격으로 여성 래퍼들을 대동해 [언프리티 랩스타]를 제작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방송될 때마다 힙합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슈가 됐다.

1월 중순부터 방송된 Mnet의 [프로듀스 101]은 아이돌 걸 그룹 제작을 목표로 세워 젊은 음악팬 및 수많은 남성의 이목을 끌어왔다. 여기에 101명이나 되는 많은 참가자를 선출함으로써 볼거리를 강화했다. 10대, 20대의 보편적 기호를 꿰뚫으면서도 참신한 소재, 다양성을 충족하는 인원수로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지난 3월 초 JTBC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힙합의 민족]을 곧 선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힙합이 대중음악계의 트렌드임이 재차 확인된다. 힙합이 제재라는 점에서는 [쇼 미 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와 다를 바 없지만 50대에서 80대의 할머니들이 랩 배틀을 펼친다는 구성에서 특이점을 나타낸다. 연로한 어르신들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특별함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색다른 기획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 포화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이목을 끌 만한 소재 찾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오디션 형식을 내세운 프로그램의 기본 목적은 인재 발굴과 그쪽 장르의 저변 확장이 돼야 할 것이다. 물론 할머니들이 방송을 통해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고 음반을 취입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결과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할머니들을 특이한 방송 소재로 활용할 뿐이라는 심증이 강하게 든다. 오디션 프로그램 범람에 따른 폐단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동윤)
2016.03.22ㅣ주간경향 1168호

덧글

  • 오후 2016/03/24 17:47 # 삭제

    세~상에~..할매 배틀이라니...6시 내고향 시청자가 주요 타깃일까요?
  • 퀘천쿼틀 2016/03/24 17:52 #

    리얼 할미넴 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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