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조리를 비판한 날 선 명작들 원고의 나열

모든 대중음악이 사랑과 연애담만 표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상을 기술하거나 특정 이슈에 대해 뮤지션의 의견을 개진하는 내용도 적지 않다. 이런 노래들은 주의 깊게 보지 못했던 정치적 사안을 환기하며 나 자신이나 이웃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심화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면에서는 사랑 노래보다 훨씬 더 요긴한 작품이다. 4월 13일에 치러질 20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사회와 정치를 논한 명반들을 소개한다.


Rage Against The Machine [Rage Against The Machine]
이름부터 투쟁이며 봉기였다. Rage Against The Machine은 힘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모른 체하거나 탄압하는 정부, 노동자의 권익을 무시하면서 부리기만 하는 초국적 기업, 자기 배만 불리는 데 혈안이 된 기득권을 양심 없는 기계로 규정했다. "기계에 맞선 분노"라는 작명은 그들을 향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데뷔 앨범의 수록곡들은 세찬 공격의 연속이다. 'Killing In The Name'에서는 공권력을 남용하는 경찰들을 성토하고, 'Bullet In The Head'에서는 국가가 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을 세뇌한다며 경각심을 심어 준다. 본인들이 적으로 규정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노여움을 재차 강조하는 'Know Your Enemy', 민중이 권력을 쟁취해야 한다고 역설(力設)하는 'Take The Power Back' 등을 통해서도 그룹이 설정한 노선이 이어진다. 이즈음 정치 성향 짙은 노랫말을 들고 나타난 여느 래퍼들보다 이들의 말은 더 과격했다.

강력한 음악은 메시지에 힘을 실어 줬다. 기타리스트 Tom Morello의 송곳처럼 예리한 사운드, Brad Wilk의 저돌적인 드럼 연주, 프론트맨 Zack De La Rocha의 괄괄한 래핑 등 넘치는 에너지는 소리로도 확실히 전해졌다. 덕분에 1시간 동안 카리스마 가득한 연설을 보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Rage Against The Machine는 노래로만 변혁을 부르짖지 않는다. 멤버들은 사회운동에도 적극적이다. 2007년 기타 제조사 콜트(Cort)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당한 한국의 노동자들이 2010년 복직을 요구하며 미국으로 원정 투쟁을 갔을 때 Tom Morello는 현장을 찾아 지지의 뜻을 밝히고 그들을 위해 만든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행동하는 예술가"라는 표현이 정확히 맞는 밴드였다.


U2 [War]
1981년 출시한 두 번째 앨범 [October]로 영국 시장에 진출한 아일랜드 밴드 U2는 1983년에 발표한 3집 [War]로 미국에도 발을 디뎠다. 앞서 낸 두 장의 앨범에 비평가들의 찬사가 쏟아지면서 U2는 계속해서 지지자를 늘려 갔다. 전작들보다 매서워지고 풍성한 사운드로도 U2는 더 많은 지지자를 획득할 수 있었다. 글로벌 밴드로 거듭나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지구촌 음악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음악만은 아니다. 세상과 인류에 대한 사려를 담아내는 노랫말이 그룹을 특별하게 보이도록 만든 중대한 요인이다. 1972년 북아일랜드에서 영국계 신교도와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며 행진하던 가톨릭교인들을 향해 영국 공수부대가 무차별 총격을 가한 사건을 두고 만든 'Sunday Bloody Sunday', 핵무기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한 'Seconds', 폴란드의 민주노조에 영감을 받은 노래로 정견에 의해 갈라진 이들이 화합할 것이라고 낙담하는 'New Year's Day' 등 [War]의 노래들은 정치적인 고민으로 무장했다.

Edge의 각 잡힌 기타 연주, Bono의 거칠게 포효하는 듯한 보컬, 이외에 멤버들의 뛰어난 기량으로 이룬 스트레이트한 표현력은 물론 매력적이다. 그러나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고 부조리한 면을 고발하는 콘텐츠는 U2가 영향력 있는 밴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중대한 배경일 것이다. [War]가 그 본격적인 걸음이었다.


Sly & The Family Stone [Stand!]
Sly & The Family Stone은 1967년 빌보드 싱글 차트 8위를 기록한 'Dance To The Music'으로 신속하게 주류 시장에 안착했다. 노래는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 강력한 주문에만 기능을 한정하지 않았다. 'Dance To The Music'은 당시 막 태동한 펑크(Funk)와 사이키델릭 소울의 확산에 기폭제가 됐다.

그룹은 1969년에 발표한 네 번째 앨범 [Stand!]에서 앞서 선보였던 음악 성향을 더욱 전면적으로 나타냈다. 거칠고 질퍽했으며 한편으로는 어지러웠다. 베트남전과 공민권운동 등 나라 안팎으로 복잡했던 미국의 상황을 음악적으로 묘사하는 듯했다. 'Don't Call Me Nigger, Whitey'에서 와와 이펙터를 활용해 혼란스러움을 가증하는 보컬이 단적인 예다.

가사도 시대의 모습을 소화한다. "저마다 각양각색(different strokes for different folks)"이라는 가사가 캐치프레이즈처럼 퍼졌던 'Everyday People'과 "깜둥이라고 부르지 마, 흰둥이들아!"라는 간결한 문장이 불편하고 답답한 심경을 전달하는 'Don't Call Me Nigger, Whitey'는 여전히 만연한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이다. 'Stand!'와 'You Can Make It If You Try'는 변화를 위해서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4년 인순이가 'Higher'로 리메이크한 'I Want To Take You Higher'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품은 노래는 아니지만 사이키델릭 시대와 그룹의 정체성을 설명해 준다.


Marvin Gaye [What's Going On]
부드러운 음성은 그대로였지만 가사에는 분노와 근심이 잔뜩 서려 있었다. Marvin Gaye는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s)의 대표 Berry Gordy, Jr.의 관리에서 벗어나 자신이 처음으로 프로듀서를 맡은 [What's Going On]에서 전면적으로 사회의식을 표출했다.

1969년 캘리포니아주의 한 공원에서 반전시위를 하던 학생들에게 경찰이 폭력을 행사한 사건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What's Going On'을 비롯해 베트남전에 파병됐던 동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는 'What's Happening Brother', 아이들을 위해 현재를 건강하게 꾸려 나가야 함을 넌지시 말하는 'Save The Children',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빈민가 흑인들을 프레임에 담은 'Inner City Blues (Make Me Wanna Holler)' 등으로 Marvin Gaye는 나라 안팎의 사정을 찬찬히 살펴보며 대중의 관심을 유도한다.

수많은 매체가 "역대 최고의 명반"을 선정할 때 [What's Going On]을 꼭 꼽는다. 힙합 그룹 Public Enemy의 리더 Chuck D는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을 발표하면서 "[What's Going On]의 힙합판"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What's Going On]은 충격과 심대한 감흥을 전달했다.


Public Enemy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
정치사회적 견해가 녹아든 대중음악을 이야기할 때 Public Enemy는 반드시 언급된다. 1987년 데뷔 앨범 [Yo! Bum Rush The Show]를 발표하며 흑인사회의 듬직한 나팔수로 나선 이들은 이듬해 2집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을 통해 그 지위를 확고히 했다. 웅변, 시위와도 같은 노래로 그룹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거짓말을 일삼는 국가 정보기관보다 자신들이 더 무서운 존재라며 공격의 칼날을 세우는 'Louder Than A Bomb', 반란을 선언하며 사나운 기세로 으름장을 놓는 'Rebel Without A Pause',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는 'Don't Believe The Hype' 등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체제를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낸다. 후에 헤비메탈 밴드 Anthrax와의 협업으로 더 유명해진 'Bring The Noise'에서는 흑인들이 힘을 모으면 승리할 것이라고 사기를 북돋우고, 행동으로 뭔가를 보여 줘야 한다면서 다 함께 일떠설 것을 부르짖는다.

그룹의 전담 프로덕션 팀 The Bomb Squad가 주조한 비트는 메시지의 효과적인 전달을 도왔다. 갖가지 펑크, 소울 음원을 대동해 이룬 역동적인 리듬, Terminator X의 공격적인 턴테이블 연주, 맬컴 엑스(Malcolm X)의 연설 등 여러 목소리의 빈번한 교차를 통해 이들의 음악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묘사했다. 때문에 가두시위 현장에 나와 있는 느낌마저 든다.

흑인들의 성난 민심과 존엄성을 표한 가사는 단단한 래핑과 비트에 의해 더 거친 기운을 냈다. 1960년대 블랙파워 정신을 힙합으로 강렬하게 재현한 셈이다. 랩 음악이 의견 개진, 운동을 위한 도구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것을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이 보여 줬다.

사회와 정치를 이야기한 그 밖의 노래들
Bob Dylan - Blowin In the Wind
Green Day - American Idiot
Billie Holiday - Strange Fruit
John Lennon - Imagine
Creedence Clearwater Revival - Fortunate Son
The Clash - Rock The Casbah
Sam Cooke - A Change Is Gonna Come
Bob Dylan - The Times They Are A-Changin
Nina Simone - Mississippi Goddam
The Smiths - Panic
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 - The Message
Woody Guthrie - This Land Is Your Land
The Cranberries - Zombie
The Beatles - Revolution
The Specials - Ghost Town
Nena - 99 Luftballons
Bruce Springsteen - Born in the USA

멜론-뮤직스토리-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433&startIndex=0


덧글

  •  sG  2016/04/12 12:10 #

    잘 읽었습니다. 이제는 칸예도 이 정도의 족보/프레스티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 싶네요.
  • 한동윤 2016/04/12 15:06 #

    칸 선생보다 이제는 켄드릭이 이런 리스트에 더 적합한 인물이 됐어요~
  • ㅇㅇ 2016/04/12 20:29 # 삭제

    RATM 오랜만에 다시 들어봐야겠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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