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 굴지의 힙합 레이블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출범했다. Dr. Dre는 Suge Knight와의 동맹을 청산하며 애프터매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고, Jay Z는 메이저 음반사로부터 퇴짜를 맞다가 직접 로커펠라 레코드를 만들었다. [Soundbombing], [Lyricist Lounge] 같은 컴필레이션 시리즈를 비롯해 준수한 앨범을 출품하며 언더그라운드의 성지로 등극한 로커스 레코드도 같은 해 세워졌다.
디제이 겸 프로듀서 Peanut Butter Wolf가 창립한 스톤즈 스로 레코드(Stones Throw Records)도 동갑내기 회사다. 초기에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지만 꾸준히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좋은 작품을 냄으로써 믿음을 주는 레이블로 성장했다. 스무 해를 맞은 지금이 전성기라고 할 정도로 무척 잘나가고 있다. Mayer Hawthorne, Aloe Blacc, Dam Funk, The Stepkids 등 음악팬들과 평단의 이목을 동시에 사로잡은 아티스트가 대거 포진해 스톤즈 스로는 더 밝은 미래를 예비한다.

Mayer Hawthorne | 소울 리바이벌, 네오 소울의 주요 인물
흑인음악 신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스타가 됐다. Mayer Hawthorne은 2009년 발표한 데뷔 앨범부터 2013년에 출시한 3집까지 매체의 호평을 들으며 인정받는 네오 소울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했다. 방구석 프로듀서로 시작해 클럽 디제이로 음악계에 뛰어든 그는 보컬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성공적인 가수 경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천부적인 재능 덕이 아닐까 싶다.
사실 가창력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의 작품에서 엄청나게 내지르는 노래를 발견할 수 없다. Mayer Hawthorne은 본인에게 맞는, 자기가 소화할 수 있는 곡을 쓴다. 이 과정을 통해 그의 노래는 자연스러움을 표한다.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단출한 소울 사운드는 수수함을 곱절로 늘린다. 누구나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음악으로 그는 침착하게 팬을 늘리는 중이다. 아직 국내 라이선스는 안 됐지만 이달 초에 출시한 4집 [Man About Town]도 아담한 멋을 한껏 과시한다.

J Dilla | 뮤지션이 존경하는 특급 프로듀서
J Dilla는 1990년대 초반 음악계에 입문해 수많은 래퍼와 작업하며 톱클래스 프로듀서 대열에 들었다. 이 다작의 이력은 상업성에 배경을 두지 않는다. 그가 매만진 노래들 중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히트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많은 래퍼가 그토록 J Dilla의 손길을 원하는 이유는 그의 음악이 질박함과 찰기를 만족하며 그윽한 풍미를 내기 때문이다. 작품성으로 만족감을 주는 프로듀서가 바로 그다.
2006년 지병으로 사망하자 Erykah Badu('The Healer'), Pete Rock('Gangsta Boogie'), De La Soul('La La La') 등 많은 동료 뮤지션이 노래로 그를 추모했다. Common은 그를 추억하기 위해 [Finding Forever]를 제작하며 J Dilla의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모방하기도 했다. 그만큼 힙합 신에서는 실로 대단한 존재였다.

Tuxedo | 이름처럼 근사한 펑크 음악
지난해 Mayer Hawthorne은 힙합 프로듀서 Jake One과 프로젝트 팀 Tuxedo를 결성해 다시 한 번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Jake One 역시 그동안 래퍼들과 주로 협업해 왔기에 일렉트로 펑크, 디스코를 시도한 Tuxedo는 둘 모두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괜찮은 기획이었다.
두 뮤지션의 협연은 콘셉트만 좋은 것으로 머물지 않았다. 귓가에 신속하게 감기는 선율, 매끄러우면서도 찰기 있는 비트, 곡을 맛깔나게 소화한 보컬 등 둘은 작곡, 편곡, 연주 등 전 분야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승효과를 나타냈다. 히트곡 없이 빌보드 R&B 앨범 차트 16위에 오른 것이 전부였으나, 어떤 면에서는 Zapp과 Chromeo, Breakbot을 짬뽕한 클리셰쯤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흑인음악 애호가들에게는 2015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가 되기에 충분했다.

Aloe Blacc | 세계로 나아가는 소울 가수
스톤즈 스로 소속 아티스트 가운데 가장 인지도 높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물은 단연 Aloe Blacc일 것이다. 텔레비전 쇼의 러브콜을 끊임없이 받고 있으며 대형 음악 페스티벌들도 그를 섭외하기 바쁘다. 아직 수상의 영예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브릿 어워드", "소울 트레인 어워드", "그래미 어워드" 등 유수의 시상식에서 몇 차례 후보로 거론됐다. 2014년에는 'The Man'이 빌보드 싱글 차트 8위까지 올라 히트곡을 보유한 가수가 됐다.
이 위치까지 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6년 데뷔 앨범 [Shine Through]는 평단으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데 그쳤다. 2010년에 발표한 2집 수록곡 중 'I Need A Dollar'가 드라마 주제곡으로 쓰이면서 주류로 부상했고, 소울 리바이벌 트렌드를 발판으로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힙합과 소울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션을 유지했던 1집과는 다른 확실한 선택이 신의 한 수였다. 2013년에 낸 3집 [Lift Your Spirit]는 팝으로도 스타일을 확장하면서 더 많은 음악팬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Avicii, Owl City, Zedd 등 다른 분야 뮤지션들과의 협업도 활발해 앞으로 그의 주가는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Dam Funk | 펑크 부흥의 전도사
유년기의 경험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적확한 예가 아닐 수 없다. 고향 캘리포니아주에서 만개한 부기(Boogie) 음악을 어린 시절부터 일상적으로 들어 온 Dam Funk는 뮤지션이 돼서 결국 그 음악을 주요 어법으로 삼았다. 자신에게 익숙한 것, 그가 좋아한 것을 제조하니 작품에서 조금의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1980년대의 부기와 일렉트로 펑크, 90년대 웨스트 코스트 힙합 특유의 나른한 사운드를 멋스럽게 재현한다. "부기의 대사(大使)"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때문에 그 시절 음악을 그리워하는 중년 음악팬들은 자동적으로 그를 찾게 된다. 과거를 애타게 찾을 팬들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Dam Funk는 2008년 스톤즈 스로의 시리즈 음반 [Rhythm Trax Vol. 4]로 데뷔한 후 매년 쉬지 않고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2013년에는 Snoop Dogg과 프로젝트 팀 7 Days Of Funk를 결성해 팬들에게 또 한 번 흥미를 안겼다.

Peanut Butter Wolf | 대표님은 출중한 디제이
스톤즈 스로의 설립자인 디제이 Peanut Butter Wolf는 1994년 발표한 첫 앨범 [Peanut Butter Breaks]로 인스트러멘틀 힙합, 다운템포 분야를 개척하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회사 운영에 몰두하느라 개인 창작 활동이 뜸하다. Rasco, Planet Asia 등 언더그라운드의 걸출한 인물들이 참여한 1999년 앨범 [My Vinyl Weighs A Ton]이 사실상 마지막 음반이다.
레이블을 창립하기 전 Peanut Butter Wolf는 래퍼 Charizma와 짝을 이뤄 음반 준비를 해 왔다. 하지만 1993년 Charizma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남에 따라 듀오로의 활동은 영영 이뤄질 수 없게 됐다. 다행히 2003년 둘의 작업을 모은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 [Big Shots]가 출시되면서 팬들은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앨범을 들으면 Peanut Butter Wolf가 턴테이블리스트로서의 기교뿐만 아니라 심미안 좋은 비트메이커임을 실감하게 된다. 힙합 황금기를 동경하는 이들이라면 [Big Shots]를 꼭 들어 볼 필요가 있다.

The Stepkids | 현대적인 사이키델릭 소울이란 이런 것
다수 음악팬이 단번에 확 반할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The Stepkids의 음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코네티컷주에서 결성된 이들 트리오는 "우리가 모여서 음악을 하게 된 이유와 정수를 찾자"는 취지하에 R&B, 펑크(Funk), 재즈, 포크, 1970년대 분위기의 팝 록을 버무려 표현한다. 여러 장르의 결합을 통해 이들은 현대적이고 독특한 사이키델릭 록-소울을 완성했다. 공연에서도 조명을 만화경처럼 연출해 몽환적인 느낌을 시각화하기도 한다.
뻔하지 않은 음악은 데뷔 때부터 이들을 눈여겨보게 했다. 2011년에 발표한 1집 [The Stepkids]는 여러 매체로부터 "올해의 앨범"에 선정됐다. 2013년에 선보인 두 번째 앨범 [Troubadour]에서는 신시사이저의 비중을 높이면서 트렌디함을 보완하는 한편 사이키델릭 성향도 심화했다. 개성 강한 어법 외에 멤버들 모두 세션 연주자로 내공을 쌓은 인물들답게 연주가 단단한 것이 The Stepkids의 장점이다.
멜론-뮤직스토리-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481&startInde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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