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가수들은 모두 역습에 성공했을까? 원고의 나열


한국 대중문화의 시곗바늘은 수년째 1990년대를 가리키고 있다. tvN의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는 지난날의 생활상과 감수성을 충실하게 재현함으로써 그 시대를 경험한 이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8090 세대를 타깃으로 한 클럽, 술집이 전국 유흥가에 하나 이상 자리를 틀었다.

2015년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공연은 90년대로의 회귀 유행에 기폭제가 됐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들의 예전 히트곡들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다시 올라오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90년대 가수들은 다시금 많은 이에게 주목받는 중이다.


최근에는 젝스키스가 이 흐름의 주인공이 됐다. 2000년에 해체한 이후 김재덕과 장수원을 제외하고 줄곧 따로 활동해 온 이들은 "토토가" 두 번째 시즌을 통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16년을 버티고 있던 긴 세월의 벽을 깨고 이뤄진 재결합은 팬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릴라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예정한 공연은 무산됐지만 많은 이가 정식 복귀를 고대하며 젝스키스를 환영했다. 매체들도 부지런히 그룹의 경력을 반추하는 기사를 쏟아 냈다. 멤버들이 재결성을 희망했다고 해도 각자의 의견이나 소속된 회사의 입장 차이 때문에 지지부진한 공론에 그쳤을 공산이 크다. 이 난관을 "무한도전"이 깔끔하게 해결했다. 게다가 프로그램의 인기가 워낙 대단해서 쉽게 큰 관심을 이끌어 냈다.

터보 역시 "무한도전"의 수혜자다. 지난해 말 15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 [Again]의 타이틀곡 '다시'는 많은 관심을 끌며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올랐다. 김종국이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그의 인지도만으로는 이 정도 성적을 달성하기란 수월하지 않았을 것이다. "토토가"에 나온 덕분에 터보는 젊은 세대에게도 존재를 어필할 수 있었다. 더욱이 "토토가" 이후 다른 출연 가수들의 노래와 함께 이들의 예전 히트곡들은 반년 넘게 다운타운에서 수없이 울려 퍼졌다. "토토가"의 탄력을 제대로 얻은 경우다.

JTBC는 90년대를 흠모하는 시류를 포착해 작년 가을 과거의 인기 가수들을 찾는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이하 슈가맨)"을 편성했다. 프로그램은 "토토가"의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염두에 둔 듯 MC로 유재석을 섭외했다. 요즘 잘나가는 가수들이 선배 가수들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한 "슈가맨"은 원곡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이른바 역주행을 목표로 내세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현상은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출연 가수들의 이름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것이 전부다. "슈가맨"은 음원사이트 이용자 대다수가 원곡에는 관심이 없으며, 시청률이 높은 방송이 아니면 이렇다 할 파급을 내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 주는 정확한 준거다.


1996년 데뷔해 '많이 많이', '비련' 등의 히트곡을 남긴 구피는 올해 2월 "슈가맨"에 얼굴을 비치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몇 편의 정규 음반을 냈고 간간이 싱글을 발표해 왔으나 단 한 번도 주목받은 적이 없기에 감회가 남달랐을 테다. 이에 용기가 생겼는지 2010년 출시한 EP [Unplugged Soul] 이후 얼마 전 약 6년 만에 신곡 '옛날 노래'를 선보였다. 구피는 양동근, 클릭비의 노민혁, 울랄라세션의 김명훈을 대동해 더 많은 이의 눈길을 유도한다. 그럼에도 노래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따로 설정한 타이틀 [옛날 노래의 역습]이 품은 당찬 포부는 현실화에 무참히 실패했다.

당연한 결과다. "슈가맨"은 지금까지의 방송을 통해 방영될 때만 잠깐 화제가 되는 "휘발성 주목"을 검증했다. 프로그램의 은혜를 입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금물이다. 때문에 가수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구피는 이것이 미약했다. 리드 싱어 이승광이 2014년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트로트 엑스"에 출연함으로써, 또는 보디빌더로 활동하며 가끔 근황이 전해지긴 했으나 다른 두 멤버 박성호, 신동욱은 작곡가, 프로듀서로만 지낸 탓에 지명도가 낮다. 신곡 '옛날 노래'는 아주 트렌디하거나 고급스럽지도 않다. 제목처럼 새천년 전후에 자주 접할 수 있던 예스러운 한국식 힙합이다. 이런 스타일을 다수가 반갑게 맞아 줄 리가 없다.

추억에만 의존해서는 제대로 회생하기가 곤란하다. 일련의 사례는 인기 예능 출연 여부가 컴백의 성패를 좌우함을 일러 준다. 음원차트 상위권을 점하는 노래는 아이돌, 드라마 OST, 음악 경합 프로그램에 국한된다. 이 판을 손바닥 뒤집듯 능히 뒤엎은 것은 "무한도전"이 유일하다. 서글픈 현실이긴 해도 애청자가 많은 예능에 나와야 생명을 얻는다. 꼭 예능이 아니더라도 같은 맥락에서 꾸준한 브라운관 노출은 중요하다.


또한 팬덤이 확고한 아이돌 그룹이어야 대대적인 호응을 누릴 수 있다. 2014년 9년 만에 재결성해 새 앨범을 낸 god의 히트가 그 명제를 입증하는 예다. 여전히 그들을 그리워하는 골수팬들의 지지로 '미운 오리 새끼', '하늘색 약속', '우리가 사는 이야기' 등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들었다. H.O.T.도 두터운 팬층에 힘입어 음원차트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 예견되기에 컴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0년대 가요를 트는 클럽과 주점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무한도전"은 "토토가"를 또 기획했다. 많은 가수가 90년대 히트곡을 리메이크하고 있다. 우리 대중문화의 시곗바늘은 확실히 90년대로 돌아가 있다. 이러한 현상에 부응해 컴백을 계획하는 가수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을 만끽하진 못하는 형편이다. 잘나가던 아이돌 그룹이 아니면, 인기 방송에 초대되지 않으면 대중과 매체의 레이더에 잡히기 어렵다.

오랜만에 시도한 컴백이 실패하는 데에는 다른 요인도 존재한다. R.ef는 2012년 8년간의 공백을 마감하고 신곡을 발표했다. 당시 성대현이 예능에 자주 출연해 친근감을 쌓은 상태였으나 반응은 미미했다. 2013년에 낸 '왜 이래'는 과거 히트곡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띠면서 당시 인기 문법인 덥스텝을 수용해 트렌디함까지 겸비했음에도 히트하지 못했다. 90년대를 동경하는 대중이 어쩌면 그때의 히트곡과 추억만을 선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멜론-뮤직스토리-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510&startIndex=0

덧글

  • 동사서독 2016/05/02 20:13 # 답글

    혼성그룹 투투의 보컬 김지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인기그룹 공일오비의 정석원은 악마에게 그림자를 팔아먹고 햇빛 앞에 나오지 못하는 류의 사람이 되었고 넥스트의 신해철은 의료사, 듀스의 멤버는 의문사, 서태지와 아이들의 아이 한 명은 교도소 행... 어쨋든 방송에 나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추억 속 스타'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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