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돌아온 밀당의 고수 코린 베일리 래 Corinne Bailey Rae 원고의 나열

4년을 기다리게 하더니 다음에는 6년을 기다리게 했다. 때문에 반가움은 짧았고 애끓음의 세월은 길었다. 'Like A Star', 'Put Your Records On'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영국 싱어송라이터 Corinne Bailey Rae에 대한 얘기다. 그녀는 근사한 음악으로 팬들을 기쁘게 했으나 긴 휴지기로 섭섭함을 안기기도 했다. 느긋함이 네오 소울 계통 아티스트들의 전통과 습성이 됐다고 이해하고 싶지만 야속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앨범이 나오면 아쉬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르르 녹는다. 오는 13일 이 신흥 "밀당의 고수"가 6년의 정적을 깨고 3집 [The Heart Speaks In Whispers]를 발표한다.


원래는 로커로 출발했다지?
많은 뮤지션과 마찬가지로 Corinne Bailey Rae도 교회가 뮤지션 여정의 시작이었다. 1979년 잉글랜드 리즈에서 Corinne Jacqueline Bailey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그녀는 유년 시절 교회 성가대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동료들과 창작 가스펠을 만들고 기존 가수의 노래를 커버하면서 창작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교회 청소년 지도자의 지원을 받아 일렉트릭 기타를 구입한 그녀는 Jimi Hendrix, Led Zeppelin, Lenny Kravitz 같은 뮤지션들을 훑으면서 음악에 더욱 심취해 갔다.

1990년대 후반 여성 얼터너티브 록 밴드 Veruca Salt, L7은 Corinne Bailey Rae에게 신선한 충격을 제공한다. "기타를 치는 여자를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섹시해 보였죠. 저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어요."라며 격정에 사로잡혔음을 밝힌 그녀는 곧 여성으로만 이뤄진 인디 록 밴드 Helen을 결성한다. 프로페셔널이 되는 경력의 개시였기에 꿈에 부풀었지만 베이시스트가 임신하면서 그룹은 해체를 맞게 됐다. Corinne Bailey Rae는 부득이하게 잠시 꿈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Helen이 개화도 못하고 허무하게 막을 내린 뒤 Corinne Bailey Rae는 대학에 다니며 인근 재즈 클럽에서 물품 보관을 돕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때 간간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를 얻었고 이 경험은 뮤지션이 되겠다는 의지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더불어 록이 아닌 소울풀한 음악에 관심을 갖는 계기도 됐다. 2001년 가약을 맺은 색소폰 연주자 Jason Rae와의 만남도 이곳에서 맞이한 큰 변화 중 하나였다.

남편의 성을 따라 Corinne Bailey Rae로 이름을 바꾼 그녀는 2003년 펑크(Funk), 재즈 밴드 The New Mastersounds의 'Your Love Is Mine'을 비롯해 2005년에는 소울 그룹 The stiX의 'Young And Foolish' 등에 객원 가수로 참여하며 R&B 가수로서 새로운 경력을 작성했다. 노래들은 상업적으로 히트하지 못했지만 매력적인 목소리를 뮤지션들과 관계자들에게 선전하는 무대로서는 충분했다.


영국 음악계를 강타한 R&B 신성의 탄생
일련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업계의 주목을 받은 Corinne Bailey Rae는 EMI와 계약하고 2005년 마침내 데뷔곡 'Like A Star'를 발표한다. 소울과 어쿠스틱 팝, 다운템포의 인자가 혼합된 데뷔곡은 영국 싱글 차트 32위에 올라 단번에 그녀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 이듬해 출시한 두 번째 싱글 'Put Your Records On'은 영국 차트 2위를 기록했다. 이 노래는 국내에서 광고 배경음악으로 사용돼 더욱 친숙하다. 얼마 뒤 나온 데뷔 앨범 [Corinne Bailey Rae]는 그해 말 영국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투박한 질감의 비트에 감미로운 멜로디를 얹어 오묘함이 배가되는 'Enchantment', 플루트와 다른 관악기가 따사로운 사운드를 내는 'Trouble Sleeping', 가녀린 음성을 퍼뜨리지만 곳곳에서 힘을 준 가창으로 굴곡을 만드는 'Breathless' 등 수록곡들은 포근하며 소박했고 이채롭기까지 했다. 소울과 재즈를 기본에 두면서도 어쿠스틱의 담백함이 공존했다.

Corinne Bailey Rae는 "MOBO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인" 부문을 수상하는 등 여러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며 2006년의 명실상부한 스타임을 증명했다. 수상의 영광은 누리지 못했으나 2007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인",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후보에 오를 만큼 나라 바깥에서의 인기도 대단했다.

이후 키보드 연주자 Amp Fiddler의 'If I Don't', Deniece Williams의 오리지널을 커버한 재즈 베이시스트 Marcus Miller의 'Free', Herbie Hancock의 'River', Al Green의 'Take Your Time' 등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에 참여하며 보컬리스트로서 재주를 뽐냈다. 이처럼 재즈나 성인 취향의 노래에 주로 간택된 것은 가창력은 기본에 그녀의 목소리가 여유와 편안함을 지녔음을 설명한다. 또한 신인임에도 Fats Domino와 John Lennon의 트리뷰트 앨범에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상당했다.


공백 후 달라진 음악
고공행진을 이어 가는 가운데 2008년 3월 갑자기 비보가 들려 왔다. 남편 Jason Rae의 사망. 몸과 마음을 추슬러야 했기에 2집 [The Sea]가 나오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I'd Do It All Again', 'Are You Here' 등 앨범에는 남편과 나눴던 일들을 회상하고 그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노래가 많았다. 1집 스페셜 에디션 버전에 Led Zeppelin의 'Since I've Been Loving You'를 리메이크하며 록에 대한 애정을 표출하기도 했지만 이번 앨범은 전작보다 록의 기운이 더 강했다. 남편을 잃은 슬픔을 강한 음악으로 표출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히트곡은 나오지 않았으나 앨범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매체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1년에는 Bob Marley, Prince, Paul McCartney & Wings 등을 커버한 비정규 음반 [The Love EP]를 발표했다. Corinne Bailey Rae는 소울, 록 등 본인의 중심 문법을 토대로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끈끈하게 노래들을 재해석해 보였다. Bob Marley & The Wailers를 커버한 'Is This Love'는 2012년에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R&B 퍼포먼스"를 수상했다.


기대를 모으는 3집 [The Heart Speaks In Whispers]
딱히 근황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지내던 그녀가 지난 2월 신곡 'Been To The Moon'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요즘 극장가의 대세가 된 우주, 행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영감을 얻은 듯 뮤직비디오에서 Corinne Bailey Rae는 어딘가에 불시착한 우주비행사로 분한다.

배경이 된 광활한 협곡, 독특한 의상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음악이 역시나 주의를 끈다. 록을 품었던 전과는 다른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신시사이저가 과하지 않은 소리로 리드하는 네오 소울로 변화를 귀띔한다. 3분을 조금 지나 곡이 끝나지만 그 뒤 관악기와 키보드가 차분히 곡의 테마를 반복하면서 여운을 키운다. 'Like A Star', 'Put Your Records On'이 팝의 성향을 간직했던 반면에 'Been To The Moon'은 온전한 네오 소울이라서 흑인음악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것 같다.


3월 초 유튜브에 음원을 게재한 'Green Aphrodisiac' 또한 리얼 세션이 내는 사근사근한 소리가 일품인 네오 소울이다. Corinne Bailey Rae의 연한 음성과 살포시 에워싸는 듯한 코러스가 곡의 풍미를 더한다. 6분에 달하는 비교적 긴 길이지만 흐름이 자연스럽고 편곡이 다부져 단 한순간도 싫증이 들지 않는다. 노래 제목처럼 "푸른빛의 최음제"를 복용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네오 소울에만 전념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는 3집 [The Heart Speaks In Whispers]에서 네 편의 수록곡만 공개된 상태인데, 'Hey, I Won't Break Your Heart'는 재즈와 R&B의 요소가 혼합된 팝이고, 'Stop Where You Are'는 조용히 나아가다가 후렴에서 강한 태도로 돌변하는 록이다. 이 노래들은 1집과 2집을 연상시킨다.

EP 이후 5년, 2집을 기점으로는 6년 만에 출시하는 정규 음반이다. 전작들의 특성을 이어 가면서 네오 소울도 심화해 다채로운 모습이 예상된다. 상냥하고 촉촉한 목소리는 또 얼마나 그리웠는가. 휴식이 너무나 길었지만 돌아와 줘서 고맙다.

멜론-뮤직스토리-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569&startIndex=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