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와 희망을 얘기하는 [싱 스트리트] OST 원고의 나열


스크린에 또 한 번 음(音)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달 19일 개봉한 존 카니 감독의 "싱 스트리트(Sing Street)"가 연회의 개최자다. 2007년 "원스"가 거의 가요처럼 여겨질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은 'Falling Slowly'를 배출했고 2014년 "비긴 어게인"이 국내에서 개봉한 다양성 영화 최초로 관객수 300백만 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기에 전과 다름없이 영화와 사운드트랙은 강한 힘을 발휘할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개봉 첫 주 13만 명 넘는 관객을 불러들이며 파티 볼륨을 키우는 중이다.

전작들에서 포크와 팝 록을 주요 제재로 택했던 존 카니는 "싱 스트리트"에서 1980년대에 유행했던 뉴웨이브, 신스팝에 초점을 맞췄다. 약 10년 전부터 Lady Gaga, La Roux, Chvrches 같은 뮤지션들에 의해 신스팝 리바이벌 붐이 일어났으니 이 흐름을 캐치한 것이다. 영화 속 가상 밴드 Sing Street의 노래들과 유명 밴드들의 히트곡은 관객을 1980년대로 안내한다. 이외에도 영화에 쓰인 많은 노래로 유쾌하다.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Motorhead 'Stay Clean'
영국 헤비메탈 밴드 Motorhead가 1979년에 발표한 2집 [Overkill]에 수록된 곡으로 주인공 코너(페리다 월시-필로 분)가 "싱 스트리트 드라살 교직회 학교(Synge Street CBS)"에 처음 등교할 때 흐른다. 경제 불황으로 부모님은 고용 불안 상태에 처해 있고 설상가상으로 매일 같이 부부싸움을 하는 탓에 코너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전학까지 해 새로운 환경을 맞닥뜨리니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교문을 들어선 코너는 주변을 살피기 바쁘다.

이런 코너를 위해 Motorhead의 노래가 응원가로 쓰였다. 모든 것이 너에게 달려 있고 네 뜻대로 살라는 내용으로 용기를 북돋운다. 같은 이유로 'Stay Clean'은 이후 펼쳐질 코너의 당찬 활동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다. 영화 사운드트랙의 기조인 뉴웨이브, 신스팝에서 동떨어진 선곡이긴 하지만 거친 사운드는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갈 주인공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참고로 영화 제목과 발음이 같은 싱 스트리트 학교는 존 카니가 실제로 다녔던 곳. 존 카니는 어렸을 때부터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나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Duran Duran 'Rio'
Duran Duran의 1982년 히트곡 'Rio'는 코너가 가족들과 텔레비전을 볼 때 뮤직비디오로 나온다. Duran Duran이 당시 인기가 높았고 뉴웨이브 장르가 전 세계를 강타한 현상을 일컫는 "제2의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첨병 역할을 했던 만큼 코너의 형 브렌던(잭 레이너 분)은 그룹을 칭송한다. 더불어 뮤직비디오는 영상과 음악이 합쳐진 최고의 예술이라고 예찬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비틀스한테는 안 된다며 당신의 아티스트에 대한 찬양을 펼친다.

영화의 배경 연도가 1985년인데 이때는 Duran Duran이 'The Reflex'로 성공을 이어 가는 시기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이해 여름에 개봉한 "백 투 더 퓨처"를 언급하고 외투를 걸친 것을 봐서는 영화의 절기는 가을쯤이다. 당시 Duran Duran은 "007 뷰투어킬" 주제곡 'A View To A Kill'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때문에 아직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브렌던의 대사는 어불성설이다. 또한 어째서 철 지난 히트곡 'Rio'를 썼는지 의문이 든다.

노래의 "리오"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이루는 강 리오그란데를 가리킨다. 리오는 미국에 대한 은유다. 미국은 기회의 땅이며 성공을 꿈꾸는 자들이 찾는 이상향이다. 당시 여느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여주인공 라피나(루시 보인턴 분)도 더 많은 기회를 갖기 위해 아일랜드를 떠나 런던으로 가기를 희망한다. 'Rio'는 지난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 출세욕에 대한 메타포로 선곡됐다.


The Clash 'I Fought The Law'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로큰롤의 큰 별 Buddy Holly의 밴드 The Crickets의 원곡으로 코너가 매점에 가는 장면에서 사용됐다. 노래는 강도짓을 벌인 뒤 돈을 흥청망청 쓰다가 감옥에 간 어떤 사내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데 "나는 법과 싸웠고 법이 이겼어(I fought the law and the law won)"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나중에는 밴드의 경호원이 되지만 코너를 괴롭히는 배리(이안 케니 분), 교칙을 사이에 두고 갈등을 겪는 백스터 수사(돈 위처리 분)와의 싸움을 비유한다.

The Clash 버전은 1979년 발표됐지만 크게 히트하지 못했다. 오리지널이 당연히 중요하고 1960년대 중반 The Bobby Fuller Four의 버전이 히트했는데 굳이 The Clash의 버전을 쓴 것은 펑크 록이 젊은 주인공들과 어울리고 펑크 록이 사운드트랙의 노선이 되는 뉴웨이브의 모체이기 때문이다.


A-ha 'Take On Me'
예고편에서 들을 수 있었던 노래. 노르웨이가 배출한 최고의 팝 밴드 A-ha의 1985년 히트곡으로 수많은 뮤지션이 리메이크했다. 로토스코핑 기법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로도 많은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조용필이 출연한 음료 광고에서 이 뮤직비디오를 흉내 내기도 했다. (음악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뮤직비디오다.)

코너가 라피나에게 한눈에 반해 뮤직비디오 출연을 미끼로 작업할 때 부른다. 사실 예고편에서 이 장면을 봤을 때 노래를 못하는 주인공이 피 나는 연습을 해서 뮤지션답게 성장하는 내용인 줄 알았다. 어찌나 음이 계속 내려가는지…. 이런 실력으로 여자를 꾈 수 있다니 너무 비현실적이다.

'Up'을 듣고 코너의 마음을 확인한 라피나가 코너와 대화를 나누며 걸을 때 'Take On Me'가 피아노 연주로 다시 흐른다.


Harold Faltermeyer 'Axel F'
코너는 대런(벤 캐롤란 분)과 밴드를 결성하자고 결의한 뒤 온갖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에이먼을 찾는다. 에이먼은 기타, 드럼, 키보드는 기본에 마치 "싱 스트리트의 하림"처럼 다른 나라의 전통악기도 연주해 보인다. 이 장면에서 롤랜드 주노 신시사이저로 "베벌리힐스 캅"의 주제가인 Harold Faltermeyer의 'Axel F'를 연주한다.


Sing Street 'The Riddle Of The Model', 'Up'
순식간에 결성된 미래파 밴드 Sing Street는 Duran Duran의 'Rio'를 커버하며 기반을 다진다. 이에 대한 보고를 들은 코너의 형 브렌던은 록은 따라 하는 게 아니라며 자기만의 창작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 말을 들은 코너가 멤버들과 처음 만든 노래가 'The Riddle Of The Model'이다. 신시사이저 루프와 펑키한 일렉트릭 기타 리프가 이 시대의 트렌드였던 뉴웨이브 사운드를 압축해 나타낸다. 더불어 끝 부분 무술 영화에서 나올 법한 멜로디와 징 소리가 동양의 정취를 자아낸다.

라피나를 생각하며 악상을 떠올린 코너는 노래를 완성하기 위해 늦은 밤 에이먼을 찾아간다. 어쿠스틱 기타가 리드하는 팝 록 스타일이라 "비긴 어게인"의 노래들이 연상된다. 적당히 활기찬 분위기도 좋지만 "꿈속으로 돌아간 듯해", "그녀는 날 빛나게 해" 같은 가사 때문에도 흐뭇하다. 이런 노래를 듣고 반하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을까? 본인은 널 생각하며 만든 노래가 아니라고 본심을 숨겼지만 'The Riddle Of The Model'로 라피나의 마음을 살짝 흔든 코너는 'Up'으로 구애에 쐐기를 박았다.


Hall & Oates 'Maneater'
블루 아이드 소울의 대표 뮤지션 Hall & Oates의 1982년 히트곡. 매일 다투던 부모님이 유독 크게 싸우던 밤 코너와 형, 누나가 한 방에 모여 이 노래를 들으며 춤판을 벌인다. 우려하던 부모님의 관계가 안 좋은 쪽이지만 어쨌든 결말을 맺는 형국이기에 아예 마음 놓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Maneater"는 단어 그대로 남자를 잡아먹는 사람, 즉 남성 편력이 심한 여자를 의미한다. 경쾌한 리듬 때문에 남매들이 이 곡을 선택한 것도 있지만 이혼 사유 중 하나인 바람난 어머니를 디스한 것이다.


M 'Pop Muzik'
영국 뮤지션 Robin Scott의 원 맨 밴드 M의 1979년 히트곡으로 코너와 대런이 배리를 그룹의 경호원으로 영입하는 신에서 흐른다. 코너는 전학 온 날부터 배리에게 괴롭힘을 당했지만 배리의 폭력성도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를 포용한다. 'Pop Muzik'이 뉴웨이브 장르의 최초 히트곡으로 여겨져 이 중요성을 바탕으로 쓰인 것도 있겠으나 "생존경쟁을 멈추고 팝 음악으로 대동단결하자"는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선택했을 것이다.


Starship 'Nothing's Gonna Stop Us Now'
영화 "마네킨"의 주제가이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팝송] 등의 팝송 컴필레이션 앨범에 단골로 수록되는 노래로 Sing Street 밴드가 강당에서 공연하기 전에 잠깐 흐른다. 팝 팬들에게는 굉장히 반가운 노래였을지 몰라도 영화로서는 옥에 티다. 1987년에 나온 노래가 타임머신을 탔는지 1985년이 배경인 영화에 등장했다.


Sing Street 'Drive It Like You Stole It'
드럼 톤과 베이스 진행이 Stevie Wonder의 'Part-Time Lover'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영화의 대표곡. 도입부의 장엄한 신시사이저, 후렴에 들어가기 전 찰나에 박력을 주입하는 일렉트릭 기타, 명료한 후렴 멜로디, 분위기를 환기하는 색소폰과 박수 소리 등 각 요소가 차지게 어우러져 경쾌함을 분출한다. 부모님의 이혼, 백스터 수사의 횡포, 라피나의 거절에 삼중고를 겪은 코너는 "이건 네 삶이야, 어디든 갈 수 있어"라는 가사로 스스로 위로하며 자신에게 용기를 준다. 노래는 코너뿐만 아니라 가정, 연애, 이상에 대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모든 청춘들을 대상으로 한 독려인 셈이다.

귀가 즐겁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영화
라피나를 생각하며 쓴 연가로서 가뿐한 리듬이 해안선을 달리는 것 같은 'A Beautiful Sea', 자신을 괴롭힌 백스터 수사에게 날리는 록 스피릿 카운터펀치 'Brown Shoes', 강당에서 공연할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친구로 지내자는 얘기를 들었던 사람에게 바칩니다"라고 소개해 더욱 애절하게 들리는 발라드 'To Find You', 거센 풍랑을 뚫고 런던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흐른 Adam Levine의 'Go Now' 등 곳곳에 높인 노래들은 영화의 감흥을 키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반할 영화다.

멜론-뮤직스토리-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624&startIndex=0&musicToday=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