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탄생] 새로운 음악 경연 프로의 탄생 원고의 나열


대한민국에서 음악은 이제 전 국민적인 시합 종목이 됐다. 현대적인 동요 창작을 목표로 어린이들을 섭외한 Mnet의 [위키드], 60세 이상의 어른들을 래퍼로 모신 JTBC의 [힙합의 민족]이 참가자의 연령 폭을 넓혔다. MBC의 [복면가왕]은 가수 외에도 배우, 코미디언, 운동선수 등 다양한 직종의 유명인을 경연장으로 불러들인다. MBC의 [듀엣가요제]와 SBS의 [판타스틱 듀오]는 일반인이 가수와 연합해 경연을 벌인다. 사시사철 이어지는 방송사들의 노래 경연은 나이와 계층에 제한을 누그러뜨림으로써 많은 이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한다.

지난 4월 26일 첫 전파를 탄 tvN의 [노래의 탄생]은 참가자의 범위를 한차례 더 확장해 보인다. 그동안 나온 경합 프로그램들은 거의 노래 부르는 이가 주체였다. 관례와 다르게 [노래의 탄생]은 팀을 이룬 싱어송라이터, 작곡가, 전문 프로듀서의 지휘 아래 일렉트릭 기타, 키보드, 드럼, 베이스, 관현악기 등 다양한 파트의 연주자와 보컬리스트 수십 명이 주연으로 나선다. 전에 없던 출연자 구성으로 신선함을 선보인다.

참신한 사항이 또 있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은 대체로 대중이 익히 아는 명곡, 히트곡이 레퍼토리로 선택된다. 하지만 [노래의 탄생]은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은 노래를 제재로 삼는다. 이 노래들은 멜로디와 코드, 가사만 있는 가녹음 음원으로 공개된다. 원곡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데다가 기본 뼈대만 있으니 참가자는 물론 시청자도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프로듀서들 개개인의 풀이와 음악적 성향이 어떤 스타일로 발현될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다수의 경연 프로그램은 청중 평가단의 점수로 승패를 가린다. 참가자들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클라이맥스를 극단적으로 화려하게 연출하거나 폭발하는 가창에 무게를 두기 일쑤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를 거듭할수록 피로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의 탄생]은 원작자가 마음에 드는 버전을 고르는 것으로 승부를 결정짓는다. 기를 쓰는 고음 전쟁이 없어서 보기가 편안하다.

프로페셔널 뮤지션들이 모여서 곡을 만들다 보니 [노래의 탄생]에서는 '프로'(녹음실이나 연습실을 대여하는 시간 단위로 보통 3시간 30분이 1프로), '기깍기'(곡이 진행되는 중에 리듬을 덧입히거나 패턴을 달리하는 것) 같은 전문용어나 음악계의 은어가 자주 나온다. 이런 생소한 표현이 쓰일 때마다 자막으로 설명이 나가 정보 제공을 충족한다. 이로써 시청자는 편곡과 합주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다.

부연에 미숙한 부분은 있었다. 3회 방송에서 새로운 보컬리스트로 정승환이 나왔을 때 자막에 '감성 발라더'라고 기재한 것이 흠이다. 발라더는 어디에도 없는 콩글리시다. 발라디어가 옳은 표현이다. 방송과 신문에서 발라드를 주로 부르는 가수를 발라더라고 일컫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노래의 탄생]뿐만 아니라 모든 매체가 주의해야 한다.

파일럿으로 편성된 [노래의 탄생]은 5월 20일 방송된 4회를 끝으로 마무리됐으며 곧 정규 편성될 예정이다. 음악이 자웅을 겨뤄야 할 분야가 되고 게임이 되는 풍토를 고착화하는 데에 일조한다는 점에서 [노래의 탄생]의 출범은 애석하다. 게다가 45분 안에 노래를 완성해야 한다는 규칙은 음악을 기능대회의 소재로 만드는 것 같아 섭섭하다. 하지만 대중이 잘 모르는 연주자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활약을 강조하는 사항은 눈여겨볼 만하다. 음악인에 대한 따뜻한 부각, 전문적인 지식 제공, 감동을 아우르는 방송으로 탄생하기를 희망한다.

(한동윤)
2016.06.14ㅣ주간경향 118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