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맨 챌린지와 마이애미 베이스 원고의 나열


전 세계가 수개월째 달리고 있다. 식사를 하다가도, 운동을 하다가도,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다가도 특정 음악만 나오면 달리기하는 듯한 자세로 몸을 흔든다. 심지어 연인과 오붓한 시간을 갖는 중에도 음악이 흐르면 벌떡 일어나서 몸을 움직인다. "러닝맨(런닝맨) 챌린지(Running Man Challenge)"라고 불리는 인터넷 밈(Internet Meme, 흥미로운 사진이나 행동 따위를 모방해서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위)이 대유행이다.

올해 1월 6일 미국 뉴저지주의 고등학생 케빈 빈센트와 제레마이아 홀이 SNS에 이 춤을 추는 동영상을 올린 것이 사건의 시작이다. 3월 말 메릴댄드대학교의 농구선수 두 명이 이를 흉내 낸 영상을 게재하면서 러닝맨 챌린지가 급속도로 퍼졌다. 최근에는 도망자를 잡겠다는 의미를 부여해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찰도 며칠 전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며 열풍에 동참했다. 지구촌이 달음박질로 들썩인다.


함께 뜬 90년대 인기 힙합 장르 마이애미 베이스
러닝맨 놀이에 쓰인 힙합 그룹 Ghost Town DJ's의 'My Boo'도 덩달아 인기를 얻었다. 흑인음악 프로듀서 Jermaine Dupri가 설립한 소 소 데프 레코드의 첫 번째 컴필레이션 [So So Def Bass All-Stars]에 수록된 'My Boo'는 1996년 출시 당시 빌보드 싱글 차트 31위를 기록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러닝맨 챌린지 덕에 차트에 다시 들어서더니 27위까지 올라 옛 기록을 경신했다. 역주행에 제대로 성공했다.

이 현상으로 복고 트렌드의 사례가 하나 추가됐다. 'My Boo'는 멜로디는 R&B지만 뼈대는 마이애미 베이스(Miami Bass)다. 1980년대 중반 미국 마이애미에서 탄생한 이 장르는 90년대 중반까지 다수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우리나라 나이트클럽에서도 'My Boo'를 비롯한 마이애미 베이스의 대표곡들이 자주 흘렀다.

마이애미 베이스는 MC A.D.E.가 1985년에 발표한 'Bass Rock Express', 이듬해 출시된 2 Live Crew의 'Throw The D' 같은 노래들로 출생을 알렸다. 80년대 초반에 생겨난 일렉트로 펑크에 영향을 받아 드럼이 거칠고 다이내믹하며, BPM이 평균 120 이상으로 일반적인 힙합에 비해 템포가 굉장히 빠른 것이 이 음악의 특징이다. 파티와 육체적 관계를 찬양하는 가사도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요소 덕분에 마이애미 베이스는 춤추기에 좋은 성질을 갖는다. 미국의 대표 관광지로서 발산하는 특유의 들썩거리고 자유로운 기운을 음악으로 구현한 셈이다.


마이애미 베이스, 희대의 사건으로 유명해지다.
그동안 남부는 힙합 신에서 알게 모르게 소외돼 왔다. 웬만한 대중음악 장르가 그렇듯 힙합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한 동부와 서부, 특히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남부에서도 많은 힙합 뮤지션이 활동해 왔지만 이 같은 사정으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독창적인 형식의 마이애미 베이스를 내온 덕에 매체와 음악계가 남부 힙합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마이애미 베이스가 많은 사람에게 전파된 중대한 사건이 있다. 4인조 힙합 그룹 2 Live Crew가 1989년에 발표한 [As Nasty As They Wanna Be] 앨범이 그 진원이다. 1990년 플로리다주 지방법원은 수록곡들이 너무나 외설스럽다는 이유로 앨범 판매를 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룹과 노래에 대해 사람들의 이목이 대거 쏠렸다. 성적으로 흥분된 상태를 표현한 리드 싱글 'Me So Horny'는 문란한 내용 탓에 라디오 전파를 탈 수 없었음에도 빌보드 싱글 차트 26위까지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2 Live Crew 사태로 예기치 않게 존재감을 과시한 마이애미 베이스는 90년대 들어 세력을 확장했다. 1993년 Tag Team이 'Whoomp! (There It Is)'를 빌보드 차트 2위에 올려놓은 이후 95 South의 'Whoot! There It Is', 69 Boyz(성적인 내용을 자주 담는 마이애미 베이스의 성격을 알게 하는 작명이다.)의 'Tootsee Roll', Quad City DJ's의 'C'mon N' Ride It (The Train)', Freak Nasty의 'Da' Dip' 등이 히트 퍼레이드를 이뤘다. 시애틀 출신인 Sir Mix-a-Lot도 1992년 마이애미 베이스 노래 'Baby Got Back'을 발표한 사실은 이 장르의 인기를 넌지시 일러 준다.


R&B로 퍼지고 한국에도 들어온 마이애미 베이스
Ghost Town DJ's의 'My Boo'를 통해 확인되듯 마이애미 베이스는 랩만 수용하지 않는다. 1997년 위스콘신주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INOJ는 R&B 밴드 Ready For The World가 1986년에 발표한 'Love You Down'을 마이애미 베이스풍으로 리메이크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녀의 또 다른 히트곡으로 Cyndi Lauper의 오리지널을 커버한 'Time After Time'도 마이애미 베이스 반주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가수가 마이애미 베이스를 시도했다. 듀스가 1993년에 발표한 2집 [Deuxism]의 '약한 남자'가 처음이다. 국내에 R&B 열풍을 일으킨 솔리드는 1997년 마이애미 베이스 노래 '끼리끼리'를 4집 타이틀곡으로 선보였다. 젝스키스 이재진의 동생이 멤버라는 사실로 음악팬들의 눈길을 끈 여성 트리오 Swi.T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에 실린 'Every Night Every Day'도 마이애미 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곡이다.

옛 노래를 소생시킨 인터넷 따라 하기 놀이
인터넷을 통해 번지는 집단행동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2013년 Ciara는 Ghost Town DJ's의 'My Boo'를 샘플로 쓴 R&B 곡 'Body Party'를 발표했다. 굉장히 매력적으로 가공했음에도 원곡에 대해서는 조금도 회자되지 않았다. 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차트에 강제 소환되고 본래보다 높은 성적을 달성했다. 유행의 파급이 어마어마함을 재차 실감하게 된다.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도 쉽고 익살맞은 안무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대유행을 연출했다. 러닝맨 챌린지도 간단함과 재미를 앞세워 계속해서 많은 이의 참가를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흘러간 노래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가끔씩 일어나는 SNS 대유행이 또 어떤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낼지, 어떤 노래를 부각할지 궁금하다.

멜론-뮤직스토리-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686&startIndex=0


덧글

  • 진영 2016/06/17 10:26 # 삭제

    INOJ의 t.a.t 이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이글보고 바로 다운받았어요 너무좋아요 90년대 알앤비 감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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