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는 현재진행 중 원고의 나열

2013년은 디스코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obin Thicke의 'Blurred Lines', Daft Punk의 'Get Lucky', Bruno Mars의 'Treasure' 같은 노래들이 연달아 큰 사랑을 받으면서 전 세계에 디스코 열풍을 일으켰다. 이 노래들은 1970년대에 성행했던 디스코를 현대의 트렌드로 만들었으며 오늘날 대중문화계 전반에 일고 있는 복고 붐에 풀무질을 했다. 디스코는 갑작스럽게 새 생명을 얻고 대중 곁에 자리했다.

최근에는 Justin Timberlake의 'Can't Stop The Feeling!'이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디스코의 컴백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외에도 70년대에 애정을 표하기로 작정한 DJ Cassidy, 블루 아이드 소울 가수 Mayer Hawthorne과 힙합 프로듀서 Jake One이 의기투합한 Tuxedo, 의상과 헤어스타일로도 디스코 시대를 재현하는 Gavin Turek 등이 고풍스러운 흥을 선보이는 중이다. 디스코가 또 한 번 꿈틀댄다.


Justin Timberlake | 디스코에 어울리는 목소리
Justin Timberlake는 올해 11월 개봉 예정인 드림웍스의 3D 애니메이션 "트롤: 노래하는 요정"에서 애나 켄드릭과 주연을 맡았다. 가수 출신 주인공이니 사운드트랙은 당연히 그에게 맡겨졌다. N Sync 시절부터 돈독한 관계를 맺어 온 일류 프로듀서 Max Martin과 그의 조력자 Shellback이 프로듀스한 'Can't Stop The Feeling!'은 은은한 그루브를 띠다가 후렴에서 전자음을 씌워 트렌디한 면도 겸비한다. 또한 과하지 않게 붙는 관악기가 경쾌함을 적절하게 보충한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트롤: 노래하는 요정"은 음악영화다. Justin Timberlake 외에도 Gwen Stefani, Icona Pop, 인디 밴드 She & Him으로 활동하는 Zooey Deschanel 같은 뮤지션이 출연한다. 또 다른 주연 배우 제임스 코든은 "원챈스", "비긴 어게인" 등의 음악영화에 출연했으며 Dizzee Rascal, Kylie Minogue와 음반을 취입한 가수이기도 하다. 이들 배우의 경력으로 영화와 사운드트랙은 음악팬들의 기대감을 높인다.

다시 Justin Timberlake 얘기로 돌아와서, 그는 2002년 발표한 솔로 데뷔 앨범 중 'Rock Your Body'로 디스코를 들려준 적 있다. 순수한 디스코는 아니었고 The Neptunes의 컨템포러리한 R&B 터치가 가미된 곡이었다. Justin Timberlake의 가성은 디스코에 무척 어울리는데 이를 생각하면 그때보다 'Can't Stop The Feeling!'이 그에게 훨씬 잘 맞는 것 같다.


Mamas Gun | 가볍게 변신한 런던의 팝 펑크 밴드
몇 번의 내한공연과 리드 싱어 Andy Platts가 2015년 박효신의 'Shine Your Light'를 함께 작업했다는 사실로 영국 밴드 Mamas Gun은 국내 음악팬들에게도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2009년 발표한 데뷔 앨범의 'Pots Of Gold'가 국내 자동차 CF 배경음악으로 쓰여 친밀감을 높였다.

이들은 팝과 소울, 록을 근간에 두면서 약간은 끈기가 있는 음악을 주로 들려줬는데 2014년 선보인 [Cheap Hotel]의 리드 싱글 'Red Cassette'는 기존 스타일과는 다른 디스코풍이라서 특이했다. 둔하지 않은 사뿐한 리듬, 거기에 팝 록의 스트레이트한 밝음까지 겸해 노래는 청량감을 한껏 분출한다. 펑크(Funk) 록의 기존 지향이 디스코 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변화는 이 노래에 머물렀다. 'Music Is My Thing'도 디스코 느낌을 내긴 했지만 앨범의 나머지 수록곡들은 밴드가 지켜 온 형식 거의 그대로였다.


Karmin | 발랄함과 중독성을 모두 갖춘 유튜브 출신 스타
유튜브에 히트곡 커버 영상을 올리다가 메이저로 진출한 미국의 혼성 듀오 Karmin도 'I Want It All'에서 디스코의 옷을 입었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워낙 잡식성이었고 대체로 흥겨운 음악을 들려줬던 이들이기에 언젠가는 디스코도 시도할 것 같긴 했다.

포스트 디스코와 팝을 혼합한 'I Want It All'은 도입부부터 시작해 각 버스(Verse)가 끝날 때마다 깔리는 "따따따" 스캣이 어마어마한 중독성을 낸다. 코러스는 넘실거리는 브라스 연주로 시원함을 한껏 자아낸다. Karmin의 여성 보컬은 많은 노래에서 랩을 했는데 여기에서는 랩을 하지 않는다. 랩의 부재가 노래의 품격을 높였다.


Tuxedo | 일렉트로 펑크, 포스트 디스코 부흥의 중핵
프로젝트 밴드 Tuxedo는 멤버들이 바람직한 상승효과를 이룬 적당한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보컬을 담당하는 Mayer Hawthorne은 네오 소울 신에서 지위를 공고히 다졌으나 표현이 한정돼 있었다. 음악감독 역할을 하는 Jake One 역시 거의 래퍼들하고만 작업을 해 와서 특별하게 부각될 일이 없었다. 두 아티스트가 지금까지 하던 자기 스타일을 내려놓고 새로운 디스코를 해서 모두 특별해 보일 수밖에 없다.

이목을 끄는 점은 물리적 결합만이 아니다. 귀에 빠르게 침투하는 멜로디, 매끄러우면서도 찰기 있는 비트, 곡을 더욱 맛깔나게 소화하는 보컬 등 둘은 작곡, 편곡, 연주 등 전 분야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너지를 나타냈다. 히트곡 없이 빌보드 R&B 앨범 차트 16위에 오른 것이 전부였으나, 어떤 면에서는 Zapp과 Chromeo, Breakbot을 짬뽕한 클리셰쯤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흑인음악 애호가들에게는 2015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가 되기에 충분했다.


Gavin Turek | 2016년 인디 음악계의 Donna Summer
긴 파마머리를 하고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마치 Donna Summer가 환생한 것 같았다. 외모부터 확실히 튀는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댄서 겸 가수 Gavin Turek은 지역의 클럽에서 공연을 하며 커리어를 쌓던 중 Mayer Hawthorne에게 발탁된다. 이를 계기로 그의 공연에 게스트로 서며 더 많은 관객을 만났고 Tuxedo의 데뷔 앨범에 백업 싱어로 참여했다.

Gavin Turek은 2015년 Donna Summer에게 헌정하는 'Frontline'과 중간 템포의 R&B 'Don't Fight It'을 실은 싱글을 출시하며 정식으로 데뷔했다. 같은 해 여름에는 한국계 일렉트로니카 프로듀서 Tokimonsta와 팀을 이뤄 'Hemisphere', 'Surrender' 등을 발표했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잠깐 음악적으로 탈선했던 Gavin Turek은 지난 5월 댄서블한 얼터너티브 R&B 'On The Line'으로 자기 궤도에 복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DJ Cassidy | 디스코 부활의 뉴 프런티어
흰색 면바지와 분홍색 정장 재킷, 밀짚모자, 나비넥타이를 고수함으로써 대중에게 뚜렷한 이미지를 각인한 DJ Cassidy 또한 디스코 리바이벌의 주역이다. 재작년 Jessie J와 Robin Thicke를 객원 보컬로 대동한 데뷔 싱글 'Calling All Hearts'를 시작으로 R. Kelly를 불러들인 'Make The World Go Round', 캐나다의 일렉트로 펑크 듀오 Chromeo와 함께한 'Future Is Mine'까지 차근차근 옛 문법을 복원해 보이고 있다. 정규 데뷔 앨범도 70, 80년대 스타일로 구성한 작품이 될 거라고 예고는 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

10살 때부터 디제잉을 시작한 DJ Cassidy는 뉴욕의 한 클럽에서 Sean Combs의 눈에 띄어 메인스트림으로 진출했다. 이후 Jay Z와 Beyonce의 결혼식,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등 유명인들의 굵직한 행사에서 디제잉을 하며 화려한 이력을 작성했다. 신인 딱지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을 그가 데뷔곡부터 유명 가수를 초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실력이 받쳐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의 디스코가 더욱 기대된다.

멜론-뮤직스토리-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711&startIndex=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