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보다 강한 노래들, [수어사이드 스쿼드] OST 원고의 나열


많은 영화팬의 기대를 모은 슈퍼히어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Suicide Squad)"가 이달 3일 개봉했다. 영화는 개봉 첫날 39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만화 원작으로 이미 유명한 데다가 올봄 선보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함께 DC코믹스의 확장 세계 공개를 가속화하는 작품이기에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다수의 (안티)히어로가 등장해서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영화는 많은 노래를 담아 감상을 더욱 유쾌하게 한다. "퓨리", "그래비티"로 유명한 영국의 영화음악 작곡가 Steven Price의 스코어 외에도 익숙한 팝송이 내내 흐른다. 이 노래들은 익숙함을 보충할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각 신을 강한 인상이 남도록 꾸며 준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노래를 듣는 맛이 있는 영화다.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The Animals 'The House Of The Rising Sun'
미국의 민요로서 1964년 영국 록 밴드 The Animals가 취입한 뒤 Nina Simone, The Ventures, Dolly Parton 등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했다.

노래의 제목과 내용을 두고 뉴올리언스의 사창가를 표현했다는 설이 있고 뉴올리언스에 위치한 여자 교도소에 대한 얘기라는 설이 있다. 노래 속 화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은 늘 술에 취해 도박을 즐기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와 자식들이 불편해하는 모습을 전달한다. 따라서 딸이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살해한 뒤 감옥에 수감돼서 부르는 노래라고 인식되는 편이다.

노래는 영화의 오프닝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활동하는 주인공들이 수감된 벨 레브(Belle Reve) 교도소를 보여 주는 장면에서 흐른다. 벨 레브는 "아름다운 꿈"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가족 관계의 복원,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 평화로운 삶 등 주인공들 저마다 소망하는 것이 있음을 암시한다.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이 죄를 짓고 교도소에 갇힌 신세를 얘기하는 내용이기에 주인공 수감자들의 직관적인 묘사이기도 하다. 더불어 가수 이름이 이후 수감자들에게 가해지는 교도관들의 야만스러운 행위를 부각하는 듯하다.

Grace 'You Don't Own Me'
오스트레일리아의 싱어송라이터 Grace가 부른 'You Don't Own Me'는 독방에 있는 할리 퀸(마고 로비 분)을 소개할 때 흐른다. "넌 날 소유한 적 없어. 난 너의 장난감이 아냐.", "넌 날 소유한 적 없어. 어떤 식으로든 날 바꾸려고 하지 마." 등의 노랫말은 천방지축, 통제불능인 할리 퀸의 행동을 간결하게 서술한다. 또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로는 국가에 소속돼 있지만 마음은 늘 조커를 향한 그녀의 상태를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리지널은 미국 팝 가수 Lesley Gore가 1963년에 발표한 노래로, Grace가 2015년 데뷔곡으로 선보였다. 원본이 지닌 팝 스탠더드의 성격은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투박한 소울, 일렉트로니카, 체임버 팝의 성분을 가미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나이가 들어도 예리함을 잃지 않는 Quincy Jones의 뛰어난 프로듀싱 감각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Creedence Clearwater Revival 'Fortunate Son'
악어 인간 킬러 크록(애디왈레이 애키누에이 아그바제이 분)을 소개할 때 미국 록 밴드 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의 1969년 히트곡 'Fortunate Son'이 나온다. 영화에서 이 장면이 제일 웃기다. 온몸에 비늘이 붙은 채로 태어나 징그러운 모습으로 살고 있는데 "행운아"라니, 어마어마한 반어법 개그였다.

이 노래는 베트남전 때 젊은이들을 파병한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됐지만 일반 서민은 전쟁에 징집돼 영락없는 총알받이 신세가 됐다. 때문에 노래 제목은 우리나라에서 군 면제된 사람을 익살스럽게 일컫는 "신의 아들"로 번역해도 된다. 한편으로 노래는 괴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전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킬러 크록의 운명을 밝히는 것이기도 하다.

Rick James 'Super Freak'
조커(자레드 레토 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광녀로 돌변한 할리 퀸이 나이트클럽에서 선정적인 춤을 출 때 Rick James의 'Super Freak'가 영상과 동반한다. 노래 내용이 성적 모험심이 강한 여인에 대한 얘기라서 할리 퀸의 원색적 퍼포먼스가 더욱 튄다. "특급 괴짜", "엽기적인 그녀" 정도로도 의역할 수 있는 노래 제목이 할리 퀸의 180도 달라진 모습을 충실히 부연한다.


Kanye West 'Black Skinhead'
데드샷(윌 스미스 분)이 벨 레브에 찾아온 월러와 릭 플래그 대령에게 사격 솜씨를 증명하는 장면에서 흐른다. 'Black Skinhead'는 높은 자존감, 자신에 대한 과시로 일관한다. 철판으로 된 표적들의 머리 한가운데만 계속 맞혀서 나중에는 철판을 뚫어 버리는 데드샷의 놀라운 능력을 노래가 찬양하는 셈이다.

명중률 100%의 사격 기술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데드샷은 월러에게 팀에 합류하는 조건으로 딸의 일류대 진학과 재학 중 전액 장학금 보장 등을 요구한다. 딸을 지극히 아끼는 아빠의 막무가내 제안도 대단했다. 그가 제시한 사항 중에 관철된 것은 없지만.

War 'Slippin' Into Darkness'
미국의 펑크(Funk) 밴드 War는 엄청 유명한 편은 아니지만 히트곡은 제법 된다. 그들의 히트곡 중 'Why Can't We Be Friends?'와 'Low Rider'는 다수의 영화에 삽입돼 한번쯤 들어 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War는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Before The Rain'의 주인공 하모니카 연주자 Lee Oskar가 있었던 그룹이기도 하다.

그룹이 1972년에 발표한 'Slippin' Into Darkness'는 디아블로(제이 헤르난데스 분)를 소개하는 시퀀스에서 사용됐다. 노래의 첫 소절 가사가 "그들이 내 친구를 데려갔을 때 난 어둠에 빠져들었지."인데, 이는 디아블로가 무슨 문제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더욱 폭력적으로 사용하게 됐는지 넌지시 알려 준다.


Kehlani 'Gangsta'
할리 퀸의 회상 신, 조커가 할리 퀸에게 나를 위해 살 수 있냐고 물어본 뒤 할리 퀸을 화학약품이 들어 있는 탱크로 민다. 그리고 얼마 후 자기도 뛰어들 때 미국 R&B 싱어송라이터 Kehlani의 'Gangsta'가 나온다.

노래는 이 광기 충만한 연인의 아름다운 사랑을 효과적으로 스케치해 줬다. 일단 미묘하고도 음침한 분위기가 그들과 잘 맞아떨어진다. 게다가 후렴 가사 "나는 다른 누구보다 날 더 많이 사랑해 줄 갱스터가 필요해요. 항상 나를 용서하고 나를 위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 그게 갱스터의 참 모습이죠." 역시 조커-할리 퀸 커플의 무모함을 일삼는 사랑 표현 방식을 고스란히 말해 주고 있다. 조커가 할리 퀸을 빼내러 벨 레브에 침입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가사와 부합한다.

Eminem 'Without Me'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소집된 범죄자들이 각자 활동복을 입고 무기를 챙기는 장면에 쓰였다. "우리는 논란거리가 필요해. 내가 없으면 꽤나 허전할 거야."라는 노랫말은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위험하지만 꼭 필요한 존재임을 압축해서 나타낸다.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만화의 컷을 흉내 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뮤직비디오에서 Eminem이 슈퍼히어로로 등장하니 'Without Me'는 영화에 정말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K7 'Come Baby Come'
1980년대 후반부터 라틴 프리스타일 그룹 TKA로 활동하다 1993년 솔로로 나선 K7의 데뷔 싱글.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미드웨이 시티의 테러 발생 건물로 진입하는 장면에서 할리 퀸이 지시를 무시한 채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흐른다. 때문에 노래 제목이자 가사인 "Come Baby Come"은 단독 행동을 벌인 그녀에게 당장 다시 오라는 직접적인 명령인 셈이다.

조커 덕분에 목에 심은 폭탄이 해제되고 도주에도 성공하는 듯했지만 헬리콥터가 추락하면서 할리 퀸은 어쩔 수 없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합류하게 된다. 이때 팽개쳐 뒀던 야구방망이를 돌려받는다. 노래 중 "배트를 힘껏 휘둘러!"라는 가사는 다시 방망이를 갈길 할리 퀸의 활동에 대한 복선이었다.

Queen 'Bohemian Rhapsody'
무사히 임무를 마쳤지만 여전히 벨 레브에서 수감 생활을 하는 주인공들을 보여 주는 마지막 장면에서 Queen의 'Bohemian Rhapsody'가 "우아하게" 퍼진다.

곡조는 부드럽고 품위 있지만 가사가 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고스란히 묘사하는 탓에 무척 슬프게 느껴진다. "이것이 현실인가? 아니면 그저 환상인가? 흙더미에 갇힌 채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네." 이렇게 말하는 노래의 첫 소절은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어디까지나 범죄자에 지나지 않으며 영웅 노릇은 환상임을 주입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데드샷의 요구 사항은 다소 터무니없긴 했지만 도시를 구하고 나라를 구했는데 옥살이를 그대로 유지하고 케이블TV와 커피머신에 만족하는 소박한 악당들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싶다.

사실 영화는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원들을 소개하는 장면 뒤로는 재미가 급감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이어 이번에도 혈연, 가족주의로 스토리를 이어 나가는 것도 허술함을 배가한다. 하지만 영상을 빼곡히 채우는 노래들이 그나마 여러 장면을 인상적으로 만들어 준다. 사운드트랙이 영화를 살렸다.

멜론-뮤직스토리-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905&startIndex=0&musicToday=Y

덧글

  • ㅎㅎ 2016/08/11 23:17 # 삭제

    정말 딱 소개 장면까지는 괜찮았죠 다음에는 그저 눈물만 ㅠㅠㅠ
  • 토나이투 2016/08/12 09:38 #

    멋진 사운드 트랙을 한번에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하우스 오브 라이징 선 정말 좋아하는데 첫타자로 딱 나와서 캬아 하며 영화를 보았네요
  • 한동윤 2016/08/13 10:12 #

    처음부터 좋아하는 노래가 나와서 흥분되셨겠어요~ 노래 선곡은 끝까지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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