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 힙합이 함께하는 뮤지컬 드라마 [더 겟 다운] 원고의 나열

과거를 되새김질하는 대중문화계의 트렌드는 여전히 굳건하다. 애덤 샌들러가 제작과 주연을 맡은 "픽셀"은 "팩맨", "갤러그" 등의 아케이드 게임을, 존 카니 감독의 세 번째 음악영화 "싱 스트리트"는 뉴웨이브 음악을 중심 제재로 삼아 1980년대를 추억했다. Bruno Mars의 'Treasure'를 비롯해 VHS 특유의 화질로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는 경우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달 12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첫 번째 시즌을 공개한 미국 드라마 "더 겟 다운(The Get Down)"도 복고 경향의 한 축을 장식한다. 드라마는 70년대 후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해서 사우스 브롱크스 젊은이들의 삶을 비춘다.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 시절 생활상과 당시 유행했던 패션 등을 엿볼 수 있다.

 "더 겟 다운"은 시대물이면서 뮤지컬 드라마이기도 하다. 어느 날 우연히 접한 힙합에 매료된 주인공들은 래퍼, 또는 디제이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꿈이 음악적 젖줄로 작용해 화면에 힙합을 내보낸다. 하지만 아직은 디스코가 유행하던 시절이고 힙합 비트는 소울과 펑크(Funk)를 재료로 하기에 이 장르의 노래들이 주로 흐른다. 드라마에 삽입된 노래들은 그때의 풍경과 힙합 발생 초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 노래 소개와 선곡은 1화와 2화에 삽입된 곡들로만 구성했습니다.


Donna Summer 'Bad Girls'
명실상부한 디스코의 여왕이다. 올해 7월 빌보드가 발표한 "역대 최고의 디스코 노래 35편" 리스트에 Donna Summer의 노래가 여섯 편이나 선정된 것으로 그녀의 위상을 재차 깨닫게 된다. 1위부터 6위까지 그녀의 노래를 내리 꼽은 모습은 다소 편파적으로 느껴지지만 많은 음악팬이 그녀를 최고의 디스코 가수 중 하나로 추앙하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1979년 히트곡 'Bad Girls'도 빌보드가 선정한 리스트에 당연히 포함돼 있다. 1977년 Donna Summer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머무르던 어느 날 비서한테 심부름을 시켰다. 비서가 볼일을 보러 간 선셋대로는 불법적인 일들이 자주 일어나던 곳이었다. 흑인인 비서를 매춘부로 지레짐작한 경찰은 그녀를 불쾌한 말로 희롱했다. 비서로부터 그녀가 당한 일을 들은 Donna Summer는 분노한 한편 그녀의 경험에 영감을 얻어 'Bad Girls'를 만들었다. 때문에 가사는 거리에서 "일감"을 찾는 직업여성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노래 내내 계속 나오는 호루라기 소리는 비서가 경찰에게 당한 일을 내포한다.


The Trammps 'Disco Inferno'
이 노래는 재난 영화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타워링"에서 빌딩의 꼭대기에 있는 디스코텍이 불타는 장면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비록 무도회장은 활활 타 버렸지만 영화가 개봉한 1974년은 디스코가 열기를 발산하며 주류 시장으로 부상하던 때였다. 때문에 "디스코 화재"라는 제목은 더할 나위 없이 당시 상황과 잘 맞아떨어진다.

안타깝게도 'Disco Inferno'의 원래 차트 성적은 제목에 부합하지 못했다. 노래는 1976년 12월에 출시되고 나서 이듬해 빌보드 싱글 차트 53위까지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1977년 말 디스코 붐을 일으킨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이면서 1978년 빌보드 싱글 차트 11위를 기록했다. 1년 만에 The Trammps는 디스코 불길의 진정한 주인공이 됐다. 물론 이전에 'Hold Back The Night' 같은 히트곡을 내긴 했으나 'Disco Inferno'가 그룹의 으뜸가는 대표곡으로 여겨진다.

노래를 둘러싼 배경은 재미있지만 가사에서는 암울한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후렴 가사인 "Burn Baby Burn"은 1965년 캘리포니아주 와츠에서 일어난 "와츠 폭동"의 슬로건이었다. 인종차별과 경찰의 폭력을 참다못한 흑인들에 의해 일어난 이 사태로 1천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고 34명이 사망했다. 분위기는 흥겹지만 뼈아픈 기억을 재생시킨다.


Vicki Sue Robinson 'Turn The Beat Around'
뮤지컬 배우 겸 가수 Vicki Sue Robinson의 유일한 히트곡. 2화 중 여주인공 마일린 크루즈(헤리젠 과르디올라 분)가 노래 때문에 고민하자 미용실의 친구들이 분위기를 바꿔 보라고 조언하면서 이 노래를 튼다. 'Turn The Beat Around'는 1976년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를 기록했으며 1977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노래 이후 히트곡을 배출하지 못한 Vicki Sue Robinson은 CM송 가수와 백업 싱어로 활동하다 생을 마감했다.

1990년 Laura Branigan이 리메이크한 버전은 히트하지 못했지만 1994년 Gloria Estefan이 부른 버전은 빌보드 싱글 차트 13위에 올랐다. Gloria Estefan의 버전은 도입부의 전자음을 제외하면 리메이크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원곡과 거의 동일했는데 원본에 충실한 구성이 그 시절 팬들에게 어필했다.

Gloria Estefan의 버전은 실베스터 스탤론과 샤론 스톤이 주연한 "스페셜리스트"에 삽입됐다. 영화는 1995년에 열린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여배우", "최악의 커플" 부문을 수상하며 불명예를 안았다. 영화는 전혀 "스페셜"하지 못했으나 노래의 차트 성적은 그럭저럭 스페셜했다.


Jimmy Castor Bunch 'It's Just Begun'
색소포니스트 Jimmy Castor가 밴드를 결성하고 낸 데뷔 앨범 [It's Just Begun]에 수록된 노래. 1970년 싱글로 출시하긴 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대신 상당히 원초적이고 끈적끈적하게 역동적인, 그래서 귀에는 잘 익지 않는 'Troglodyte (Cave Man)'이 빌보드 싱글 차트 6위까지 오르며 예상외로 히트했다.

어쩌면 'It's Just Begun'은 대기만성형 노래였는지도 모른다. 1983년 엄청난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플래시댄스"에서 길거리 비보이들이 춤을 추는 장면에 쓰임으로써 유명해졌다. 영화의 인기 덕에 'It's Just Begun'은 비보잉 대표 음악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Wild Cherry 'Play That Funky Music'
R&B풍의 소프트 록 'Hold On (With Strings)', 감미로우면서도 적당히 경쾌한 신스 펑크(Funk) 'I Love My Music' 등 괜찮은 노래가 여럿 있음에도 'Play That Funky Music'만 히트해서 아쉬운 밴드. 하지만 미국에서는 한 곡만 성공해도 저작권료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으니 딱히 걱정되지는 않는다. 이 노래는 1화 중 드라마의 주요 장소인 클럽 레 인페르노(Les Inferno)에 여자들이 입장할 때 흐른다.

70년대 초반에 결성된 Wild Cherry는 원래 하드록을 하는 밴드였다. 그런데 얼마 뒤 디스코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음악계의 판도가 확 바뀌었고 아무리 열정적으로 공연을 해도 청중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했다.

하루는 공연을 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흑인들이 와서는 "거, 신나는 음악 좀 연주할 수 없어? 백인 청년들?" 이러면서 놀리는 일이 있었다. 이날 이후 밴드는 '이런 수모를 당하느니 사람들 입맛에 맞춰 주자.'는 생각으로 디스코를 시도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나온 노래가 'Play That Funky Music'이었다.

때문에 노래 가사에는 자연스럽게 이들의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한때 로큰롤을 했을 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어느 날 무대에서 내려와 보니 내 주위의 모든 게 가라앉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난 빨리 결단을 내렸지. 디스코를 깔아서 쇼를 끝내 버리기로" 왠지 결의에 찬 것 같다. "플레이 댓 펑키 뮤직 화이트 보이"를 반복하는 후렴 가사는 굴욕이 만들어 낸 가장 흥겨운 가사가 아닐까 싶다.


Lyn Collins 'Think (About It)'
힙합 애호가라면 Rob Base And DJ E-Z Rock의 'It Takes Two'를 마땅히 들어 봤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아이언맨 2" 중 토니 스타크와 제임스 로드가 슈트를 입고 토니 스타크의 집에서 싸울 때 잠깐 스쳐 듣기도 했을 것이다. 그 장면에서 겁에 질린 디제이가 Queen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와 Daft Punk의 'Robot Rock' 사이에 틀었던 노래가 바로 'It Takes Two'다. 그리고 'It Takes Two'의 뼈대가 된 작품이 James Brown 밴드의 백업 보컬로 활동했던 Lyn Collins의 'Think (About It)'이다.

노래는 2화 중 그랜드마스터 플래시(마무두 아티 분)가 디제잉 연습을 할 때 흐른다. 그가 레코드판에서 틀고자 하는 부분을 빨리 찾지 못하는 것을 본 주인공 에제키엘 "지크" 피게로(저스티스 스미스 분)는 레코드판에 크레파스로 표시를 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바늘을 맞추는 디제잉 기술 "니들 드롭(Needle Drop)"의 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Grandmaster Flash가 아닌 Grand Wizzard Theodore가 고안했다.


Billy Squier 'The Big Beat'
블록 파티를 구경하러 갔다가 엠시의 래핑에 반한 에제키엘은 자기도 랩을 해 보겠다며 무대 위로 올라선다. 그런데 막상 랩을 하려니 긴장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비트를 흘려보낸다. 그러다 입을 열긴 했으나 거의 책을 읽듯 리듬 없이 몇 문장 내뱉을 뿐이었다. 에제키엘은 관중으로부터 험한 욕을 들으며 내려온다.

이때 에제키엘의 친구들이 관중 일부와 시비가 붙고 (뜬금없이) 비보잉 배틀을 펼친다. 친구 샤올린 판타스틱(샤메익 무어 분)의 강렬한 비보잉에 힘을 얻은 에제키엘은 다시 마이크를 잡으며 시원하게 랩을 쏟아 낸다.

에제키엘이 자신감 있게 랩을 할 때 반주로 흐른 노래가 미국 록 뮤지션 Billy Squier의 'The Big Beat'다. 노래의 둔중한 드럼 비트는 Jay Z의 '99 Problems', Dizzee Rascal의 'Fix Up, Look Sharp' 등 여러 힙합에 쓰였다.

Donna Summer의 'Bad Girls'도 그렇고, 이 노래도 그렇고 드라마의 선곡이 배경이 된 해와 따로 노는 것이 흠이다.


Gloria Gaynor 'Never Can Say Goodbye'
Gloria Gaynor는 우리나라에서는 진주의 '난 괜찮아' 원곡 가수로 많이 알려져 있다. 뭐, 사실 'I Will Survive'가 그녀의 대표곡이라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 노래로 유명하다.

하지만 1978년 'I Will Survive'가 각국의 음악 차트를 강타하기 전에 Gloria Gaynor는 1974년 이미 'Never Can Say Goodbye'로 큰 성공을 맛봤다. 잔잔한 소울이었던 Jackson 5의 원곡과는 확연히 다른 흥겨운 분위기로 신선함을 어필한 것이 히트의 동력이었다.

1999년 말 국내에서 허쉬라는 여성 듀오가 데뷔했다. 이들의 1집 타이틀곡 'Hush'는 편안함과 세련미를 갖춘 재즈풍의 반주로 많은 음악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룹의 후속곡 '애인'은 타이틀곡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노래는 Gloria Gaynor의 'Never Can Say Goodbye'를 베낀 곡이었다.

멜론-뮤직스토리-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942&startIndex=0


덧글

  • 콩길 2016/09/24 16:38 # 삭제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드라마보고 나오던 음악들에 관심이 가던차에 잘 소개해주셔서 잘 보고갑니다.!!
  • 2016/10/15 11:3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10/16 11: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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