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슨 챈스(Greyson Chance), 유튜브 스타에서 진화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원고의 나열

우리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마주하는 작은 화면 너머에 유튜브의 특별한 가치가 존재한다. 어떤 이에게 이 사이트는 환골탈태의 도약대가 되곤 한다. 이용자들은 흥미롭거나 인상적인 영상을 자신의 SNS에 게시한다. 이렇게 공유된 비디오 클립이 분명 매력적이고 남다른 면이 있다면 네티즌들에 의해 빠르게 퍼지게 된다. 거대한 물결을 이룬 소문은 오프라인으로까지 효력을 발휘해 뜻밖의 기회를 열어 준다.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 혹은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춤, 노래 등 자기만의 콘텐츠를 제작해서 올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유튜브와 SNS가 절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순간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다.


미국의 10대 싱어송라이터 그레이슨 챈스(Greyson Chance)도 유튜브 덕분에 전과 다른 인생을 살게 됐다. 2010년 4월 6학년이었던 그는 학교 학예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Paparazzi'를 열창했다. 춤을 추듯 활기차게 나아가는 피아노 연주, 노련한 보컬이 어우러진 퍼포먼스에 관객은 박수갈채를 쏟아 냈다. 노래를 마치고 수줍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그 나이 열두 살 소년으로 보였지만 실력은 성인 못지않았다. 얼마 뒤 공연을 촬영한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고 이를 본 네티즌이 영상을 열심히 퍼 나르면서 그레이슨 챈스는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 그의 공연은 그해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본 영상 3위를 기록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뜨거운 반응은 그레이슨 챈스를 프로페셔널 뮤지션의 길로 이끌었다. 인기 코미디언 엘런 드제너러스(Ellen DeGeneres)의 눈에 띈 그레이슨 챈스는 그녀가 진행하는 토크쇼를 비롯해 [굿 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 [레이트 나이트 위드 지미 팰런(Late Night with Jimmy Fallon)] 등에 출연하며 더 많은 이에게 얼굴을 알렸다. 5월에는 엘런 드제너러스가 설립한 레이블 일레븐일레븐(eleveneleven)과 계약하고 10월 팝과 록의 문법을 버무린 데뷔 싱글 ‘Waiting Outside the Lines’를 발표했다. 여덟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며 음악에 애정을 키웠던 평범한 소년은 놀랍게도 단 몇 개월 만에 가수로 변신했다.

16만 장 이상 판매된 데뷔곡으로 존재감을 떨친 그레이슨 챈스는 2011년 첫 번째 정규 앨범 [Hold On 'til the Night]를 발표하며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현악기와 드럼이 웅장함을 자아내는 가운데 잘 들리는 후렴이 상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Unfriend You', 여린 피아노 연주를 뚫고 나오는 육중한 록 사운드가 반전의 멋을 내는 'Hold On 'til the Night', 오케스트레이션과 신시사이저, 일렉트릭 기타가 화합하는 현대적 감성의 록 'Take a Look at Me Now' 등 수록곡들은 록과 팝을 자양분으로 대중성과 활력을 내보였다. 앨범은 빌보드 차트 29위에 오르며 그레이슨 챈스의 데뷔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더불어 롤링 스톤으로부터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데뷔"라는 호평을 듣는 등 매체의 좋은 평가도 획득했다.

그레이슨 챈스는 2012년 발표한 첫 번째 EP [Truth Be Told, Part 1]을 통해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내보였다. 1집과 다름없이 작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한편으로는 변화의 자리이기도 했다. 1집에서는 팝 록을 주요 장르로 채택했던 반면에 여기에서는 한결 수수하고 부드러워진 포크 록을 들려준다. 속도와 세기를 달리하는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가 이완을 담당하는 'Sunshine & City Lights', 미세하게 떨리는 보컬이 사랑에 빠진 이의 심정을 대변하는 'Leila', 어쿠스틱 기타와 대화하듯 호흡을 맞추는 'California Sky' 등이 달라진 스타일을 선전한다. 좋아하는 록을 고수하면서 새롭게 본인을 정비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러한 모습에서 성숙함을 느낄 수 있다.


4년 만에 발표하는 새 EP [Somewhere Over My Head]는 그때보다 한층 성숙한 기운을 수렴, 발산한다. 몰라보게 변한 외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근깨가 선명하게 핀 귀여운 소년은 온데간데없고 팔다리에다 목까지 쭉 뻗은 청년이 서 있다. 이마를 덮던 머리도 뒤로 넘겨 더욱 멋있어 보인다. 변성기를 거쳐 목소리도 확 달라졌다. 그런가 하면 음악도 같이 나이를 먹었다. 데뷔 초에도 록을 해서 10대 초반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움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트렌디한 사운드의 팝과 R&B로 기조를 바꿔 지금 나이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마련했다. 가사의 수위 또한 높아져 완연히 성인 가수로 단장했다.

작년 11월 [엘런 드제너러스 쇼]에서 라이브로 선보이기도 한 'Afterlife'는 일렉트로팝 골격으로 이전의 노선과 선을 긋는다. 빈티지한 질감의 신시사이저로 유행에 보조하면서도 후렴에서는 록의 성격을 따른 폭발성으로 그가 여전히 록에 애정이 있음을 에둘러 말한다. 후렴에서 터뜨리는 가성을 들으면 음색은 바뀌었지만 가창력은 여전함을 확인하게 된다. 올해 2월 초에 공개한 'Hit & Run'은 자잘하게 쪼개지는 베이스라인과 볼륨을 키운 전자음을 교차해 진행하면서 연신 긴장감을 이어 간다. 'Back on the Wall'은 1980년대 특유의 신스팝 사운드를 충실히 복구하는 중에 가성을 쓴 코러스를 입혀 몽환적인 느낌을 증대한다. 2014년에 발표한 'Thrilla in Manila'로 귀띔한 것처럼 그레이슨 챈스는 일렉트로팝으로 근사하게 옷을 갈아입고 등장했다.

전자음 외투를 걸친 것은 동일하지만 'No Fear'는 연한 색채와 다운템포로 앞선 노래들과 구분되는 분위기를 나타낸다. 게다가 가사에서 강한 표현을 사용해 그레이슨 챈스가 더는 어린아이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MTV와의 인터뷰에서 앨범 수록곡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노래로 고른 'More Than Me'도 특별하다. 투박하고도 심플한 리듬으로 60년대 소울의 정취를 나타낸다. 2분 50초를 지나면서는 마치 히든 트랙처럼 앨범의 타이틀인 'Somewhere Over My Head'로 주제를 바꾼다. 이 부분에서 남부 출신이라는 것을 강조하듯 서던 록 스타일의 반주를 깔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두 노래, 사실상 세 노래로 그의 목소리가 정말 괜찮게 나이 들었음을 실감한다.

그레이슨 챈스에 대해 미처 몰랐던 음악팬들은 매력적인 신인 가수가 나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근사한 것은 맞지만 루키는 아니다. 어느덧 데뷔 7년차다. 그는 짧지 않은 세월을 거치면서 매우 바람직하게 컸다. 1집부터 작곡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눈길을 끌더니 이번 EP에서는 프로듀싱까지 참여하면서 능력의 발전을 알렸다. 매번 양식을 변경하는 노래는 이 싱어송라이터가 음악적 호기심이 강하며 표현에 진취적임을 설명한다. 실로 뮤지션다운 면모를 갖췄다. 인터뷰를 통해 본인은 달라진 목소리가 불안했다고 밝혔지만 허스키하고 그윽해진 음색은 그만의 강점이 될 듯하다. 'Paparazzi'를 부르던 소년은 자취를 감췄지만 그레이슨 챈스는 훨씬 멋진 모습으로 음악팬들을 홀릴 예정이다.

20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