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정]이 떠올리게 한 애국심, 조국에 대한 노래들 원고의 나열

이달 7일 개봉한 영화 "밀정"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의 해방을 위해 목숨 바쳐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긴 여운을 남긴다. 끝까지 긴장감을 지속하는 탄탄한 연출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의 엄혹했던 역사에 기반을 둔 내용이기에 잔향이 진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영화를 본 사람들은 우리의 역사, 조국에 대한 생각을 잠시나마 해 보지 않을까 싶다.

대중음악에도 나라의 지난날과 현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노래가 많다. 더러는 씁쓸한 맛을 남기기도 하고 또 어떤 노래는 애국심을 고취하기도 한다. 나라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품게 하는 노래들을 소개해 본다.


한국사람 '한국 사람'
1990년대 우리나라에는 서구화의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일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외국 패스트푸드, 패밀리 레스토랑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국민의 입맛이 변화를 맞았다. 1989년부터 시행된 해외여행 자율화 덕에 나라 밖 세상을 구경하고 오는 인구가 증가했다. PC통신의 발달과 보급은 외국 문화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줬다. 김영삼 정부가 내건 "세계화"의 슬로건은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어느 순간 거리는 영어로 된 간판들이 물결을 이뤘다. 미국에서 유행한 힙합 패션과 노출 패션도 번화가 곳곳을 장식했다. 노랗게, 빨갛게 머리를 염색한 사람들도 점점 늘어났다. 지금으로서는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영어의 남발과 외국 문화를 추종하는 경향이 급격하게 나타나서 "이러다 우리 문화를 상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품는 이가 꽤 됐다.

댄스 듀오 한국사람의 '한국 사람'도 이 현상을 지적하며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자고 얘기한다. 그룹은 한국적인 느낌을 강하게 내기 위해 도입부에 판소리를 들였다. 또한 앨범 커버 사진은 태극기를 두르고 찍었고 개량한복을 입고 활동했다. 하지만 이 노래 외에 다른 수록곡에서는 전통음악의 요소를 들이거나 한국적인 모습을 취한 것이 없다. 애국심과 사회에 대한 걱정은 오직 타이틀곡의 콘셉트에 의해 가공됐을 뿐이다.


2000 대한민국 Vs. 2000 대한민국
우리나라 최초의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 [1999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 인기를 얻으면서 이 앨범을 제작한 PC통신사 천리안은 2000년 속편 [2000 대한민국]을 발표했다. 한편 [1999 대한민국]에 참여했던 몇몇 래퍼들은 다른 래퍼들을 규합해 포털사이트 한미르와 손을 잡고 같은 제목의 [2000 대한민국]을 선보였다.

두 앨범의 타이틀곡은 각각 '飛上(비상)'과 '아름다운 21C'로, 모두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노래했다. 다만 '飛上(비상)'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일을 언급하면서 일본을 향한 적개심을 어느 정도 표했고 '아름다운 21C'는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바탕으로 진취적인 기상을 나타내는 데 주력했다는 점이 달랐다. 또한 전자의 노래는 미국 동부 힙합을 즐겨 들은 이들이 좋아할 스타일이었지만 후자의 노래는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을 차용해 대중성을 갖췄다.


비아이지(B.I.G) '안녕하세요'
구리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구리다. 똥 구린 가사다. 5인조 보이 밴드 비아이지의 데뷔곡 '안녕하세요'는 빠른 인터넷,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을 나열하며 한국을 선전한다. 하지만 이 노랫말이 심히 일차원적이고 낮은 수준의 애국심에 도취된 분위기를 보이는 탓에 조금도 자랑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사람인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는 시작부터 "I'm a like it"이라는 말도 안 되는 문장을 써서 경기를 일으킨다. "이건 내가 쓰는 말 한글이야"라고 하지만 정작 노래에는 영어가 더 많은 사실도 끔찍스럽다. 우리 대중음악의 영어 혼용이 정말 심각한 상태임을 또 한 번 깨닫는다. 반주 자체도 별로지만 가사가 노래를 더욱 최악으로 만들었다.

한류에 편승해 한국과 관련한 내용으로 노랫말을 채워서 외국 음악팬들의 마음을 끌어 보겠다는 것. 이게 바로 나라 팔아먹는 짓이 아니고 뭔가. 이런 개똥만도 못한 노래가 나오는 가요계에 조의를 표한다.


레이티 | 이름만큼은 제일가는 애국자
행사를 주로 뛸 목적으로 제작된 트로트 걸 그룹. 2012년 '말랑말랑'으로 데뷔한 이후 자취를 감췄다. 그룹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 없지만 한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애국돌"이라는 수식으로 조금이나마 존재를 알린 적이 있다. 그룹에게 그런 별명이 붙게 된 것은 멤버들의 이름 때문. 다섯 멤버의 예명이 각각 "아름", "다은", "우리", "나라", "사랑"이다. 하지만 얼마 뒤 우리와 나라가 탈퇴하면서 그룹은 본의 아니게 사랑을 가장 아름답게 여기게 됐다. 그마저도 얼마 못 가 현재는 다은만 남은 상태다.


James Brown 'Living In America'
1985년에 개봉한 영화 "록키 IV"의 사운드트랙으로, "소울의 대부" James Brown의 마지막 히트곡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전 헤비급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칼 웨더스 분)가 소련 권투선수 이반 드라고(돌프 룬드그렌 분)와 시합할 때 경기장에 입장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이 신에서 James Brown이 직접 출연해 노래를 부르고 수십 명의 쇼걸이 주변에서 춤을 춘다. 장면 자체가 한 편의 뮤직비디오나 다름없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가 이어지던 시기였기에 아폴로는 자본주의와 자유로운 문화를 제일에 둔 태도로 이반을 도발한 것이다.

노래 가사도 "자유의 나라", "아메리칸 드림"으로 수식되는 미국을 찬양한다. 드넓은 땅, 산업이 발달한 나라, 누구에게나 기회가 제공되는 곳이라고 말하면서 미국에서 산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라고 외친다. 노래에는 "어디든 가기 쉽다"는 가사도 있는데 영화에서 아폴로는 이반의 펀치를 몇 번 맞고 너무 쉽게 골로 가고 말았다. BGM이 좋지 않았다.


정수라 '아! 대한민국'
혹시 James Brown의 'Living In America'를 작사한 사람이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을 듣기라도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노래의 가사 형식은 비슷하다. 1983년에 나온 '아! 대한민국'도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며 조국 대한민국을 칭송한다.

사실 이 노래는 정부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전두환 정부 산하에 있던 "사회정화위원회"는 KBS와 함께 건전가요 보급을 목적으로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을 기획했다. 이 앨범에서 정수라가 장재현과 듀엣으로 '아! 대한민국'을 불렀다. 정수라는 같은 해 출시한 자신의 음반에 솔로 버전을 녹음했다.

정수라는 이 노래로 단숨에 큰 인기를 얻었다. 아마도 당시 정부에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전파를 많이 타도록 방송 관계자들에게 압력(?)을 넣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그냥 희망적인 노래로 다가온다. 하지만 국민으로 하여금 애국심을 느끼게 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다르게 들릴 듯하다.


정태춘 '아, 대한민국…'
정수라는 환희에 차서 대한민국을 부르짖었지만 정태춘은 절망과 분노, 조소를 담아 대한민국을 읊조렸다. 달라진 부호만으로도 그 뉘앙스가 분명하게 전달된다. 정수라 노래의 느낌표는 낙관과 활기를 표현하지만 정태춘은 쉼표로 탄식을, 말줄임표로 체념을 나타낸다.

정태춘은 '아, 대한민국…'을 통해 한국 사회의 부조리하고 암울한 모습들을 직설적으로 묘사한다. 결혼을 하지 못해 심적 고통이 큰 농촌 총각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공장 노동자들, 대낮에도 강도, 살인을 당하기 쉬운 여성들 등을 얘기하며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은 사회를 엄중하게 비판한다. 그는 이런 계층을 예로 들면서 권력을 누리는 인물들을 같이 거론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편차를 확실히 보여 준다.

가슴 아픈 사실은 이 노래를 발표한 1990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있는 사람은 마음껏 누리고 살지만 없는 사람은 여전히 박탈감을 느끼고 산다. '아, 대한민국…'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너무나도 쉽게 쓰이는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YB '오 필승 코리아'
참 신기하다. 이 노래만 불렀다 하면 모두가 하나가 된다. 분란과 갈등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게 된다. 단결을 가능하게 하지만 모든 고민을 망각하게 만든다. 과연 이 노래는 좋은 노래일까?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4015&startIndex=0


덧글

  • 슈3花 2016/09/23 11:22 #

    oppa의 애국심도 있지요 ㅎ
  • 한동윤 2016/09/23 11:54 #

    안 그래도 그게 꼭 들어가야 했는데 음원 서비스가 안 되더라구요 ㅠㅠ 그래서 과감히 안 썼습니다.ㅎㅎ
  • 안채윤 2016/11/21 23:53 # 삭제

    안녕하세요! 제가 애국심 관련 논문을 쓰고 있는데, 애국심에 대한 글을 찾다가 애국심에 관심이 있으신 듯 하시어 설문 조사에 참여해주십사 댓글 남깁니다! 시간 괜찮으실 때 참여 부탁드려도 될까요? 링크입니다! https://goo.gl/forms/b9yf8QvZNX74K03h2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