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워져 돌아온 [슈퍼스타K 2016] 원고의 나열


대한민국 대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가 돌아왔다. 2009년 처음 전파를 탄 방송은 올해로 여덟 번째 시즌을 맞이하며 원조 오디션 대회로서 위상을 또 한 번 뽐낸다. "슈퍼스타K"는 그저 연차만 축적하지 않았다. 그동안 서인국, 허각, 울랄라세션, 로이킴 등 뛰어난 재능을 지닌 가수들을 배출하면서 신인 가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실력자가 나타날지 음악팬들의 기대가 자연스레 모아진다.

8년을 달려오면서 존재를 각인했지만 안타깝게도 대중의 반응은 초창기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첫 시즌 닐슨코리아 집계 최고 시청률 8.4%를 기록했으며 두 번째 시즌에서는 18.1%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세웠지만 그 뒤로 시청률은 계속 떨어졌다. 지난 시즌은 3%를 넘는 방송이 하나도 없었다. 로이킴이 최후의 1인이 된 네 번째 시즌 이후로는 누가 우승자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슈퍼스타K"에 대한 관심은 매회 감소하는 중이다.

제작진도 사태를 통감하고 있었다. 올해에는 분위기를 쇄신해 보고자 시즌 번호를 붙이는 대신 연도를 달아 "슈퍼스타K 2016"이라고 명명했다. 여기에 "20초 타임 배틀"이라는 새로운 룰을 적용해 판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심사위원들의 숫자도 일곱 명으로 늘리면서 한차례 더 혁신을 모색했다. 보수를 감행한 "슈퍼스타K"가 과연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새로 도입된 룰 "20초 타임 배틀"
예심을 거쳐 첫 라운드에 진출한 참가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0초에 불과하다. 다만 심사위원들이 참가자의 노래를 더 듣고 싶다면 버튼 클릭으로 10초씩 연장 가능하다. 심사위원 한 명당 연장 버튼을 세 번 누를 수 있기에 참가자가 일곱 명의 심사위원에게 매력을 어필한다면 총 230초의 공연 시간을 갖게 된다. 시간을 연장하지 못한 나머지 노래가 중간에 끊기게 될 때 참가자는 가차 없이 탈락한다.

20초는 정말 쏜살같이 빠른 시간이다. 전주를 짧게 편집해도 기본 3, 4초는 그냥 흘러간다. 때문에 15초 안에 확실한 무언가를 보여 줘야 심사위원으로 하여금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할 수 있다. 한 소절, 심지어는 한 호흡이 모두 소중한 "시간 동냥"의 퍼포먼스인 셈이다.

노래를 확실히 잘하는 사람에게는 적선이 이어지지만 애매할 때에는 심사위원도 고민한다. 이들이 시간을 더 줄지 말지 망설이는 모습이 작은 재미를 제공한다. 제한 시간 1초를 남기고 가까스로 공연 시간을 얻는 상황도 흥미진진함을 증대하고 있다. 새로 도입된 "20초 타임 배틀" 방식은 한 번 보기 시작한 시청자들이 공연에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든다.

이 규칙이 전적으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노래 부르는 행위의 맛과 멋은 곡에 따라 다 다르고 그 풍취가 곡 초반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20초 안에 적어도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룰은 참가자에게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음색, 폭발하는 가창을 암묵적으로 강요한다. 노래 경연 대회들의 폐단을 답습하는 답답한 규율이기도 하다.


늘어난 인원만큼 다채로운 심사 분위기
지난 시즌까지 지역 예선을 비롯한 모든 경연의 심사위원은 거의 3인으로 구성되는 것이 "슈퍼스타K"의 전통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한성호, 김연우, 김범수, 길, 거미, 용감한형제, 에일리 이렇게 가수는 물론 작곡가와 제작자도 포함한 7인 체제로 신선한 모습을 내보인다. 더불어 이들에게 "레전드 보컬", "트렌디 아티스트"(소개하는 자막은 에일리를 거미로 잘못 표기했다.), "스타 메이커"라는 타이틀을 부여해 세밀함까지 갖췄다는 티를 낸다.

회를 거듭하면서 이들이 참가자들의 멘토 역할도 하겠으나 현재는 경연에 응시한 사람들의 당락을 결정하고 간략하게 소감을 말하는 정도다. 김연우는 장단점을 비교적 친절하게 얘기하고 FNC 엔터테인먼트의 한성호 대표는 제작자답게 끼와 발전 가능성을 우선에 두고 평하는 편이다. 김범수는 여러 번 심사를 봐 온 경험이 있어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코멘트를 전한다.


에일리는 참가자들의 말과 행동에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취하며 스튜디오의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한다. "쇼 미 더 머니"에서는 한솥밥을 먹던 예능 동료의 노력에 감동해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한 길은 이번 시즌에 참여하면서 독한 캐릭터를 맡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용감한형제도 특유의 툭툭 쏘는 말투로 길과 함께 독설을 담당하는 그림이다. 거미는 음… 울다가 웃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임무를 맡았다.


만만찮은 실력을 갖춘 참가자들
첫 회에는 열세 팀이 노래를 불렀다. 이들 대부분이 보통 이상의 실력자들이어서 환골탈태를 목표로 한 "슈퍼스타K"는 첫 회부터 제대로 생기를 과시할 수 있었다. 첫 방송에서 소개된 가수 지망생들이 이 정도니 이번 시즌은 전보다 수준이 올라갈 듯하다.

에일리의 'Higher'를 부른 서울예술고등학교의 박혜원 학생은 걸출한 가창력으로 심사위원들의 칭찬을 이끌어 냈다. 낮은 음에서는 여리지만 고음에서는 단단하게 소리를 팽창시키며 정말 시원한 가창을 선보였다. 아주 미세하게 음이 흔들리는 부분이 있었긴 해도 마무리까지 음들을 맛깔스럽게 처리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연예기획사들의 연락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대한민국 가요계 현실은 걸 그룹부터다.)


이번 시즌에도 이미 가수 생활을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진 이가 출연했다. 한때 동방신기와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지기까지 했지만 파란을 일으키지 못한 채 파란닷컴과 함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파란의 에이스(예명이 정말 "에이스"다.) 최성욱이 참가자로 나왔다. 김사랑의 '위로'를 부른 그의 공연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너무나도 무난했다. 그만의 강점이라고 할 것이 딱히 없어서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인터뷰에서 노래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가 가수로서 행복을 이어 나가길 바란다.


남성 참가자 중에서는 지리산에서 온 스물한 살 청년 김영근이 단연 눈에 띄었다. 그는 Sam Smith의 'Lay Me Down'을 원본에 가깝게 소화하면서 노래가 지닌 애잔함까지 선사했다. 지내 온 곳이 워낙 시골인지라 혼자 노래를 불러 왔다고 한다.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것이 득이 돼 그에게는 뻔한 느낌이 없었다. 투박함과 자연스러움, 거기에다 자신만의 표현력을 보유해 주목할 만하다.

오디션 대회에는 경쟁률만 높이는 허수 참가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단편선과 선원들에서 활동했던 바이올리니스트 권지영이 딱 그런 케이스다. "웃기면 다 인디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데 공헌하는 공연이었다. 하지만 전혀 웃기지 않았다. 감각적이지도 않았다.


아버지가 버클리음대 아시아 담당 디렉터라고 하며 어머니는 버클리음대 보컬전공 교수라고 하는 열세 살 소녀 이진도 마찬가지다. 이 아이는 트와이스의 'Cheer Up' 안무를 장기로 선보인 뒤 Tiffany의 'I Saw Him Standing There'를 불렀다. Tiffany의 리메이크 버전이나 The Beatles의 원곡이나 노래의 포인트는 후렴의 가성 스캣이다. 핵심을 무시한 채 노래를 부르니 감흥이 없었다. 음정이 바르지 않으며 발성 훈련이 덜 돼 있다는 기본적인 단점도 있다. 기획사에 발탁되기를 꿈꾸며 나온 듯했다.


"슈퍼스타K"는 과연 예전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까?
본 방송을 시작하기 전 "슈퍼스타K"는 "슈퍼토크 2016 슈스케,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제목으로 자체 진단까지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간판도 새로 바꾸고 소소하게나마 인테리어 공사도 했다. 일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첫 방송은 시청률 2.0%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제작진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아지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번 시즌의 소중한 결실이다. 개선을 모색하는 모습이 대중의 이목을 어느 정도 끌지 않을까 하다.

프로그램의 결정적인 경쟁력이 되는 요소는 결국 참가자다. 편집 스타일을 바꾸고, 심사위원을 더 들이고, 새로운 당락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대 장치일 뿐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핵심 인자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프로그램 제목에 부합하는 참신한 스타가 나와 준다면 대중이 다시 눈길을 돌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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