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다 한 '나 홀로 앨범'들 원고의 나열

노래 한 편을 만들기란 결코 쉽지 않다. 화성학, 대위법 등 작곡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춰야 하며 예술적 감각도 탁월해야 한다. 완성된 곡에 가사를 입히는 때에는 풍부한 문학적 감수성과 남다른 표현력이 요구된다. 악기를 배우다가 상급 단계에서 정체를 겪어 본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의 부족함을 통감하며 이런 상상을 해 봤을 듯하다. '악기 하나를 마스터하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노래를 짓는 건 얼마나 힘들까?'

노래 하나를 완성하는 것도 녹록지 않으니 여러 곡이 수록된 EP나 풀 앨범을 제작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때문에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모든 작업을 완수한 작품을 마주하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인디 뮤지션 문득, 지미 스트레인(Jimmy Strain), 맥에일리(MacAilley)는 그 까다로운 일을 해냄으로써 비범함을 과시한다.

왼쪽부터 문득, 맥에일리, 지미 스트레인 앨범


문득의 첫 솔로 앨범 [문득 1집]에는 동료 뮤지션이 제법 많이 참여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노래를 그가 작사, 작곡, 편곡했으며 웬만한 반주 역시 홀로 담당했다. 수록곡들은 컴퓨터 프로그래밍보다는 실제 연주에 무게를 둬 자연스럽고 수수하게 느껴진다. 밉지 않게 자신을 포장하며 자부심을 북돋우는 '담쟁이 꽃', 끝난 사랑을 아쉬워하는 '지워내길' 등 노래들의 가사도 담백한 표현으로 편안함을 선사한다.

2011년 네오 솔 그룹 마호가니 킹으로 데뷔한 문득은 계속 흑인음악을 해 왔다. 그런 그가 솔로 음반에서는 팝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펑크(funk)를 뼈대로 하는 '송아지' 외에는 흑인음악의 인자가 깃든 곡이 거의 없다. 데뷔 앨범은 자신의 첫 작품이라는 점으로 각별한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음악적 변신을 나타냈다는 사항으로도 특별한 의의를 갖는다.

현재 피지컬 음반만 판매되고 있는 지미 스트레인의 4집 [지미 스트레인]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온전히 홀로 완성한 작품이다.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믹싱, 마스터링, 심지어 사진과 디자인까지 모든 것이 그의 손을 타고 나왔다. 8월 중순 앨범 발매 초기에는 본인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유통했다. 실로 강단 있는 아티스트다.

신작은 어마어마한 양으로 위용을 떨친다. '브리딩'(Breathing), '텔 미 어 라이'(Tell Me a Lie), '배가본드'(Vagabond), '딕스 도터'(Disk's Daughter), '스트레인저스 인 헤븐'(Strangers in Heaven), '스크리밍'(Screaming) 등 여섯 개로 파트를 나눠 무려 60곡을 실었다. 이렇게 많은 곡을 한 번에 내는 것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단순히 분량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은 아니다. 피아노 2중주 연주곡부터 포크, 팝 록, 일렉트로니카, 헤비메탈, 성인가요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다채로움도 확보했다. 더불어 개인의 이야기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가슴 아픈 문제들을 가사에 담아 사유도 폭넓게 펼친다. 음악을 진중하게 대하는 그의 태도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9월 말 첫 번째 EP [문](MOCN)을 발표하며 데뷔한 맥에일리는 요즘 영미 대중음악 경향에 맞춘 리듬앤드블루스를 들려준다. 전자음이 군데군데 들어가 있으며 리듬은 간결하고 대체로 몽롱한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에 '문'(MOCN), '다이'(Dye) 등 건반이 중심 악기로 곡을 꾸며 서정미를 발산한다. 맥에일리는 차분한 보컬로 나긋나긋함을 유지하면서 약간의 스캣과 살며시 포개는 화음으로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흑인음악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가볍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맥에일리 음악의 장점이다.

(한동윤)
2016.10.11ㅣ주간경향 119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