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대한, 결혼시즌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들 원고의 나열

하반기 결혼시즌이 찾아왔다. 친구, 친척, 선후배, 직장 동료가 날리는 청첩장에 성실히 응하면 주말마다 바그너와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을 들을 수 있는 때가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제목은 잘 모르지만 꽤 익숙한 클래식도 반복 청취할 수 있다. 그러나 결혼식에서 이런 고전음악만 접하는 것은 아니다. 축가를 통해 가요나 팝도 듣는다. 때로는 익숙하고 때로는 약간 생소한 노래들을 즐겁게 만나는 시간이다. 결혼시즌을 맞이해서 결혼, 결혼식과 관련한 노래들, 축가로 많이 쓰이는 노래들을 소개해 본다.


Bruno Mars 'Marry You'
비록 빌보드 차트에서는 히트하지 못했지만 'Marry You'는 가사로 나타낸 분명한 콘셉트 덕분에 프러포즈용 음악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청혼 이벤트를 벌이는 인터넷 속 수많은 영상이 'Marry You'의 높은 활용도를 증명한다. BPM 140이 넘는 빠른 템포와 메이저 음계로 연출한 밝은 분위기는 결혼식 축가로도 애용되게끔 만들었다.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고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상황은 언뜻 달콤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노래의 주인공은 술기운을 빌려 즉흥적으로 청혼하는 면이 없잖아 있다. 술과 분위기에 취해 갑자기 식을 올리겠다는 상황이 캐머런 디아스가 주연한 영화 "라스베이거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과 비슷하다. 가사처럼 필에 꽂혀 성급하게 결혼했다가는 99% 낭패를 본다. 노래는 프러포즈할 때나 축가로만 사용하는 게 낫다.

Grover Washington Jr. & Bill Withers 'Just The Two Of Us'
Kubota Toshinobu, 어반 자카파 등 많은 뮤지션이 리메이크해서 많은 이에게 익숙한 노래다. 하늘에 궁전을 짓고 단둘이서 살자는 가사가 남진의 '님과 함께' 주요 부분을 영어 버전으로 바꿔 놓은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내용은 여느 사랑 노래와 다를 바 없지만 "빗방울", "무지개" 같은 단어가 화자의 고백을 맑고 아름답게 꾸민다. Bill Withers에 버금가는 그윽하고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를 자신이 있다면 결혼식 때 도전해 보길.

The Beach Boys 'Wouldn't It Be Nice'
The Beach Boys의 1966년 히트곡 'Wouldn't It Be Nice'는 사랑하지만 나이가 어려서 결혼할 수 없는 젊은 연인의 안타까운 처지를 담아낸다. 하지만 노래 분위기는 전혀 우울하지 않다. 화자는 "우리가 결혼하면 좋지 않겠어요?", "우리가 같은 자리에서 깨어난다면 좋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며 결혼 후의 생활을 낙관적으로 꿈꾼다. 더불어 이날이 빨리 오길 고대한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모든 것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낭만이겠지만 현실은 기대와는 많이 다르다. 연애할 때는 몰랐던 면을 발견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게다가 아무리 사랑이 뜨겁다 한들 20년 이상 다른 환경에서 상이한 삶을 살아오던 사람들이 생활공간을 공유하며 살림을 꾸려 나가다 보면 이런저런 마찰을 빚곤 한다. 어린 나이에 결혼한 커플들이 결혼을 늦게 한 부부에 비해 이혼율이 높은 것도 이런 점들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한 탓이 크다. 'Wouldn't It Be Nice'의 주인공들도 결혼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고 덜컥 결혼했다가 아름답지 못한 엔딩을 맞이했을지도….


The 5th Dimension 'Wedding Bell Blues'
다수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선샤인 팝과 사이키델릭 소울의 중추적 인물로 등극한 보컬 그룹 The 5th Dimension의 1969년 히트곡. 다채로움과 단아함으로 오가는 음악으로 많은 뮤지션에게 영향을 준 미국의 작곡가 겸 가수 Laura Nyro가 1966년에 발표한 원곡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노래는 남자 친구가 프러포즈하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여인의 입장을 담고 있다. "당신이 안 좋은 일을 겪을 때에도 난 당신 곁에 있었어요. 나는 당신을 속이거나 나쁜 짓을 꾸미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키스와 사랑만으로는 견디지 못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언제나 그럴 거예요. 당신의 목소리에서 회전목마의 합창이 들려요. 그런데 결혼식 종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은 과연 올까요?"라며 속으로 무척 답답해한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오냐, 네놈이 안 하면 내가 한다'는 식으로 끝에 가서는 본인이 남자 친구에게 결혼해 달라고, "Please"까지 붙여 가며 프러포즈한다. 역시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Bobby Brown & Whitney Houston 'Something In Common'
1989년 "소울 트레인 뮤직 어워드"에서 만난 톱 가수 Bobby Brown과 Whitney Houston은 3년 동안의 연애 끝에 1992년 백년가약을 맺는다. 둘은 결혼을 자축이라도 하듯 같은 해 듀엣곡 'Something In Common'을 취입했다. 뮤직비디오 마지막 부분에서는 갓 낳은 딸도 등장해 노래는 부부에게 변치 않을 사랑은 물론 화목함을 상징하는 증표가 됐다.

하지만 2000년 무렵부터 부부가 모두 마약에 빠져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대중으로부터 부러움이 아닌 걱정 어린 시선을 받게 된다. 얼마 뒤에는 Whitney Houston이 Bobby Brown에게 상습적으로 폭행당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별거에 들어간 부부는 2007년 법원의 이혼 판결을 받음으로써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1994년 두 사람은 오작교나 다름없는 "소울 트레인 뮤직 어워드"에서 따뜻한 눈빛을 교환하며 'Something In Common'을 불렀다. 안타깝게도 이날의 화기애애했던 모습은 음악팬들에게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 "우리에겐 공통된 게 있어요. 우리가 함께 있을 때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죠.", "이 세상에 나보다 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라는 가사 역시 허언으로 남고 말았다.

David Foster - Love Theme From St. Elmo's Fire
캐나다의 키보드 연주자 David Foster가 거쳐 간 팝 록 밴드 Skylark, Attitudes, Airplay는 하나같이 단명했다. Skylark의 'Wildflower'가 그나마 1973년 빌보드 싱글 차트 9위까지 오르며 인기를 얻었으나 그가 만든 곡이 아니라서 그에게 떨어질 변변한 콩고물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Cheryl Lynn의 'Got To Be Real', Chaka Khan의 'Through The Fire', Chicago의 'Hard To Say I'm Sorry' 같은 히트곡을 지으며 주가를 올린 덕에 1985년에는 영화 "세인트 엘모스 파이어"의 음악감독까지 맡게 됐다.

우리나라에는 "열정"이라는 제목으로 들어온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가운데 그가 작곡하고 영국 가수 John Parr가 부른 'St. Elmo's Fire (Man In Motion)'이 큰 성공을 거뒀다. 이 노래는 10대 때 트럭에 치여 장애인이 된 캐나다의 장애인 올림픽 선수 릭 핸슨에게 헌정하는 노래였다. 릭 핸슨은 1985년부터 2년 동안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장애인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세계를 도는 "Main In Motion Tour"를 벌였다. 1986년에는 한국에도 와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휠체어를 타고 달리기도 했다.

차트에 들어서진 않았지만 주인공들의 러브 테마곡 'Love Theme From St. Elmo's Fire'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갖춘 덕에 그 옛날 경양식집이나 백화점처럼 고급스러운 장소에서 숱하게 울렸다.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에서도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인다.

가장 많이 울리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웨딩홀이다. 결혼식장에 가면 세 곳 중 한 곳에서는 반드시 들을 수 있어서 명실상부한 예식장 대표 배경음악이라고 할 만하다. 예식이 시작되기 전 식장의 밋밋함을 달래는 용도로 깔리거나 양가 어머님의 화촉 점화 시에 주로 나온다.


한동준 '사랑의 서약' & 유리상자 '사랑해도 될까요'
결혼식 축가의 클래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노래들이다. 1980년대 중반 포크 그룹 노래그림으로 데뷔한 후 90년대 들어 솔로 가수로서도 큰 사랑을 받은 한동준의 1995년 히트곡. Bruno Mars의 'Marry You'와 함께 "무한도전"의 "웨딩 싱어즈" 에피소드 때 멤버들이 불러 축가의 스테디셀러임이 증명됐다. 김광진 특유의 꾸밈없는 가사, 한동준의 간결한 보컬이 노래를 진솔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1993년 발표한 2집에 수록된 '너를 사랑해'도 결혼식 때 많이 불리고 있다.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는 2004년 방영된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이 열창(?)한 뒤 더 큰 인기를 얻었다. 박신양이 부르기 전까지 사실 대다수가 이 노래를 부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박승화, 이세준처럼 미성이 아니더라도 진심만 담겨 있으면 통한다는 것을 남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깨달았다. 박신양이 많은 이에게 용기를 줬다.


윤종신 '너의 결혼식', 휘성 '결혼까지 생각했어' & 박영미 '슬픈 약속 (파혼)'
결혼식장의 분위기를 급속냉각시킬 수 있는, 남의 즐거운 날에 제대로 초 치기 좋은 노래들도 있다.

윤종신은 015B의 객원 보컬로 활동하며 가요계에서 인지도를 높였지만 1991년에 선보인 솔로 1집은 그렇게 반응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이듬해 출시한 2집에서 이 참혹한 내용의 타이틀곡이 많은 사랑을 받음으로써 자립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휘성의 '결혼까지 생각했어'는 연인과의 이별을 맞이한 순간에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헤어짐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처음 마음은 그랬으나 아쉬움과 억울함이 쉽게 가실 수는 없는 일, 이내 절절한 사랑 고백을 꺼낸다. 결혼식장에서 한 남자가 불쑥 나타나 결혼까지 생각했다고 하는 노래를 부르면 가관이겠다.

1990년 데뷔해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 등으로 세련된 발라드 가수로서 입지를 다진 박영미는 1997년 4집에서 R&B로 음악 방향을 바꾼다. 타이틀곡 '슬픈 약속 (파혼)'의 주인공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약속했지만 갑작스레 마음이 바뀌었다며 이별을 고한다. 인륜대사를 앞두고 황당한 행동을 하는 파격적인 내용이 영향을 미쳤는지 박영미의 변신은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3967&startIndex=11


덧글

  • 역사관심 2016/10/18 23:14 #

    오랜만에 좋은 곡들 다시 찾아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5th Dimension의 곡처럼 모르던 곡도 있는데 좋네요~!
  • 한동윤 2016/10/19 15:02 #

    관심 갖고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피프스 디멘션은 히트곡이 많은데도 인지도가 아주 높진 않아요. 노래들이 다 좋으니 시간 나실 때 한번 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
  • 아스파 2016/10/19 15:42 # 삭제

    결혼식 깽판이라면 웨딩케잌을 빼먹을수 없죠.
    서정적인 멜로디에 무난한 가사인가 싶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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