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삽질을 참 잘한다. 도심에서는 고개만 돌리면 공사현장이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도로를 파고 덮고, 이런저런 공공시설을 보수하는 광경은 무척 일상적이다. 국민의 편의와 안전, 도시 미화에 국가가 늘 신경 쓰고 있음을 깨닫는다. 별 의미 없는 생색내기 공사도 태반이라 삽질은 한결같이 성업을 이룬다.
물리적인 삽질 외에 허무한 일을 의미하는 삽질도 다반사다.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활동을 보여 주는 데에만 급급한 나머지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는 정책, 행정 또한 자주 행해진다. 정신적 내실이 약한 사업은 그럴듯한 명목을 붙이고 아무리 번지르르하게 포장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허술함을 드러내고 만다. 때문에 다수의 공감을 사지 못한다.
지난 10월 말 공익광고협의회가 선보인 '한글 등 올바른 언어 사용' 홍보 영상도 졸속 사업, 삽질에 지나지 않는다. 이 영상은 사물을 존칭하는 잘못된 표현과 비속어 사용 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제대로 된 언어 습관을 기르자는 취지로 제작됐다. 괴상한 표현이 난무하고 틀린 표기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등 언어 파괴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으니 꼭 필요한 계몽운동이긴 하다.
이 광고에서는 산이(San E)가 주인공으로 나서서 랩으로 일상에서의 그릇된 표현을 지적하고 한글을 바르게 사용하자고 제언한다. 이 내용만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공익광고로서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다.

안타깝게도 산이의 출연이 잘못 끼운 첫 단추다. 공익광고 제작의 기본은 신뢰감을 주는 인물을 기용하는 것이다. 또한 해당 주제를 전하는 데 책잡힐 결점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산이는 랩 실력이 뛰어난 가수이며 인지도도 높다. 하지만 기량과 인기가 신뢰감과 항상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산이는 그동안 노래에서 비속어('인터뷰 (Interview)' 중 "알지 힙합은 간지", '모두가 내 발아래' 중 "나는 치프 너는 따까리"), 은어('Do it for fun' 중 "힙찔이", '산이 소개하기' 중 "초딩 중딩 고딩 대딩")를 많이 사용해 왔다. 욕설은 셀 수 없을 만큼 내뱉었다. 산이가 점잖지 못한 언어 습관을 회개하고 품격 있고 바른 언어를 구사하는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그를 섭외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비속어와 욕을 노래에 담고 있다. 예상하건대 이 광고 이후로도 그럴 것이다. 담배를 끊지 않은 골초를 금연 홍보대사로 세운 꼴이다.
산이는 영어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쓴다. 그의 작품 중에는 우리말보다 영어의 분량이 더 많은 노래도 꽤 된다. 그동안 납득할 만한 국어 사랑의 자세를 보여 주지 못한 이가 한글을 올바르게 사용하자고 말하니 주장이 가슴에 박힐 리 만무하다. 정말 헛헛하기 그지없는 광고다.
인터넷,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다음으로 비속어, 은어가 자주 사용되는 분야가 대중음악이다. 특히 힙합에서 욕설이 대대적으로 범람하며 언어 파괴가 상시적으로 일어난다. 이번 광고는 힙합이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는 사실과 산이가 유명하다는 점에 휘둘려 만든 완벽한 실패작이다. 잘못된 언어 표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겠다는 의도는 애초에 증발했다. 대신 공익광고협의회의 조사와 이해의 부족, 근시안적인 사고는 명쾌하게 선전했다.
이번 광고를 통해 래퍼들이 자신의 작품 활동을 돌아봤으면 한다. 허세를 부리기 위해 쉽게 욕을 남발하며 언어사대와 이상한 겉멋에 취해 영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행동에 대해 숙고해 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무렇지 않게 쓴 가사가 우리말 천대 풍조에 일조하고 잘못된 언어 습관을 키우는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덧글
아나운서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그정도로는 인지도가 약하고 널리 퍼지기도 어렵겠죠....
그래서 그나마 가사를 쓴다던지하는 부분이 관련된 래퍼를 착안했거나,
주인장님이 느끼신 것처럼
"왜 하필 비속어나 영어가 난무하는 랩 가수를?"이라는 경각심을 주는게 숨은 의도였을수도 있습니다.
사실 인지도있는 래퍼가 영어나 비속어 가사가 안들어간 경우가 없죠....(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 라임을 맞추는것이 한글보다는 발음 자체가 비슷한단어가 많은 영어가 쉽기때문에 영어를 쓰는것이고 산이가 언더그라운드 시절때 비속어 사용을 하긴했죠 그러나 다른 래퍼에 비해 굉장히 적게 사용하고 이제는 그런 강한이미지가 아닌 사랑컨셉을 다루연서 비속어자체 사용량은 매우적습니다.그리고 욕을 쓴다해도 이제부터 쓰지말자 나도 같이 노력할께
이런 의미도 있으니 문제될께 없다고 봅니다
저도 광고보고 살짝 의문점이 들더라구요...
이 글을 읽은 것이 천만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주인장님의 생각에 공감하고 가요
한글과 그밖의 언어의 문제점 입니다
한글=우리말이 아닙니다. 한글은 말이 아니라 문자일 뿐.
라는 생각이들던데...한글 파괴의 주범은 랩퍼들인거 같음(안그런 랩퍼들도 있겠지만..)
랩하는 애들보면 한글의 영어식 발음 진짜 듣기싫음..
(항gul~~항gul~~항gul~~)이런식으로 발음하면 지들이 마치 미국인이라도 된것처럼..
앞으로 한글 공익광고는 좀더 발음이 정확한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음..
윤도현??같은..
공익광고를 이따위로 제작하는 거보면 참 한심하다.
나쁜년 들으면서
빨리내렸으면좋겠어요.
빨리내렸으면 좋겠어요.